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 다하는 복음주의 신앙 나아가야
한국교회 선두 위치에 서 있는 탁월한 목회자
천부적 ‘설교인’, 자만 대신 설교 준비에 열정
최고 설교자로 풍성한 열매 거둔 한국의 거목

박조준 목사
▲박조준 목사. ⓒ크투 DB
‘박조준 목사의 설교와 목회신학’을 주제로 제1회 웨이크(WAIC) 신학포럼이 18일 오후 서울 노량진 CTS아트홀에서 국제독립교회연합회(총회장 임재환 목사, 이하 웨이크)와 웨이크사이버신학원(이사장 임우성 목사) 공동 주최로 열렸다.

1934년 평남 강동에서 태어난 박조준 목사는 서울대 문리대와 장로회신학대학교,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 영은교회와 영락교회, 갈보리교회 등에서 2003년까지 목회한 후 2013년 웨이크를 설립했다. 웨이크사이버신학원 명예총장, 아주사퍼시픽대학교 명예박사이다.

포럼에서는 조성현 교수(부산장신대)가 ‘들리는 설교와 들어야 할 설교에 대한 모델 연구: 박조준 목사의 예언자적 설교를 중심으로’, 김열 교수(웨이크사이버신학원)가 ‘우리 시대 설교자의 표상, 박조준 목사님’, 정일웅 교수(전 총신대 총장)가 ‘실천신학 관점에서 본 목회자 박조준 목사’, 정장복 교수(한일장신대 명예총장)가 ‘설교인 박조준 목사의 설교세계를 조명하다’를 각각 발표했다.

‘들리는 설교’와 ‘들어야 할 설교’ 사이

조성현 교수는 “청중과 소통하는 ‘들리는 설교’가 매우 중요하지만, 건강한 설교자라면 청중이 ‘들어야 할 설교’, 바로 예언자적 설교(prophetic preaching)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들리는 설교가 효과성(effectiveness) 측면에서 강조된다면, 들어야 할 설교는 설교의 진정성(authenticity)이 강조된다”고 전제했다.

조 교수는 “설교가 행해지지 않는다면 복음을 들을 수도 없고, 구원의 역사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설교는 단순하게 한두 가지 요소로 결정되는 행위가 아니라, 신학과 전달의 종합예술”이라며 “들리는 설교를 위해 설교자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아리스토텔레스가 고대 수사학에서 주장했던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라고 밝혔다.

로고스에 대해 그는 “설교의 깊은 내용과 말씀의 논리성, 이성적 이해와 본문의 깊이 있는 주석을 의미한다. 박조준 설교는 말씀의 로고스가 분명한 설교를 전했다”며 “박조준의 설교와 성경강해는 본문에 충실하고 성경·예수 그리스도·십자가 중심으로, 성경의 객관적 말씀을 청중이 받아들이는 주관적 하나님 말씀이 되게 했다”고 평가했다.

파토스에 대해선 “열정과 감성, 정념(passion)이라는 뜻처럼, 설교자가 생명 바쳐 열정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설교하는 것”이라며 “박조준은 21세기의 휫필드이다. 그의 정확한 발음과 호소력 있는 음성·음색, 적절한 고저 강약, 잘 들리는 속도, 표정으로 나타나는 유머 감각,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 제스처와 묘사 등 수사학적 전달 능력은 탁월한 파토스 그 자체”라고 말했다.

에토스에 관해선 “설교자의 인격과 도덕성을 의미한다. 설교자의 인격과 설교 행위는 절대 분리시킬 수 없다. 설교자의 인격과 에토스가 설교에 직·간접적으로 절대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박조준의 에토스는 설교로 나타났다. 그는 ‘사람들이 나처럼 예수님을 믿었으면 좋겠다’고 대담에서 밝힌 바 있다”고 소개했다.

웨이크 박조준
▲조성현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조성현 교수는 “박조준은 서슬 퍼런 유신정권과 신군부의 막강한 힘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담대하게 강단에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냈다. 이는 당시 최대 장로교회 목회자로서 매우 위험부담이 큰 일이었다”며 “그러면서도 1977년 미군 철군 반대를 위한 사절단으로 미국 총회에 참석해, 교계 지도자들과 정부 요인들을 직접 만나 한국교회의 뜻을 전하고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박조준은 청교도적이고 복음적인 설교 정신으로 가득했지만, 이러한 구국 행동의 밑바닥에는 예언자적 설교 정신이 가득했다”며 “박조준의 예언자적 설교는 대한민국 어느 설교자도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함과 담대함, 예지(叡智)가 들어있다. 특히 정치 분야에서 단순히 울분을 토로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정이 있다”고 분석했다.

끝으로 박조준의 예언자적 설교를 통해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에 대해 △‘들리는 설교’와 ‘들어야 할 설교’ 간의 균형 △성경적 교회론에 기초한 올바른 설교신학 정립 △비판과 심판뿐 아니라 희망과 소망, 바른 방향도 전하는 것 △가장 중요한 동기가 ‘성공’이 아닌 ‘소명’일 것 △사회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할 것 △어느 설교자도 완벽하지 못함을 인정할 것 등으로 열거했다.

그는 “교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복음주의적 신앙으로 나아가야 한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는,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모든 일에는 사랑을’ 더함으로 거룩한 공교회를 이루는 것이 예언자적 설교의 첫걸음”이라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작은 교회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기성교회들은 배타적 집단이기주의 아성으로 몰리는 상황 속에서, 다시 한 번 우리의 설교를 점검하자”고 권면했다.

실천신학 관점에서 본 목회자 박조준

정일웅 교수는 박조준 목사에 대해 설교자·목회자·교회 정치가·목회실천 자문 등 4가지로 살피면서, “이러한 4가지 관점에서 박조준은 전무후무한 한국교회의 선두 위치에 서 있는 탁월한 목회자”라고 밝혔다.

목회자로서 박조준에 대해 “그의 목회철학은 교회 이름처럼 ‘갈보리 십자가의 정신’이었다. 이러한 정신은 장로교회를 떠나 ‘독립교회’를 천명한 데서도 드러난다”며 “박조준은 자신의 정치적 시련이 오히려 하나님의 일에 새로운 각오로 임하게 했고, 끝까지 목회에 전력을 다하게 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전화위복의 은혜를 경험하게 하셨음을 확신했다”고 전했다.

웨이크 박조준
▲정일웅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교회 정치가로서의 모습에 대해선 “개인적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부당한 정치적 행위에 대항한 모습이 교회 정치가로서의 모습”이라며 “하나님의 정의 실현에 대한 그의 신학적 식견과 통찰이 없었다면, 얼마든지 부당한 정치권력과 타협하며 적당한 화평을 도모하고 지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전통 장로교회의 조직화·제도화된 모습을 벗어나, 초교파적 독립교회를 지향한 것도 세속화·교권화된 한국교회 정치의 인간적인 모습을 극복하고 교회 정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종교개혁적 모습”이라며 “갈보리교회에서도 장로 직분을 세우지 않으면서 장로 제도의 문제를 예방하려 했고, ‘독립교회연합회’를 조직했다”고 말했다.

목회실천에 관해선 “평생 쌓아온 목회사역 실천 능력과 자질을 후배 목회자들에게 기꺼이 전수하기 위해 세계지도력개발원을 설립했다”며 “2015-2018년 1년에 15-16회 ‘목회자 나눔’을 통해 정기적으로 성경 해석과 설교, 목회 경험담뿐 아니라 교회 운영 전반의 많은 지혜를 전수했다”고 덧붙였다.

설교인 박조준의 설교세계를 조명하다

정장복 교수는 “현대교회가 직면한 설교의 위기 항목 중 하나는 설교자가 설교 본문을 선포하고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노력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에 본문을 징검다리로 여기는데 있다”며 “설교인 박조준은 일찍부터 설교자가 하나님의 말씀에 근접해 있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성령님의 섭시(讘示)에 의한 메시지 구성과 운반을 강조했다. 그는 언제나 하나님 말씀이 정확하게 선포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웨이크
▲왼쪽부터 김열 교수, 임재환 총회장, 정장복·정일웅·조성현 교수.
정 교수는 “박조준은 언제나 본문과 깊은 대화(Dialogue with text) 과정인 석의 단계가 끝나면, 말씀이 생활화되는 적용(Application)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회중들이 본문을 통해 하나님과의 만남을 이룩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 때문이었다”며 “그래서 어렵고 고단해도 본문이 회중들의 생활 속에 현장화되도록 하는 데 최선을 기울였다. 때로는 위로와 격려로, 때로는 예언자적 외침으로 회중이나 자신의 취향을 뛰어넘는 적용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그는 “설교인 박조준 목사는 설교 준비에 남다른 심혈을 기울인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수평적 인간관계나 수많은 회의에도, 설교 준비가 미완성이면 두문불출해 각종 오해를 받기도 했다”며 “성령님의 역동적인 역사가 자신의 설교에서 동반되기를 원함이 크면 클수록, 더욱더 설교 준비에 매진하면서 성령님의 역사를 간구했다는 기록은 오늘날 설교자들이 가슴 깊이 품어야 할 큰 이정표”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 설교사역 후반부부터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1인칭 단수’를 주어로 하는 종결어 ‘바랍니다, 원합니다, 축원합니다’가 등장했고, 일본어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가 끝말에 아주 많이 장식돼 있다”며 “모세와 이사야, 바울 등을 통해 기록된 말씀을 전할 때, ‘하나님을 통해’라는 말을 빠트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정장복 교수는 “설교를 위해 집념을 불태우면서 설교를 위한 생명으로 살아간 그의 여정, 천부적 설교인의 탤런트를 소유한 몸임에도 자만 없이 남달리 설교 준비에 쏟은 열정, 흐트러짐 없는 예언자적 결의와 자세, 말씀의 종으로서 말씀의 주인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 애쓰는 언행심사, 그 많은 설교의 원고화 작업에 시종여일 본을 보인 정성, 원고로부터 한 단어라도 이탈하지 않으려 애쓰는 정직, 심혈을 기울여 고요한 바다와 성난 파도처럼 온몸 바쳐 외치는 선포의 순간 등 어느 것 하나 잊을 수 없는 그의 성언운반일념(聖言運搬一念)의 광채가 우리 앞에 선하다”고 정리했다.

조지 휫필드
▲조지 휫필드.
설교자란 시대의 파수꾼, 설교란 선물

김열 교수는 “박조준은 설교자란 시대의 파수꾼이고, 파수꾼의 역할은 한 마디로 하나님 말씀을 바로 먹여야 할 소명과 사명이라고 했다”며 “설교는 목사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요 영화의 면류관이며, 하나님의 종이 누리는 특권이기도 하다. 설교자는 파수꾼으로서 ‘너는 내 말을 듣고, 나를 대신해서, 내 백성을 깨우치라’는 세 가지 말씀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설교자의 올바른 정신자세와 가치관, 올바른 인생관과 사명감은 말씀을 바르게 들음에서부터 나온다고 하셨다”며 “박조준은 말씀의 길을 따라 시대와 역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과 길을 묻는 구도자이고, 기도의 깊은 무릎으로 교회와 사회를 향하신 주님의 뜻을 듣고 그 주님의 뜻으로 교회와 시대와 역사를 일개우고 삶의 바른 지향을 일깨워 주시는 우리 시대의 선지자요 파수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조준은 60여년 넘는 세월을 온전히 목회자·설교자로 전심전력하시고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 헌신하시고, 한국교회 최고 설교자로 자리매김하시며 풍성한 열매를 거두신 한국 교계의 거목”이라며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장이’처럼 박조준을 통해 진정한 설교와 설교자의 세계에 대해 너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설교의 광대한 세계에 대해 더 넓게, 더 멀리, 더 높게, 더 깊게 보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정리했다.

웨이크 박조준
▲발표자와 사회자가 자리한 가운데 임재환 총회장이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포럼 전 예배는 임우성 목사 인도로 김석주 목사(웨이크사이버신학원 교무처장)의 기도 후 총회장 임재환 목사가 ‘예수를 더 알고 싶습니다(요한복음 12:20-23)’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임재환 목사는 “박조준 목사님은 저희 목회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마땅한 도리라고 하셨다”며 “예수 그리스도는 죄가 용서받고 영원히 살 수 있는 구원을 위해 오셨기에, 우리 설교의 타깃은 예수 그리스도여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축사한 박순형 목사(웨이크 봉사위원장)는 “목회자는 어떠한 욕심도 배제한 채 오직 믿음·은혜·성경만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며 “포럼을 통해 박조준 목사님의 목회와 웨이크의 설립정신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시간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