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대부분 감염, 남성과 성관계 남성에서
동성 성행위가 전염 경로일 가능성 굉장히 높아
기존과 달리 성병 유사한 증상 보여 진단 어려움

원숭이두창
▲원숭이두창 관련 보도. ⓒ연합뉴스 캡처

WHO(세계보건기구)가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가운데, 원숭이두창 확진자 95%가 성관계를 통해 감염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성관계는 대부분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이뤄졌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AFP통신을 인용한 머니투데이는 영국 런던퀸메리대 연구진이 지난 4월 27일부터 6월24일까지 16개국 528명 원숭이두창 확진자를 조사한 결과에 대해 이 같이 보도했다.

연구 대상 가운데 98%는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 남성이었다. 이들 평균 연령은 38세이며, 이들 가운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는 41%였다.

이들은 최근 3개월간 평균 5명과 성관계를 했고, 3분의 1 가량은 한 달 사이 사우나, 파티 등 여러 장소를 방문했다.

연구진 존 손힐 교수(런던 퀸메리대)는 “지금까지 대부분 감염이 주로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 사이에서 나타남에 따라, 성행위가 전염 경로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호흡기 비말이나 어떤 종류의 가까운 신체 접촉이나 옷 등 다른 표면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확진자들은 대부분 증세가 경미하고 자기통제가 가능했으며, 사망자도 없었다”며 “13%가 입원했지만, 대다수 환자에게서 심각한 합병증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알려진 원숭이두창은 세계 다른 지역에서 잇따라 확산하면서 기존과는 달리 성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여, 진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 세계 의학계는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이 지난 22일 공개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전했다.

연구진은 세계 16개국 확진 사례 528건을 분석한 결과 입, 항문, 성기 등 단 한 곳에만 발진이 발생한 환자들을 확인했다.

이는 발진이 얼굴, 입 안, 손, 발, 가슴, 성기, 항문 등 몸 곳곳에 발생한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연구진 클로이 오킨 교수(퀸메리대)는 “진단이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는 이 질병을 실제 식별할 능력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존 손힐 교수도 “기존과 다른 증상은 원숭이두창 감염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매독, 헤르페스 등 일반적인 성병으로 오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원숭이두창을 폭넓게 정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최초 발견된 원숭이두창은 주로 감염된 동물 또는 가정 내 감염자와 접촉을 통해 확산돼 왔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동성애자 남성들 간의 접촉이 주 확산 경로다.

원숭이두창은 에이즈 환자에서 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그런 차이가 감지되지 않았다.

그러나 원숭이두창은 아직 성병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으며, 성관계에서 나오는 액체를 통해 감염되는지도 명확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정액 표본 32개 중 29개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했지만, 전염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일부 지역 보건당국은 자체적으로 기존 원숭이두창과 다른 증상에 대해 공지했다.

미국 뉴욕시 보건당국은 지난 18일 공지에서 일부 확진자들에 대해 “일반적 감염 사례와 달리 잠복기간이 2-5일로 짧고, 고열이나 림프절 비대가 없으며, 항문과 성기 부분에 약간의 병변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WHO 비상사태 선포, 정부도 평가회의
국내 첫 유일 확진자 역시 양성애자 남성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 원숭이두창에 관해 ‘국제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선언했다.

WHO는 “세계 70여 국가에서 확대되고 있는 원숭이두창 발병은 이제 세계적인 비상사태로 간주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환자 수는 72개국 1만 5,800여 명이다. 지난 6월까지 환자 수는 3천여 명에 불과했던 점에 비추면 급증세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으로, 선언 시 WHO가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은 긴급위원회에서 전원 찬성을 얻지 않은 가운데 이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5명의 위원 중 9명은 해당 선언에 부정적이었으며, 이러한 상태에서의 선언은 이례적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위원들의 관점이 엇갈렸고, 쉽고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음도 안다”며 “원숭이두창은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전파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선언은 역대 7번째이다. 이전에는 2009년 신종플루(H1N1)를 시작으로 2014년 야생형 소아마비,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8년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등 총 6차례 선언됐다.

한 달 전 첫 확진자가 입국했다 퇴원한 우리나라 관계당국도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국내 첫 확진자이자 유일한 확진자 역시 양성애자 남성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은 24일 “국내외 발생 상황과 WHO의 PHEIC 선포를 고려해, 이번 주중 ‘위기상황 평가회의’를 개최, 조치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원숭이두창 PHEIC 선언은 유행세나 치명률이 코로나19만큼 강하다기보다,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신호라는 게 방역 당국의 판단이라고 연합뉴스는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 5월 31일 원숭이두창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 단계로 발령하고, 6월 8일 해당 질병을 제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한 바 있다. 6월 22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위기경보 ‘주의’를 발령했고, 대응 체계도 질병관리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방역대책본부로 격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