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보이는 아름다움 취해 놀고 즐기기보다
1만 8천여 토착 신들과 영적으로 싸워야 하는 땅
해외 선교사들 팬데믹 등 복귀해 제주로 들어와
제주 특성 고려, ‘보내는 선교’에서 ‘받는 선교’를

우리들의 블루스
▲괸당 문화 등 제주의 특성이 잘 드러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모습. ⓒtvN
제주 목회자 최상권 목사님(제주하람교회)께서 한국 개신교 선교의 관문이 ‘제주도’라는 주장과 함께 복음화율이 현저히 낮은 제주도 복음선교를 위한 방안을 시리즈로 제시해 주십니다. -편집자 주

3. 제주도를 향한 세계의 관심과 선교

제주도는 2007년 우리나라 최초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뿐만 아니라 2010년 10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K-POP과 한류 열풍으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대한민국에 외국인 노동자들과 유학생들, 해외 이주민이 들어오고 있다.

2021년 4월 기준 제주의 총 인구는 69만 6,592명이며, 이중 외국인이 2만 2,108명이다. 지역별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그 중 공식적 외국인 유학생들만 2,290명이다. 제주는 대학이 4곳이다. 제주는 무비자 지역이기에 외국인은 최대 3개월, 중국인은 최대 1개월(유학생은 제외) 체류가 가능하다.

그러기에 비공식적 거주자까지 포함하면 수만명에 이른다. 하루 약 2만 7천 명이 오가는 셈이다. 이 중 외국인은 3,056명이다.

그러나 4개 대학(제주대, 한라대, 관광대, 국제대)의 유학생 전문 선교사는 안타깝게도 2명밖에 없다. 필자는 선교사님과 함께 제주 대학의 사역지를 방문하여 사역 현장을 보았다.

작년 11월 제주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선교사님과 식사 도중 히잡을 쓴 많은 학생들을 보았다. 이들에게 복음 전도지를 나누는 현장을 보았다.

4. 제주의 문화와 교회성장의 장애

이렇듯 한국 선교 시작부터 복음의 접촉점이 있었음에도 제주도가 미신의 땅이 된 이유는 여러 장애 요인들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전통 문화와 사람, 섬이라는 환경에 의한 요인으로, 복음의 이해가 약한 것이라 생각된다. 또 하나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고 있는 사람, 제주에서 태어나 육지에서 사는 사람, 육지에서 태어나 제주에 들어와 사는 사람, 육지에서 태어나 육지에 살고 있지만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면은 제주의 역사와 환경, 제주 사람들의 정신세계가 만들어낸 자생문화, 자의 또는 타의로 제주에 이주한 외부인들에 의해 형성된 피난민 문화 또는 유배 문화 등 다양한 사람과 문화들이 자신들만의 신앙을 만들어 냈다.

1) 괸당문화

제주에는 ‘괸당’이라는 문화가 존재한다. 제주도에서 가장 강력한 사회조직이다. 기독교 선교사들과 교인들은 제주에서 복음전파 사역을 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조상제사’와 함께 ‘괸당문화’를 든다.

괸당은 협동의 구심점이다. 괸당에게는 서로를 도와야 하는 일정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사람들은 괸당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삶을 보호받을 수 있었다. 괸당은 제주 모든 사람들의 정치·종교·사회 등을 지배한다.

① 집안, 친척 모두를 포함하는 개인 중심의 친족을 의미(남여의 위치가 동등함)

② 제사가 매개체, 제사를 거부하면 지역사회에 존재하기 어렵다.

③ 성펜괸당: 아버지를 통해 맺어진 친족, 외펜괸당(어머니), 처괸당(아내), 시괸당(남편)

④ 가문잔치: 결혼식 전날 친가, 외가 모든 친족(가문)이 참여한 잔치, 결혼 당일 피로연은 없다.

⑤ “마을 내에 매놈이 없다”: 마을 내에 완전한 남이 없다. 부찌사돈(겹사돈)- 촌락 내 또는 연줄 혼인

⑥ 육지 것: 제주 사람들은 육지에서 온 사람들을 육지 것이라고 부르며 배척함(원인: 이재수의 난, 4.3 사건)

괸당의 일원이 기독교에 입교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단순히 신앙을 바꾸는 ‘개인의 선택’일 수 없다. 일단 제사를 반대하는 것이 괸당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적 공동체를 배신하고 이탈해 새로운 공동체로 가입한다는 것 역시 용인될 수 없는 점이다.

교회에 나온다는 것은 기존의 모든 것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끊을 결심’을 하지 않는 한 교회에 발을 디딜 수 없으며, 일단 발을 디딘 후에도 괸당 사회의 압력과 박대에 시달린다.

2021년 현재는 도시와 도시 근교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입됨으로 ‘수평이동’을 통한 교회의 작은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2) 타 지역 출신에 대한 거부와 무시

섬 생활은 육지와 비교할 수 없다. 오래 전 제주 역사는 외부 세계에 의한 상처투성이의 기록이다. 몽골의 침입과 약탈에서부터 로마가톨릭(천주교) 선교사들의 횡포, 일제의 강압적인 통치, 씻기지 않은 4.3사건의 상처, 그리고 6.25 전쟁 때 밀려들었던 피난민들과의 힘겨웠던 생활은 아직까지도 제주민들에게 생생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역사적 사건들뿐 아니라 입도하는 사람들 중에는 빚쟁이들에게 쫓겨 온 채무자나 가산을 탕진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떠돌이, 법망을 피해 도망온 범죄자, 사기꾼들도 적지 않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투박한 말투에 거짓말을 잘 할 줄 모르는 제주도 사람들에게 이러한 ‘육지 것’들의 행태는 큰 충격을 주었고, 외지인을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제주도에서 사역하는 목회자의 대부분은 육지 출신이다. 이전에 비해 덜해졌다고는 하지만, 많은 목회자들이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목회자들이 자주 교체되면서 교회에는 ‘붙박이’ 현지 교인들과 ‘손님’에 불과한 목회자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일어난다.

성도들도 마찬가지다. 과거보다 많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교회는 도외에서 유입되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으나, 몇 년 내 일자리와 학교 공부로 인해 다시 떠나고 만다.

다양한 문화, 제주도민의 육지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 목회자와 성도간의 미묘한 갈등 구조, 전통 문화와 기독교 문화와 충돌은 복음전도의 제한을 받을 뿐 아니라 복음의 토양으로 일궈 나가는데 한계를 갖게 한다.

Ⅲ. 제주도 복음선교를 위한 방안

신명기 1장 1-5절에 남아 있는 이스라엘 무리는 여호수아와 갈렙, 그리고 모세를 제외한 2세대들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 광야생활을 끝내고 다시 가나안 땅 앞에 섰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하는 사실 하나는, 약속의 땅은 들어가서 놀고 즐기는 땅이 아니라 싸우는 땅이라는 점이다. 원주민을 몰아내는 싸움을 해야 한다.

제주도 보이는 아름다움에 취해 놀고 즐기는 땅이 아니라, 영적인 싸움이 있어야 하는 땅이다. 제주는 1만 8천여 개의 신이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창조의 신과 마을 수호신, 미륵신, 그리고 바다의 신, 땅의 신, 가족이 없는 처녀신 등으로 나누어진다.

창조의 신으로 믿는 ‘설문대할망’이 제주도를 만들었고, 그 아들 오백장군이 까마귀로 환생해 제주도 곳곳을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서울 남산 아래 살던 여신 금백주가 제주도로 와 송당 마을 소천국이라는 남자와 결혼해 많은 자식을 낳고 죽자 각각 마을의 당신으로 모시고 있으며, 그 자손들이 흩어져 마을마다 수호신이 되어 제주도를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제주도 사람들은 바다의 파도와 싸우고 자연 재해를 극복해야 했으나, 인간의 한계에 부딪혀 힘들면 신을 만들고 거기에 의존해 살아왔기 때문에 많은 신들이 탄생했다.

가나안에 들어가 모든 이방 사람과 문화와 싸워야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제주도가 복음화가 되기 위해 영적 싸움이 너무 절실하다. 영적 전쟁은 중요한 성경적 실재이고, 선교사들과 같은 현장 사역자들에게는 자주 접하게 되는 실존적인 실재이다.

불행하게도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보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런 ‘영’들을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명령하셔서 대응하도록 하신 것보다 그들 주변의 정령(精靈) 신앙적 족속들이 해오던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의 백성이 주변 나라들의 신들을 숭배하지 말도록 항상 엄히 경고하셨고, 그들이 불순종할 때는 징계하셨다. 하나님은 인간들을 다루실 때 셀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참으셨다는 것을 보여 주셨다.

그러나 삶의 분야에서만큼은 강력히 다루시며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시는 것은 그분의 깊은 뜻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것이 영적 능력과 관련된 상황화 논의의 모든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한다. 이런 제주의 환경에서 영적 긴장은 필수적이다.

지금 제주는 제주도민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유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슬람, 힌두, 불교권 유학생들과 이민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향한 전문적 선교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팬데믹 이후 지금의 선교상황은 많이 위축되었다. 세계가 자국을 봉쇄하며 이동이 불가한 상황 속에서, 많은 선교사들이 제주로 들어왔다. 제주도의 특성을 고려하여, ‘보내는 선교가 아닌 받는 선교’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상권
▲최상권 목사.
최상권 목사
제주 하람교회
백석대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