달 모양 변화 맞춰 농사 시기 판단, 한 달 개념으로
나일강 홍수 때 가장 중요한 애굽, 달에 신경 안 써
메소포타미아와 이스라엘, 달 주기 변화 파악 비슷
유대인 현재 사용 열두 달 이름, 바벨론 포로 유산

이스라엘 유대 달 월 한달
▲고대에는 초승달부터 그믐달까지의 변화로 한 달을 정했다. ⓒ유튜브 캡처
3. 달(Month)

1) 달의 주기

낮과 밤의 반복되는 주기로 인하여 ‘하루(Day)’라는 개념이 생겼다면, 초승달에서 그믐달로 이어지는 달의 모양에 따른 주기에 의하여 ‘달(Month)’이라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달의 주기는 고대 농경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고대 시대에 달의 모양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파종, 김매기, 추수와 같은 농사의 시기를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모든 문명에서 1년은 12개월을 가진 것으로 통일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달의 주기와 해의 주기를 비교하다 보니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달의 주기는 모두 열 두 번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달의 주기(29.5일*12=354일)와 태양의 주기(365일)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문명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었습니다.

애굽은 달의 주기를 30일로 보았으며, 이에 따라 일년 동안 달의 주기는 360일(30*12=360)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달의 주기는 태양의 주기와 약 5일간의 차이가 있었으며, 이에 따라 이 5일 동안에는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홍수를 기다리며 축제를 하는 기간으로 삼았습니다.

애굽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홍수의 발생이 태양력과 정확하게 일치하였기 때문에, 달의 주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메소포타미아는 달의 주기가 29.5일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일년 동안 달의 주기는 모두 354일이 됨을 깨달았습니다. 춘분을 중요시하였던 메소포타미아는 달의 주기가 태양의 주기와 약 11일간의 차이가 있음을 알았고, 새해의 시작인 춘분이 시작되기 전 11일을 마르둑 축제를 하는 기간으로 삼았습니다.

한편 고대 이스라엘은 메소포타미아와 마찬가지로 한 달이 29.5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홀수달은 30일, 짝수달은 29일을 가지고 있는 달력을 만들어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달의 주기와 태양의 주기 차이에서 발생하는 약 11일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매우 독특한 방법을 고안하였습니다.

즉 이스라엘 달력은 매 3년마다 ‘13번째 달’을 두어, 달의 주기와 태양의 주기가 3년 단위로 서로 일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13번째 달은 경우에 따라 29일이 될 수도 있고 또 30일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13번째 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13번째 달이 끝날 때 정확히 그믐달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다음 날이 초승달이 뜨는 새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설명은 이론적인 것으로 실제 생활에서는 달의 모양과 예상 날짜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과학 지식으로는 정확히 달의 주기가 29일 12시간 44분 2.8초이고, 태양의 주기가 365일 5시간 48분 45.98초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이 자투리 시간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오차는 실제 달을 관찰함으로써 그때그때 수정하여 사용하여야만 했습니다.

이스라엘 유대 달 월 한달
▲이스라엘 민족의 과거 1년 달력. ⓒ유튜브 캡처
2) 달의 이름

현재 유대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열두 달의 이름은 바벨론 포로 시대의 유산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이 메소포타미아 달력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구약성경에 남아있는 몇 가지 달의 이름이 가나안 농경 주기와 관련된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월(Nisan)을 ‘아빕월(출 13:4, 23:15, 34;18; 신 16:1)’이라고도 부르는데, ‘아빕’은 ‘이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아빕월은 ‘첫 이삭이 패이기 시작하는 달’이라는 뜻입니다.

아빕월(즉 니산월)에는 이스라엘 땅에서 난 첫 열매를 하나님께 드려야 하는 초실절이 있는데 만약 이 날 이삭이 여물지 않게 되면 하나님께 첫 열매를 드릴 수 없게 되고, 따라서 하나님 규례를 지키지 못하게 됩니다. 즉 아빕월은 바벨론식 이름인 니산월이 사용되기 전 가나안 지방에서 사용되었던 이름으로 보입니다.

또 제7월인 ‘에다님월(왕상 8:2)’이나 제8월인 ‘불월(왕상 6:38)’은 모두 그 의미가 ‘비’와 관련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①이 시기에 이스라엘에서는 ‘이른 비’가 내려야 농사 짓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②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일년 내내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나안 농경 문화를 반영한 이름이라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태양이 지구 한 바퀴 도는 주기로 ‘일 년’ 기념 생겨
고대인들, 밤낮 길이 따라 계절 생겨 계산 시작해
애굽은 절대적 영향 미치는 홍수 시작 시점이 신년
메소포타미아, 낮밤 같아지는 춘분부터 일 년 시작
이스라엘, 민간력은 농업 맞추고 聖歷은 출애굽부터

하지 동지 춘분 추분 월 1년 해시계
▲그림자로 1년 주기를 재는 기본 원리. ⓒ인터넷 캡처
4. 일년(Year)

1) 태양의 주기와 신년의 중요성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주기를 일년이라 하며, 이는 전 세계 공통입니다. 이 주기는 고대로부터 태양의 그림자를 이용하여 비교적 쉽게 측정을 해온 것으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과 추분, 낮이 가장 긴 하지와 밤이 가장 긴 동지 등은 대부분 문명이 공유하고 있는 보편화된 지식입니다.

이 태양의 주기가 중요한 것은 밤과 낮의 길이에 따라 계절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낮이 길면 더운 날씨(여름)가 되고, 밤이 길면 추운 날씨(겨울)가 됩니다.

이 주기는 온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 농사의 주기와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겨울에 비가 오고, 또 눈이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 농사를 짓게 됩니다.

달력이 일년의 주기를 시작하는 때, 즉 신년이 되는 시점은 각 문명마다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 이유는 신년이 갖는 의미가 각 문명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농업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 안에서도 신년에 대한 개념은 큰 차이를 보여줍니다.

애굽에서는 홍수가 시작되는 시점이 신년의 시작인데, 이는 홍수가 그만큼 애굽인들의 생활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또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 신년의 시작인데 이는 뜨거운 태양 보다는 시원한 달을 선호하는 메소포타미아인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입니다.

2) 이스라엘의 민간력과 성력

이스라엘에서는 두 종류의 달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신년의 의미도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먼저 민간력(Civil Calendar)의 경우 농업의 주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른 비’가 내려 씨를 뿌릴 수 있게 되는 우기의 시작이 바로 신년이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즉 제7월(티쉬리월) 1일 나팔절로 시작하여 10일 속죄일을 맞이하면서 이스라엘 신년이 시작됩니다.

이 민간력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살면서 그 지역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농경 생활 주기에 맞추어 만들어진 달력입니다.

유대 절기
즉 제7월에 ‘이른 비’가 내려 씨를 뿌리기 시작하면서 한 해의 농사 주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 민간력에 따른 신년은 지금도 유대인들이 지키고 있으며 구약성경에 나오는 달력도 대부분 이에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성력(Holy Calendar, 혹은 종교력)의 신년은 민간력과 반대인 건기의 시작 시점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달력의 근거는 출애굽 때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니산월을 해의 첫 달로 삼으라고 하신 명령에 그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출 12:2). 성경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애굽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영원히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 이유는 첫 달에 있는 절기들(유월절-무교절-초실절-<칠칠절>)이 죽음(죄의 종)으로부터의 해방(즉 천국/ 영생 복음)을 전파하는 예수님의 초림을 나타내는 예표들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구약이나 신약 시대에 유월절이 가장 큰 절기였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비록 지금은 속죄일이 유대인들의 가장 큰 명절이 되었지만, 하나님의 달력에서는 여전히 봄 절기들이 신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3) 초실절과 춘분의 중요성

이스라엘이 영원히 지켜야 될 규례가 된 ‘이스라엘 7대 절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태양의 주기와 관련된 매우 심각한 장애가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교절 7일 중에 포함되어 있는 초실절을 지키는 것입니다.

초실절은 ‘유월절 후 첫 안식일 다음 날(즉 무교절 7일 중 주일, 레 23:9-14, 고전 15:20)’로, 이 날에는 그 해 처음 익은 열매(보릿단)를 하나님께 요제로 드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초실절이 춘분이 지난 바로 다음에 와야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춘분보다 이르면 아직 첫 곡식(첫 보릿단)이 여물지 않게 되고, 춘분보다 너무 늦으면 밀까지 모두 다 여물어 버리기 때문에 처음 익은 열매를 구별하여 하나님께 드릴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초실절은 반드시 ‘춘분이 지난 만월 후 첫 일요일(즉 안식일 다음 날)’이어야만 했습니다. 이에 따라 초실절이 결정되면 나머지 6절기는 물론, 반드시 초승달이 떠야 하는 니산월 1일도 자동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달력이 3년마다 한 번씩 ‘제13월’을 둔 것도 바로 유월절-무교절-초실절을 춘분이 지난 다음 바로 지킬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야 하나님 규례대로 초실절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제사장 나팔 양각나팔 표지석
▲제사장이 나팔을 부는 곳임을 알리는 표지석.
이를 위하여 제13월의 날수는 고정되어 있지 않았고 그때그때 융통성 있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믐달에서 초승달로 바뀌는 것을 반드시 육안으로 확인해야 하였다는 점입니다.

달의 주기가 29.530588일이기 때문에 오늘의 달이 초승달인지 내일의 달이 초승달인지 구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그믐달과 초승달 사이 구별이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늘 중에라도 그믐달에서 초승달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들을 자주 경험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언제든 예상 달력이 틀릴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두 사람 이상 증인이 초승달을 관찰하고 난 다음에야 제사장이 나팔을 불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초승달이 떴음을 알렸던 것입니다.

이렇게 나팔을 분 것은 공식적으로 새로운 한 해 혹은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하여 혼란을 없애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스라엘 역사에 나오는 날짜에는 언제든 오류가 포함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달력을 통하여 이론적으로 추정하는 날짜와 실제 이스라엘에서 발생하였던 날짜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늘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당시 과학 기술의 수준이 달력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오차는 달 모양의 관찰을 통하여 수시로 교정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즉 제사장은 매달 초승달이 뜰 때마다 두 사람의 증언을 들은 후 나팔을 불었기 때문에 전 달에 벌어진 오차는 다음 달에 달의 모양을 보고 즉시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은 메소포타미아보다 오차가 적은 달력을 사용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구약 문화 배경사 류관석
▲류관석 교수는 “우리는 우리의 잣대로 성경을 이해하는데 익숙해져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오역이 나오고 성경의 내용에 공감하는 정도가 약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