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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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약 100년 전 발생한 대규모 원주민 아동 학살을 사죄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24일(이하 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전용기에 오르기 전 이번 방문의 목적에 대해 “참회와 속죄의 순례”라고 밝혔다.

현재 만성 신경통을 앓고 있는 교황은 환영식장까지 자동차와 휠체어를 이용했다. 그는 건강 상 이유로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 방문 일정을 모두 취소했지만 캐나다 일정은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25일 앨버타주 에드먼턴 남쪽에 위치한 마스크와시스를 방문해 그곳의 원주민 공동체 장로들과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오후에는 에드먼튼의 성심교회에서 원주민 및 비원주민 참석자들을 위한 첫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작년 캐나다에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스캐처원주 등의 원주민 기숙학교터 4곳에서 3~16세 원주민 아동 유해가 1,200구 넘게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이들 기숙학교는 1881년부터 1996년까지 캐나다 정부가 인디언과 이누이트족 등 원주민 문화를 말살하고 백인·기독교 사회에 동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세웠다. 그 중 70%를 가톨릭교회가 위탁 운영했다.

100년 넘는 기간에 총 15만명의 원주민 어린이가 부모와 강제로 떨어져 전국 139곳의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야 했다. 이곳에선 사제와 교직원 등에 의한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가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유해 1,200여 구가 발견됐지만, 기숙학교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아이들은 최대 1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원주민들은 이를 ‘문화적 집단 학살’로 규정했다.

캐나다 정부는 2008년 원주민 단체에 공식 사과하고, 400억 캐나다달러(약 40조6000억원) 규모의 배상을 했다. 기숙사 운영에 가담한 개신교회도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의 사과는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원주민 아동 유해가 쏟아져나오자 “매우 고통스럽다”는 심경을 밝혔고, 지난 4월 바티칸을 찾아온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에 “깊은 슬픔과 수치를 느낀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반드시 현장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원주민 단체는 교회 차원의 배상과 보상, 살아 있는 가해자들에 대한 단죄, 훔쳐간 원주민 유물 반환, 기숙학교 관련 모든 정보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