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여성 히잡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 ⓒpixabay
인도네시아의 34개 주 가운데 24개 주에서 기독교인을 포함한 여성과 소녀들에게 억압적인 복장 규정을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는 국제인권기구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24개 주의 15만 개 학교가 지역 및 국가의 규정에 따라 의무적인 히잡 규칙을 시행 중”이라고 25일 보도했다.

또 아체 및 서수마트라 같은 보수적인 이슬람 지역에서는 이슬람이 아닌 타종교를 믿는 소녀들조차 히잡 착용을 강요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열도에 거주하는 수백만 명의 소녀들과 여성들은 머리, 목, 가슴을 덮는 여성용 머리 장식인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히잡은 일반적으로 긴 치마와 긴 소매 셔츠와 함께 입는다.

보고서는 “법령을 발표한 관리들은 이슬람 여성들이 신체의 은밀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머리카락, 팔 , 다리뿐만 아니라, 때로는 여성의 체형도 포함시켜 가리는 것이 의무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히잡 착용을 거부함으로써 학대 등을 경험한 100명 이상의 인도네시아 여성들을 인터뷰했다.

이러한 엄격한 복장 규정은 이슬람교 율법인 ‘샤리아’의 영향을 받았으며, 여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의사 및 전문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 중 2명은 소셜미디어에서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기독교인이자 족자크라타에 위치한 가자마다대학의 대학원생인 세일라나 누그라하(25)는 HRW와의 인터뷰에서 “계모는 내게 4학년 때부터 히잡을 착용하도록 강요했다”고 했다.

그녀는 2012년 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머리에 스카프를 쓰도록 강요받았다고. 이듬해인 2013년 누그라하는 오토바이 사고로 몸이 마비돼, 기독교인인 친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누그라하는 “내 친어머니는 기독교인이고, 아버지는 이슬람교인이다. 어머니는 여전히 나를 이슬람 기도와 학습 시간에 데려갔지만, 나는 히잡을 벗고 반팔 셔츠를 입고 학교에 갔다”며 “나는 학교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유일한 무슬림 학생이었다. 학교에 기독교인 학생들이 있었지만 10명도 채 되지 않는 소수였고, 그들 중 누구도 머리에 스카프를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동네 이웃인 여자 역사교사가 내게 다가왔다. 그는 내게 ‘너는 히잡 없이 성공하지 못하고 지옥에 갈 것’이라며 욕을 하고 꾸짖었다”며 “나는 울었고, 굴욕감을 느꼈다. 이는 많은 학생들이 목격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후 그녀는 4일 연속으로 여교사 3명과 이슬람 남성 교사로부터 억압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누그라하는 “당시 이슬람 종교 교사는 날 울리지 않지만, 빈정거렸다. 수학 교사는 내 담임선생님이기도 했다. 내 성적은 영향을 받았고, (심리적 고통으로) 엉망이 되었다”며 “교장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HRW 보고서는 지방 정부를 감독하는 인도네시아 내무부에 전국적으로 60개 이상의 ‘지역 복장 규정’을 무효화할 것을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정부는 지방 법안을 폐지할 권한은 없지만, 내무부는 국가 법률과 인도네시아 헌법에 위배되는 지방 행정명령을 무효화할 수 있다.

일레인 피어슨 HRW 아시아국장 대행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적이고 권리를 남용하는 주 및 지방의 법령을 즉시 뒤집어야 한다”며 “이 법령들은 실질적인 해를 끼치고 있고, 그 문제는 중앙정부의 조치에 의해서만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다의 이슬람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에는 2,040만 명의 개신교인과 842만 명의 가톨릭교인이 있다. 인도네시아 내무부 인구 및 시민 등록국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이 두 집단은 전체 인구 2억 7,223만 명 중 10.58%를 차지한다.

인도네시아의 헌법은 건국 5원칙인 ‘판차실라(Pancasila)’ 교리에 기초하고 있다. 판차실라는 유일신 신앙, 정의와 문화적인 인간성, 단결, 합의제와 대의제를 통한 민주주의, 국민 사회정의로 구성된 정치 이념이다.

반면 인도네시아의 많은 극단주의 단체들은 판차실라에 반대하며, 기독교인을 공격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교회들은 비무슬림 예배당의 건축을 방해하는 단체들의 반대에 직면해 왔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1천 개 이상의 교회가 이러한 압력에 의해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