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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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60이 갓 넘고 보니, 두 가지 특징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늙음과 숙성입니다.

늙음은 좋은 게 아닌데, 사람이 늙지 않고는 내면의 숙성도 그만큼 되지 않기 때문에 안 좋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늙어간다고 해서 다 숙성되는 것은 아니므로, 단지 나이만 먹으면 속사람은 숙성이 안된 채, 겉사람만 늙어가는 수도 있을 것입니다.

먼저 늙어감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그러고 보니 제 경우 늙음이란 벌써 40대 후반부터 진행되어 온 것 같습니다.

40대 한참 젊은 때 몸에 이상 신호가 왔습니다. 노안이 와서 돋보기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혈압이 올라가더니, 이명도 그때 시작됐습니다.

늙어감의 현상은 50대 10년을 거쳐, 60을 딱 넘으니 점점 몸이 여기저기 고장이 납니다. 허리, 무릎, 어깨, 관절이 시큰거리고, 뭔가 기능이 저하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면의 숙성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세월이 흐르고 몸이 늙어가는 만큼 세상을 보는 것도, 인생을 보는 것도 조금씩 숙성되고 있습니다.

30대부터 성경을 매일 묵상하고 해석하고 순종한 지 30여 년이 지났습니다. 40대부터 본격적 목양을 하면서, 사람 세우는 일에만 20년이 지났습니다.

50대 후반 본격적으로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사람 마음길 헤아리는 작업을 하다 보니, 이제야 생각이 점점 차근차근 정돈되는 것 같습니다.

내면이 숙성되면서 정리가 된 몇 개를 나열해 봅니다.

열정을 갖되 느긋하게! 남의 실수에 너그럽게! 작은 일에 충실하게! 성취보다는 자족과 감사와 위로!

젊었을 때 대단히 어려운 과제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용을 써도 잘 안 되어서, ‘나는 왜 이게 안 되나’ 고민하고 주님 앞에 씨름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되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지금도 여전히 씨름하지만 이제는 작동이 됩니다.

바울 사도의 말이 깨달아집니다. “겉사람은 후패하나 속사람은 새로워진다!” 늙음과 숙성은 둘 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젊은데 숙성이 된다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그런데 늙었는데 내면이 숙성 안 되는 것도 민망합니다.

그래서 늙어가는 것이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몸이 좀 불편해도 견딜 만 합니다. 겉사람 늙음이 속사람 숙성과 함께 오면, 제법 괜찮습니다.

배영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용인 하늘문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