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 언덕 해 빛 햇살 구름 하늘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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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제제기: 10개조 논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2018년 한국의 종교현황’에 따르면, 국내 개신교 교단 수는 374곳이다. 교회 수는 5만 5천여 곳이나 되는데, 안수받은 목사 수는 교회 수보다 훨씬 많다. 이 교회 수는 전국 편의점 및 치킨집을 능가한다.

교인 수는 성장이 한창일 때 무려 1,200만 명까지 치솟아 올랐으나, 최근에 와서는 700만 명으로 보는 통계도 있다. 앞으로 고령화 저출산이 한층 더 상향선을 타면, 지방 초토화 과정에서 신뢰도 추락까지 더해 교인 수는 더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고 보면 이제 개혁은 스쳐 지나가는 과제라기보다는 생존 문제임을 직시할 수 있다.

한국교회 신뢰도와 관련하여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 부설 코디연구소에서 2022년 3월 31일부터 4월 4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그 신뢰도는 26일 18.1%로 나타났다. 2년 전보다 13.7% 포인트가 떨어졌다.

비기독교인들 중 기독교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8.8%였다. 기독교가 한국 교회 때문에 수모를 당하고 있음이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19-29세에서 신뢰한다는 비율이 11.7%로 가장 낮았고, 60세 이상에서 27.7%로 가장 높았다.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는 25.3%로 3대 종교 중 가장 낮았다. 천주교는 65.4%, 불교는 66.3% 였다. 이렇게까지 된 원인으로는 삶으로 증명되지 않는 신앙과 배타적인 이미지 때문으로 압축시킬 수 있다.

한국교회 신뢰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그나마 2020년에는 32%, 2021년에는 21%였는데 2022년 와서는 언급한 대로 18.1%까지 추락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된 원인들에 대해서는 이미 전 항목(연구 방법론과 그 한계)에서 학자들의 다양한 입을 빌려 일별해 놓았다. 그런데도 국민 10명 중 7명은 종교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래서인지 성경만큼은 명실공히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굳게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절망한 나머지 두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런 때일수록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정확한 진단(diagnosis)과 함께 주도면밀한 문제제기가 긴히 요청된다.

이에 논자는 그 문제제기를 10개조 논제로 정리해 보았다. 이 문제제기는 병들어 있는 한국교회에 대해 물론 총괄적(all-inclusive) 내용이 되어야 한다.

이 문제제기 10개조 논제를 충분히 이해하려면, 먼저 교회가 기독교를 담아내는 도구이며 기독교 또한 종교들 중의 하나인 개별 종교이기에 종교 현상의 기본구조에 대한 인지가 필요하다.

시카고학파 종교학자 요아힘 바하(Joachim Wach)는 그 기본 구조를 일단 ‘종교 경험’으로 보고, 이 경험은 세 가지로 표현된다고 했다.

이 표현은 이론적 표현(신학적인 교리들: 신론, 기독론, 성령론, 교회론, 인간론, 마귀론, 종말론 등)과 실천적 표현(전도, 헌금, 헌신, 봉사 등) 및 공동체적 표현(성당, 교회, 사찰, 움마 등)을 말한다.

논자가 요아힘 바하의 주장을 여기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은 한국교회 온갖 신앙병리 현상이 그 기본구조와 상관돼 있기 때문이다. 종교학자 장병길은 신앙병리 현상을 두고 신의 독특한 은총을 자기 혼자만 받았다는 식의 맹신으로 말미암아 망상을 일으키게 하는 질병이라고 하였다.

이 종교 현상의 기본구조에 이어 살펴야 할 관건이 있다. 대체 한국교회 신뢰도를 추락시키는데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는 과연 누구였는가 하는 것이다.

위 설문조사에서 한국교회 신뢰도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는 ‘교회 지도자들의 윤리적인 삶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0.2%로 가장 많았다. ‘배타적이고 독단적인 언행’이 34.0%로 그 뒤를 이었다. 이로 보아 한국 교회의 문제아는 바로 교회 지도자들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종교학자 윤이흠은 종교 구성원을 정예전통(elite tradition)과 대중전통(popular tradition)으로 구분하였다. 그런데 이 정예전통에는 상아탑의 신학자들과 현장에서 뛰고 있는 목회자들이 있다.

여기에도 현실적으로 문제점이 하나 있다. 윤이흠이 지적한 대로 한국교회를 지도해야 할 방향타가 실종되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즉 신학자들과 목회자들 간에 틈새(gap)가 생겨, 그 신학자들이 아무리 신학적인 정론(正論)을 펴도–통합된 신학 작업을 치열하게 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현장에 있는 목회자들에는 좀처럼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반면 일부 신학자들은 ‘특정 대형교회를 위한 어용 신학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은 쌍방이 성직을 유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응당 무겁게 책임을 져야 할 정예전통은 많은 신자들을 치리하고 있는 목회자들이다.

그런 목회자들에게도 분명한 경계선이 그어져 있다. 이는 역사적 전통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들과 소위 맨발로 개척해 대형교회로 성공시킨 이들과 비전(또는 개척)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미자립된 이들이다.

솔직히 말해 그들 중 오늘의 한국교회에 병폐를 가져다 주었던 일부 목회자들은 과연 누구냐고 할 때, 의심할 여지없이 개척해서 대형교회로 성공시킨 목회자들이다. 그들이 바로 한국교회를 병들게 한 무소불위의 당사자로서 최우선 책임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각 교단의 수장 및 중요 직책을 맡아 권력을 누리고 있는 핵심 기득권 세력이다. 아무리 신앙의 비리 현상들이 낱낱이 세상에 노출돼도, 자정능력 없이 여전히 건재해 있다.

이와 달리 초빙받는 역사적 전통교회 목회자들은 나름대로 제어할 수 있는 기층 세력의 장로 그룹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자정능력이 상존한다. 그런 까닭에 그들에게서 비리 행위 같은 것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문제는 있다. 그들 또한 교단의 기득권 세력으로서, 개척 성공 목회자들의 비리 행위들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무관심하듯 유구무언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언해서 공동체 의식이 결여된 것이다.

반면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대부분 초년생으로 아무런 힘이 없다. 그들 역시 유구무언이다. 어쩌다 젊은 용기에 바른 소리를 하면, 종교 재판에 회부된다. 이 와중에도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적용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와 같은 한국 교계의 정예전통의 상황을 보노라면, 결국 한국교회 전반 문제가 총체적임을 간파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 종교학은 총체적 이해(holistic understanding)를 지향하며, 연구상 다원방법(multi-method)을 채택한다. 그래서 종교학은 거시적 대형이론가(grand theoriests)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는 특정신학의 교구주의(parochialism)를 배제한다. 이럴 때만 제3 종교개혁을 단행할 수 있다. 이 종교개혁은 진정한 가치관 변혁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윤이흠은 한국교회가 변혁해야 할 핵심체를 신앙 질병의 꼭지점이기도 한 신앙 절대주의와 반지성주의와 반사회적인 도덕적 무감각증으로 보았다.

이 세 가지 역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바로 그 중심축이 되는 신앙의 단계와 자유와 공동체에 대한 인지 결핍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제부터는 총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함에 있어, 그 내용을 10개조(個條)로 나눠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개조 01: 한국교회 전체의 왜곡된 기복신앙에 대한 시각 교정
개조 02: 반드시 재설정되어야 할 상황화 신학 작업
개조 03: 한국교회 역사 인식과 구조적 변혁
개조 04: 한국교회 세속화된 기능과 그 공동체 회복
개조 05: 십자가가 없어 열납되지 않는 예배 갱신
개조 06: 가장 전형적이자 이상적인 순수정통 교회
개조 07: 인기스타 산업화된 교회 시장과 헌금사업
개조 08: 신앙발달의 장애와 긴급 처방전
개조 09: 한국인 교회의 시급한 통합과제
개조 10: 새로운 시대의 제3 개혁교회

이상 개혁의 논제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후, 신학자들은 전문가 입장에서 각 교파들의 신학적 조화를 일궈내는 작업 체계(system of work) 분투를 통해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목회자들에게는 그 논제를 중심으로 참조해서 현장에 적용(applicatio)시키는 과감한 목회적 태도가 요청된다. 그 이유는 10개조 논제 자체가 한국교회에 대한 진단과 함께, 대처방안을 각 개조마다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

민병소 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서울대학교 대학원(종교학)
미국 Southwest B. University (H. 신학박사)
기독교한국회중회 총의회 전권위원장
한국교회 최초순교자토마스기념예배당
기독교한국회중회 제일교회 담임목사
(사) 토마스순교기념선교회 회장
(사) 토마스순교기념선교회 농협 301-0304-055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