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낙태 합법 판결 뒤집어
한국 헌법재판소,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생명 문제, 인간의 법으로 재단해선 안돼

미국 연방대법원
▲6월 24일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후, 법원 밖 수백명의 생명 옹호 지지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크투 DB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이억주 목사)는 11일 ‘생명 경시가 법으로 일반화되면 안 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 합법 폐기의 의미’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지난 6월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는 49년 동안 유지해 왔던 ‘낙태 합법화’를 폐기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73년 당시 연방대법원에서 낙태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려, 임신 6개월 전까지는 낙태를 허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는 9대 5로 대법관들이 낙태 합법화 폐기에 찬성했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주문(主文)에서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고, 그런 권리는 헌법상 어떤 조항에 의해서도 보호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판결 후 미국에서는 주마다 낙태에 대해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되는 가운데, ‘낙태 금지’를 시행할 곳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26-30개 주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9년 형법 제269조 ‘낙태죄’와 270조 ‘의사 낙태죄’에 대한 위헌소송(2017헌바127)에서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임신 선택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에서 절충권을 찾아 2020년까지 보완할 것을 주문했으나, 아직까지도 대안 없이 방치돼 있다.

교회언론회는 “태아의 생명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에서, 생명존중의 의미에 무게를 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잉태된 생명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이 얼마의 기간이 지났느냐보다, 생명체로 수정(授精)되고 모체(母體)에 착상된 생명체는 모두 귀한 존재로 보아야 한다”며 “모든 생명이 타의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더구나 어미의 손에 의해 아이의 생명이 스러져간다면, 이보다 안타까운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이들은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도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과 찬성하는 입장, 그리고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다투는 모습도 있다”며 “하지만 생명을 중시하거나 경시하는 일들에 대한 논란은 필요하며, 누구라도 생명을 경시하는 일들이 일상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교회언론회는 “신(神)의 영역에 속해 있는 생명에 관한 문제를 인간의 법으로 재단(裁斷)한다는 것도 맞지 않지만, 만약 잘못된 결정으로 수많은 생명체가 죽어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고 신의 진노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도 1970년 임신 여성이 텍사스 주를 상대로 ‘사생활에 관한 권리’에 위배된다는 취지에서 로(Roe)라는 가명을 써 지방검사장 웨이드(Wad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로 대 웨이드’라는 별칭으로 소송이 시작됐다”며 “결국 1973년 연방대법원에서 ‘낙태 합헌’을 받아냈다. 그러나 지난 50년 가까이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빛도 못 보고 합법이라는 빌미로 스러져갔는가를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도 헌법재판소가 이런 부작용과 어머니와 의사에게 ‘살인면허’를 줄 사안에 대해, 대책 없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어리석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무조건 낙태를 죄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자보건법’에 의해 유전적·정신적, 전염성 질환, 강간, 친·인척에 의한 임신, 모체의 건강 등에 문제가 있을 경우 낙태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언론회는 “생명을 살리고 죽이는 일이 어찌 인간들이 만든 법과 사람들의 정치 성향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가? 또 여성들의 자기결정권이라며 좌지우지할 수 있는가”라며 “이번 미국의 ‘낙태 합법 판결 폐기’를 보면서, 생명 존중을 위해 법의 순기능적 역할에 주목한다. 법은 악한 자들을 위한 악의 도구가 아니라,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용도로 쓰여져야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생명 경시가 법 때문에 일반화된다면 이것이 ‘살인 공화국’이 되는 것 아닌가? 누구라도 살인의 주체가 될 수 없고, 실질적 살인자가 돼서도 안 된다”며 “특히 생명을 잉태하고 모체에 품는 어머니가 살인자가 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고, 말할 수 없는 비극이 된다. 우리가 이를 함부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