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원 졸업생들, 기존 커리큘럼 준비 부족 호소
전국 신학대들 빈 강의실 주말 교회 개척에 활용
기독교적 놀이 문화로, 진정한 성도의 교제 실현

해길사역연구원
▲(왼쪽부터) 해길사역연구원 송태흔 목사와 배종열 교수. ⓒ이대웅 기자
코로나19 이후 교회 개척은 더욱 힘들어졌다. 교회 신뢰도와 호감도가 떨어지다 보니, 개척 성공률이 10%를 밑돈다는 통계 조사도 있다.

개척 목회자들은 재정 형편이 어려워 목회에 집중하기 어렵고, 갈수록 높아지는 임대료와 생활비 등으로 재정 압박은 가중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중직’을 선택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설교 준비와 성도 심방 등 목회 집중도는 전보다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길사역연구원은 이를 타개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신학교 빈 강의실을 하나의 개척교회로 만드는 ‘건물 없는 교회’가 그것. 건축비나 임대료 걱정 없이 교회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신학교 강의실에 개척한 각 교회들은 재정을 통합해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돈이 없어 개척 못하는 목회자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캐치프레이즈.

이와 함께 신대원 졸업 후 무작정 개척에 뛰어든 목회자들을 위해 실질적이고 융합적인 과목을 개설하고, 품성부터 시설 관리까지 목회에 필요한 다양한 부분을 가르쳐 ‘준비된 목회자’를 양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엘림 코뮤니오를 운영하던 송태흔 목사와 지난 2월 개신대에서 조기은퇴한 신약학자 배종열 교수가 의기투합했다. 이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 해길사역연구원이 위치한 서울 신설동 남서울대를 찾아 들어봤다.

-해길사역연구원의 취지와 목적은 무엇인가요.

배종열 교수: 목회자들의 개척에 도움을 주기 위한 곳입니다. 개척하면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목회자들을 많이 봤습니다. 임대료 부담도 있지만, 목회에 대한 생소함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신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그리 도움이 안 된다고 호소합니다.

졸업 후 곧바로 개척하는 것은 마치 초년병이 대규모 전투에 참여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하드웨어 측면에서 예배당 임대료 차원의 도움을 드리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목회 현장과 가까운 교육 훈련을 실시할 것입니다.

지금 목회자들은 한국교회 호감도가 떨어지고 신뢰도 낮은 상태에서 이중직에 시달리며 생활고까지 해결해야 하는 내외적 요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으로 많이 고민하다, 신대원을 갓 졸업한 후배들을 위해 시작한 사역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시는지요.

배종열 교수: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이곳 남서울대학교의 빈 강의실을 이용해 신대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주일과 수요일 등에는 예배도 드리고 있습니다.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학교 측에서 감사하게도 장소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2학기에도 교육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현재 3개 교회가 이곳에서 개척한 상태입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실제 목회에 도움이 되는 커리큘럼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기존 신학 분류 체계도 좋지만, 저희는 실제 사역을 중심으로. 말씀과 섬김, 경영 세 가지로 나눴습니다. 이 역시 전통 신학 체계에서 나온 것입니다. 예수님의 삼중직무인 선지자·제사장·왕, 교회의 삼중직무인 교도권과 봉사권, 치리권이 근간입니다.

무엇보다 과목들 간에 조화와 융합을 시도하고, 교회에 필요한 과목이라면 뭐든 넣고자 합니다. 먼저 말씀 사역에서는 회중에 대한 연구를 계획 중입니다. 성도들에게도 초점이 있지만, 지역교회가 전도하려는 대상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설교문 작성입니다. 설교문 작성을 어려워하는 목회자들이 많은데, 성경 본문을 어떻게 설교문으로 완성시킬 수 있을지 실제 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섬김 사역은 크게 하나님 섬김과 이웃 섬김 2가지입니다. 하나님 섬김은 예배입니다. 성찬과 세례의 성례부터 장례, 결혼, 기도회 등 각종 예배에 대한 교육입니다. 기도와 찬송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웃 섬김은 사람들의 회복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마음 치료, 재정이 어려운 이들은 구제에 대해 섬기고자 합니다. 특히 여가를 어떻게 활용하고 문화적 측면에서 기독교 세계관 내에서 놀이 문화를 발전시키고 끈끈하게 지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연구할 것입니다.

경영 사역은 조직 운영과 시설 관리입니다. 교회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하나 되게 할 것인가는 중요합니다. 교회 내 갈등을 화해로 이끌어야 합니다. 갈등이 생기면 대개 목회자들이 그냥 나와 버리는데, 그러면 후임자가 가서 또 고생하게 됩니다.

병원에서 암을 진행 단계에 따라 1기, 2기 등으로 구분해 치료하듯, 목회자들이 갈등을 그 정도에 따라 구분해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시설 관리의 경우에도 공간부터 조명과 음향 등 교회 내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관리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전체 커리큘럼을 기존 신학교들과는 다르게 구성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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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예배드리는 주일 1부 예배 모습. ⓒ연구원
-요새 기독교적인 놀이 문화로 재미까지 보장할 수 있나요.

배종열 교수: 교회에서는 성도의 교제가 중요한데, 자칫 친목 단체 같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가 빠지고 사람들끼리 친해지면, 잘 될 것 같아도 결국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성도의 교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보았습니다.

말씀드린 이웃 섬김도 철저하게 성도의 교제 측면에서 온전한 사람으로 세워가는 과정입니다. 그리스도의 정신을 갖고 삶을 살아감으로써 기독교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가정마다 성경 한 권을 선물하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기독교 정신에 근거한 여가나 놀이, 삶을 보급한다면 훨씬 기독교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기독교적인 놀이를 보급하고자 합니다. 관련 연구를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국교회에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한국교회가 답을 다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전문가들을 잘 엮어내면 됩니다. 통탄할 일이 아니라, 한국교회에 베푸신 하나님 은혜를 찾아 엮어내고 드러내야 합니다. 교회에 있는 보화를 발견하고, 전문적 지식을 가진 분들과 팀티칭을 해 나가야 합니다.

핵심은 목회자들의 품성과 역량 교육입니다. 품성이란 매너와 에티켓, 윤리 등입니다. 저도 신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에티켓에 대해선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역량은 목회계획서나 프리젠테이션 등을 만들 수 있는 능력입니다.

-기존 신학교에서는 이런 교육이 왜 힘든가요.

배종열 교수: 먼저는 각 과목들마다 칸막이가 있어 협업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는 신약학을 가르쳤는데, 학생들이 조직신학이나 설교학, 구약학 등을 질문하면 답할 수 있음에도 답하지 못했습니다.

둘째로 목회 현장에 직접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해야 하는데, 변화와 적응이 너무 느립니다. 현장은 너무 빨리 변화하고 있는데, 신학교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3년 동안 공부하고 졸업한 후에도 전국으로 세미나를 들으러 돌아다닙니다. 신학교 교육만으로는 현장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저는 신학교 교수였지만, 기존 교회 목회와 개척 목회를 해 봤기에 어느 정도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송태흔 목사: 신대원 졸업 후 준비 없이 믿음만으로 말뚝 박고 시작하는 개척 목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한 것이 해길사역연구원입니다.

신대원 졸업 이후가 문제입니다. 실제로 실패하고 찾아오는 목회자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목회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가정이 무너지기 때문에 심각한 것입니다.

사모들 중 우울증에 걸린 분들이 많습니다. 교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 직업이 있는 사모들은 그나마 괜찮습니다. 하지만 90%는 어쩔 수 없이 식당에서 서빙 등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번 돈마저 대부분 교회 월세에 들어갑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입니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닙니다.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340만 원으로 개척을 시작한 교회가 있었습니다. 인테리어에만 1억 원이 추가로 들었습니다. 3년이 지났지만, 15명이 안 돼 아직 교회로 등록하지 못했습니다.

-이곳에서의 목회는 어떻게 다른가요.

송태흔 목사: 돈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남서울대 강의실에 ‘인큐베이팅 교회’를 세웠습니다. 여기서 먼저 실습을 해보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2년 4학기 동안 공부하고 임대료 걱정 없이 목회하면서, 목회자에게 15명을 모으게 합니다. 새신자가 아니라 신앙 좋은 장로·권사 등 15명을 모아서 개척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가족 친지들이라도 신앙 좋은 분들을 모아서, 2년만 이곳에서 개척을 도와달라고 해야 합니다. 이들은 2년 후 이 교회에서 계속 섬길 수도 있고, 다시 섬기던 교회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신학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교회 이름부터 정관까지 다 정하고 정식으로 사역합니다. 강의실에서 교회를 운영하니 아무래도 비용이 적게 듭니다. 성장하면 나가도 되고, 계속 여기서 모여도 됩니다. 물론 성도가 너무 많아지면 여기서 모이긴 힘들겠지요.

신대원(M.Div.) 마치고 아무것도 모른 채 교회 이름만 갖고 어떻게 제대로 목회하겠습니까? 성공하면 기적입니다. 이곳에서는 주일 예배도 1부는 각자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2부 예배는 함께 드립니다. 25명이 되면 2부까지 독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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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교회들이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주일 2부 예배 모습. ⓒ연구원
-교회는 지역을 섬겨야 하는데, 한 곳에 무한정 교회를 세우는 것이 맞는 일일까요.

송태흔 목사: 그런 질문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지역 교회’가 있나요? 무엇보다 교통이 편리해져서, 지역 대신 비전과 생각 중심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초창기 한국교회에는 여성들만 모인 교회가 있었습니다. 여학교가 거기서 출발했지요. 이곳에서는 중학생에 대한 달란트와 비전이 있다면, 그들을 위한 교회를 별도로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학생들만으로는 헌금도 적고 사례도 적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합하는 것입니다.

이곳 교회들은 재정을 통합 관리합니다. 사례비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책정합니다. 이것이 엘림 운동입니다. 저나 배 원장님은 여러 경험을 토대로 도울 것입니다.

2부 예배를 함께드린다고 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신학 교수들인 저희가 뒤에 앉아있는 가운데 예배를 진행하고 설교를 한다는 것입니다. 목회자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긴장합니다. 처음에는 설교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목회자가 총 14명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설교를 잘 합니다. 설교문도 검토를 위해 미리 보내주다가, 지금은 보내지 않습니다. 그정도로 성장한 것입니다. 몰라볼 정도로 발전한 목회자들도 있습니다. 다른 목회자들 앞에서 설교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희의 최종 목표는 신학대학원 설립입니다. 건물이 생겨 강의실이 100-200곳 되면, 이 모두를 개척교회들에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잘 만들어 후임자들에게 물려주고, 한국교회에 도움을 드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소재한 신학교들이 주말에 남는 강의실을 개척교회들에 제공한다면, 목회자들의 개척에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희 모델은 분립개척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사실 분립개척도 쉽지 않습니다. ‘분립’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섬기던 교회를 떠나기 힘듭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보증금 2억’ 교회가 그런 사례입니다. 분립개척이었지만, 기존 성도들 중 아무도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내부에서 배신자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준비 안 된 개척 목회자들에게 준비 기간을 제공하려는 것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개척 멤버’입니다. 개척 멤버는 새신자가 아닌, 믿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가까이 있는 가족 친지부터 친구, 지인까지 15명을 먼저 모아서 ‘2년만 전도해 주고 가시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섬기던 교회에 ‘2년 파송’을 정식으로 이야기해서, 교회를 세워주고 돌아오겠다고 하면 됩니다.

-해길사역연구원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이곳에서 개척을 하려면 조건이 있을까요.

송태흔 교수: 처음 시작이기에 매주 화·수 이틀간 진행됩니다. 교단 관계 없이 ‘건물 없는 교회와 재정 통합’에 대해 뜻이 갚으면 함께할 수 있습니다. 각 교회마다 있는 재정위원이 재정을 함께 관리하게 됩니다.

저희는 ‘엘림 코뮤니오(Ellim Communio)’라는 이름 아래 ‘쓴물을 단물로 바꾸는 엘림 운동’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엘림 공동체’가 이미 존재하고 있어 비슷한 의미의 ‘코뮤니오’로 이름 붙였습니다.

엘림 코뮤니오는 말씀·지식·생명·정보 등 4대 나눔 운동을 기반으로 합니다. 말씀나눔은 교회 설립 및 교육 등을 맡고. 지식나눔은 신학교와 해길사역연구원이 주요 사역입니다. 1차로 신대원을 설립하고자 합니다. 생명나눔은 병원·요양원과 연계하는 사역, 정보나눔은 신문·잡지·출판·통계 등으로 교회를 섬기고자 합니다.

총괄 부서는 말씀나눔 사역본부에 있고, 각 영역마다 나누미가 있습니다. 온라인 교보문고에서 <해길의 새길> 전자책을 검색하시면, 저희 사역에 대해 자세히 아실 수 있습니다.

문의: 02-6448-1156, haegilministr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