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 그림도 막힘의 연속, 그럴 땐 무조건 기도로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그 무언가’ 느껴져
성경 구절 그대로 옮기다 보니 읽어야 할 글 늘어
교만해지지 않도록 늘 조심을, 레위기 그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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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순 작가. ⓒ김동순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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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는 예수님의 탄생부터 어린 시절, 광야 시험과 세례 받으심, 제자 부르심 등 사역 준비, 1-2년차 사역을 그렸다. 2권에서는 세례 요한의 죽음부터 고난주간 전까지 주요 사역들을 묘사하고 있다. 3권은 ‘고난주간부터 부활·승천까지’, 예수님 삶과 사역의 클라이막스인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일주일과 십자가를 지시고 돌아가신 일, 그리고 부활과 지상명령, 승천까지를 다루고 있다. 다음은 전편에 이은 김동순 작가의 이야기.
만화 예수님의 생애(전 3권)
김동순 글·그림 | 생명의말씀사 | 총 808쪽 | 세트 53,000원
-이전에 알던 예수님과, 집필하면서 연구와 그림 작업 후 예수님의 생애는 어떻게 다르게 다가왔나요.
“작업하기 전에는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기 전까지 사람들의 많은 인기를 누리며, 마음에 안 들 때는 상을 엎기도 하면서 즐겁고 재밌게 사역하셨을 거라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예수님의 삶은 그리 순탄하지 않으셨습니다. 지독하게 말귀를 못 알아듣는 제자들과 자신을 육신의 왕으로 삼으려는 대중들, 그러자 당연히 따라오는 권력자들의 시기와 질투….
원고를 마친 후, 답답하고 암울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복음을 전하시는 예수님의 열정이, 떠오르는 태양처럼 뜨겁게 다가왔습니다. 정말 우리에 대한 사랑만으로 가득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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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
나병 환자 10명을 치유하신 유명한 사건을 알고 계실 거예요. 예수님이 그들에게 ‘제사장에게 가서 몸을 보이라’고 하자, 10명이 제사장에게 가던 도중 몸이 낫게 됩니다.
신난 9명은 그대로 제사장에게 몸을 보여주러 가는데, 1명이 예수님에게 돌아와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매번 설교 시간 만나는 이 1명이 원고를 쓰면서 마음에 더 깊이 와 닿았습니다.
기쁨으로 가득해 정신이 없을 때 먼저 예수님에게 감사할 줄 아는,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인간적인 됨됨이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나병환자였다면, 신나서 가버린 9명 중 1명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심지어 이방인이었던 이 사람은 기쁨으로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감사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알았습니다. 그 지혜로움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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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제자들도 하나하나 캐리커처로 표현했다. ⓒ김동순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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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히거나 힘들 땐, 무조건 기도였습니다. 기도 밖에 없었어요. 그림도 내용도 매번 막힘의 연속이었어요. 자료를 아무리 많이 쌓아 놓아도 항상 부족했습니다. 그럼 기도합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그러면서 며칠을 아등바등거리고 찾다 보면, 또 찾아지더라고요. 우연히 예배 설교에서 답을 찾아 목사님께 관련 주석들을 여쭙고 진행할 때도 있었고, 출판사에서 갑자기 보내주신 책에서 답을 찾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 순간이 너무 신기해서, ‘작가의 말’ 공간에 따로 일상만화 형식으로 만들어 첨부했습니다.
기독교인이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어쩌다 우연히 해결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책을 완성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힘 말입니다. 안 그랬다면,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토리와 그림을 함께 작업하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장점은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예수님의 느낌을 최대한 근접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잘못 전달돼 다른 그림이 나올 일이 없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단점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읽어야 할 글과 자료들이 많고, 상황에 맞는 연출과 옳은 표현인지, 더 좋은 표현은 없는지 확인하기도 바쁜데, 그림도 그려야 하니까요.
넋두리를 하자면, 성경 말씀 한 절에 주석이 수십 줄입니다. 미리 제대로 읽어놓지 않으면, 나중에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꼭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안 읽을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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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모습. ⓒ김동순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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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화 《성경 2.0》을 작업할 때는 ‘이 내용은 독자도 당연히 알겠지’ 하고 설명 없이 지나친 부분이 많아서 크게 낭패를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성경 2.0》은 초신자를 위한 만화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성경 2.0》 원고 작업 내내 저 자신을 성경을 처음 보는 사람으로 여기며 글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관련 설명을 주석에서 인용할 때 오랜 신자로서의 깊이 있는 질문보다, 성경을 전혀 모르는 사람의 질문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이 경험이 《만화 예수님의 생애》에도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그래서 성도님들이 아니라도 성경을 처음 접하는 누구라도 볼 수 있는 책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성경 2.0》을 통해 구약을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구약과 신약은 이어져 있기 때문에, 구약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였을 테니까요.
-성경 사복음서 내용을 통째로 옮기다 보니,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글이 다소 많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성경의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기는 것이었어요. 사복음서 성경 구절은 빠짐없이 모두 지문과 대사로 되어 있습니다.
글을 줄이는 방법은 페이지를 많이 늘리는 방법이 있는데, 그러면 책 권수가 많아집니다. 제 입장에선 좋지만, 독자님들이 구매하시기엔 부담이 커집니다.
한정된 권수와 페이지에 최대한 많은 정보와 말씀을 넣다 보니 글이 많아졌는데, 너른 양해를 부탁드려요(웃음).”
-작가님께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제게 예수님은 ‘기적’이십니다.
구약의 예배는 가축을 바쳐 제사를 드려야 했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대제사장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거룩한 산 제물이 되심으로 인해, 우리는 제사를 드리지 않아도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되고 오늘날처럼 예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기적보다 위대한 기적이지요. 이 기적을 완성하신 예수님은 기적 그 자체이십니다. 그래서 제게 예수님은 기적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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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은 지도로도 소개했다. ⓒ김동순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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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매우 교만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웃음). 《만화 예수님의 생애》가 나온 후, 저는 엄청 과분한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깨가 저도 모르게 머리끝까지 올라와 있었어요.
며칠 전 어머니께서 전화하셔서 밑도 끝도 없이 말씀하셨어요. ‘겸손해!’ 그 의미가 무엇인지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 마음 속에 교만이 넘쳐흐르는 게 느껴졌거든요.
나중에 어머니께 왜 그런 전화를 하셨냐고 물어봤는데, 교회를 가는 제 뒷모습에 교만이 가득해 보였다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어깨에 뽕이 찼으면….
어딜 가나 저는 성경만화를 하는 사람으로 소개하거나 소개될 것이고, 착한 성도님들은 다들 ‘수고했다’,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 주실 텐데, 그때마다 항상 겸손해야 함을 다짐하는 신앙생활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비전도 궁금합니다. 성경 외에도 기독교적 세계관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도 있으신가요.
“성경의 보물, 예를 들면 모세의 지팡이를 찾아 여행을 다니는 ‘보물찾기 만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주변 분들이 다들 말리시네요.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한 것이 ‘레위기’입니다. 레위기를 이번 《만화 예수님의 생애》처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성경 2.0》에서는 한정된 분량 안에서 많은 부분을 정리하며 작업해 아쉬움이 많았거든요.
사실, 레위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어렵게 느껴질 뿐이에요. 많은 분들이 성경 1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레위기를 꼽으시는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그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