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
한국영화 ‘기생충’에 이어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 ‘지옥’ 등이 연달아 인기를 끈 것과 관련,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대표 김영한 박사, 이하 샬롬나비)가 “K-컬쳐(K-Culture)가 극단적으로 디스토피아(dystopia, 이상향인 유토피아의 반대어)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샬롬나비는 11일 논평에서 “K-드라마의 잇달은 세계 1위 등극은 반갑기 그지없지만, 무작정 환호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이들 드라마가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성과 잔혹성을 담고 있어서, K-콘텐츠가 폭력성과 잔혹성으로 각인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K-컬쳐(culture)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주류가 된 상황이다. 갈수록 강도가 거세지는 미디어의 폭력성과 잔혹성에 제동 거는 비판적 감시가 요청된다”며 “K-콘텐츠의 폭력물·음란물로부터 다음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미디어 환경을 재정비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유익하고 재미있는 대체적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또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과 세계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목적과 방향을 정립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며 “최악으로 치닫는 COVID-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현실의 지옥이 실제로 재현되는 상황 속에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조성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한국교회를 향해선 “드라마 ‘지옥’는 기독교가 전해준 내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함으로써 사랑의 하나님이 인간을 위하여 예비하신 천국의 위로와 영생의 소망을 전적으로 놓치고 있다”며 “진정한 하나님은 심판과 공포의 신이 아니라 사랑과 공감과 긍휼의 아버지 같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증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K-드라마가 갖는 폭력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게 개선해야 한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지옥같은 현실을 개선할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건전한 기독교신앙을 정립하자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크리스천투데이 DB
전대미문의 COVID-19 글로벌 팬데믹 사태가 2년째 전 지구촌을 강타한 2021년,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압도적으로 석권한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Squid Game, 황동혁 감독 제작)에 이어 ‘지옥’(Hellbound, 연상호 감독 제작)이 선풍적 인기를 끌며 K-드라마의 위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외에도 작년 한해 K-콘텐츠는 글로벌 세계에 많은 두각을 나타냈다. 이것은 오랜 세월 축적되어 온 한국인들의 깊은 예술적 내공, 대한민국이 보유한 엄청난 문화적 콘텐츠가 세계무대에서 폭발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K-드라마의 잇달은 세계 1위 등극은 반갑기 그지없지만, 무작정 환호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이들 드라마가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성과 잔혹성을 담고 있어서, K-콘텐츠가 폭력성과 잔혹성으로 각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456명의 피 튀기는 서바이벌 살육 게임을 다룬 ‘오징어 게임’의 폭력성과 잔혹성은 말할 것도 없고, ‘지옥’의 폭력성과 잔혹성도 매우 심각하다. 폭력성과 잔혹성에 대한 인간의 감정은 상승곡선을 타야만 반응하기 때문에, 점점 강도 높은 폭력성과 잔혹성이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이 세계에 알려지는 것은 좋지만 그렇게 폭력적으로 잘못 묘사된 것을 통해 알려지는 건 싫다.”라며 한국이 폭력적인 나라라는 인식이 생길까 봐 걱정하는 우리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오징어 게임’과 ‘지옥’, 그 이전에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 4관왕 ‘기생충’(Parasite, 봉준호 감독 제작)을 통해 K-칼처(K-Culture)가 극단적으로 디스토피아(dystopia, 이상향인 유토피아의 반대어) 콘텐츠에 집중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먼저 ‘기생충’을 통해 디스토피아 논쟁이 점화되기 시작했는데, 연이어 현실의 지옥을 빗댄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지옥’을 통해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샬롬나비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에 대한 논평서를 이미 발표했으므로, ‘지옥’ 드라마에 대한 논평서를 다음과 같이 발표하고자 한다.

1. K-컬처(culture)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주류가 된 상황이다. 갈수록 강도가 거세지는 미디어의 폭력성과 잔혹성에 제동 거는 비판적 감시가 요청된다.

넷플릭스를 통해 출시된 국내 제작 TV 시리즈물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물려받은 거의 모든 K-드라마 - ‘지옥’을 위시하여 ‘킹덤’, ’스위트홈‘, ‘인간 수업’, ‘마이 네임’ 등 - 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런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쉽게 끌기 때문에 가장 빠르고 손쉽게 돈을 버는 소재로 인식된다. 이에 미디어 제작자들은 오래도록 남을 예술성 높은 작품보다는 조회 수를 높이는(수익율을 높이는) 선정적인 소재를 택하는 유혹에 사로잡히기 쉽다.

물론 폭력적 콘텐츠는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을 향한 비판이 목적인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그런 콘텐츠가 재생산될수록 사람들의 폭력 감수성 또한 무뎌져서 더 강도 높은 폭력성의 콘텐츠를 찾게 된다. 그럼으로써, 결국 미디어가 만들어 낸 콘텐츠의 폭력 강도가 갈수록 거칠어진다는 데 있다. 이로 보건대 폭력이 난무하는 미디어 현실에 침묵하거나 방관하는 것도,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무뎌져서 더 강도 높은 폭력을 원하는 것도 모두 현실의 폭력에 가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미디어의 시대는 영상이나 이미지로 인간의 정신에 지속적인 상흔(傷痕)을 남기는 시대로서, 통제할 수 없는 힘으로 인간의 생각과 판타지, 꿈을 점령하고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이다. 사람들은 물이나 공기, 음식의 청결함에 대해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만, 가장 해로운 폭력물이나 음란물 쓰레기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연예 오락물’이라는 명목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몸에는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메커니즘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영혼을 위해선 그런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 폭력물·음란물의 영상과 이미지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고 영적·육체적·사회적 차원에서 매우 심각하고 지속적인 해악을 끼친다. 그러므로 미디어 콘텐츠 관계자들은 갈수록 강도가 거세지는 미디어의 폭력성과 잔혹성에 제동을 걸고 비판적 감시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2. K-콘텐츠의 폭력물·음란물로부터 다음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미디어 환경을 재정비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유익하고 재미있는 대체적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지옥’은 제목 그대로 섬뜩한 인간의 광기가 극을 지배하면서 멸망과 파멸로 점철해 있는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불가해한 초월적 존재, 거구의 반투명 괴물체가 고도로 문명화한 서울 한복판에 등장해 ‘지옥에 갈 것’이라는 고지(告知)를 하고, 예고된 시간에 다시 나타나 무참한 살육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지옥행 고지를 받은 사람과 그 가족의 신상이 공개되고 폭력을 서슴지 않는 화살촉이라는 폭력적 추종 집단이 등장한다. 그 살육은 지옥의 맛보기를 인간 세상에 폭로하는 성격을 갖는데, 인간의 육체에 가해지는 무지막지한 폭력에 이어 엄청나게 잔혹한 화형(火刑)이 반복된다.

아이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출시된 19금 K-드라마들을 시청하고 모방하는 모습에 경각심을 갖는 목소리가 높다. 유치원 원아들이 모여서 휴대폰으로 ‘오징어 게임’과 ‘지옥’을 시청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폭력적인 K-콘텐츠가 폭력을 너무 멋지게 포장하다 보니, 그것을 따라 하는 미성년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사실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세상에서 미디어는 멀리할 수도 끊을 수도 없는 문명의 이기(利器)다. 그러므로, 다음세대에게 미디어 이용을 제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청소년들이 올바른 ‘미디어 문해력(文解力)’(media literacy)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그들 스스로 강한 내적 통제의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미디어 문해력’ 능력이란 미디어에서 표현하는 것들을 무작정 모방하지 않고, 한 발짝 물러나 폭력적이고 선정적이지 않은지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러므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교육의 의무화는 반드시 실행되어야 할 사회적 과제라고 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기성세대도 유해한 미디어 환경을 좀 더 강력하게 재정비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유익하고 재미있는 대체물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3.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과 세계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목적과 방향을 정립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지옥’ 드라마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괴기스러운 지옥 사자(使者)에 의해 지옥행을 고지받은 사람들이 너무나 기괴한 방법으로 잔혹하게 죽임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자, 이 혼란을 틈타 사이비 단체 ‘새진리회’가 등장한다. ‘새진리회’ 교주는 사람들이 괴물체로부터 목숨을 빼앗기는 이유를 ‘인간의 죄로 인한 신의 뜻’이라고 거짓 설교하면서 잔혹한 화형(火刑)을 생중계하는 등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한다. 처음에는 사이비라며 믿지 않았던 사람들도 결국 ‘새진리회’에 세뇌를 당함으로써, 무언가에 홀린 듯 교주를 신격화하게 된다. ‘새진리회’는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반대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지옥행을 당한 이들의 가족들을 테러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지옥행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광적으로 사이비 종교에 매달리고, 이를 미끼로 이단은 더욱 창궐한다.

사실 ‘지옥’ 드라마와 똑같은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재현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사이비 단체의 행태를 미리 차단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지옥’ 드라마에서 드러난 사이비 단체는 기성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합친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사회에는 정치·경제·사회적 불안과 혼란 속에서 수효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사이비 단체들이 은밀하게 활약하는 상황인데다, 미증유의 팬데믹 사태로 인해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잘못된 종말론을 확산하는 이단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바르고 건전한 종말신앙을 통해 현실에 대한 절망과 가치관의 혼란 등으로 인해 삶에 대한 방향감각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인간과 세계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목적과 방향을 정립하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드라마를 본 많은 이들은 지옥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떤 곳인지를 궁금해하는 상황 속에서 지옥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도 불가피하다.

4. 최악으로 치닫는 COVID-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현실의 지옥이 실제로 재현되는 상황 속에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조성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지옥’ 드라마는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최악으로 치닫는 COVID-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도래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옥’은 죽음 이후에만 가는 곳이 아니라, 현실 세계도 얼마든지 지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K-드라마가 세계 콘텐츠 시장을 석권한 주된 이유는, 현실의 지옥이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가는 ‘잉여 인간들’에 대해 그만큼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를 대입하여 공감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등장인물들처럼 실제로 경제 침체 속에 팬데믹까지 겹쳐 생존의 벼랑 끝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지옥 같은 암울함과 절망감이 엄습하게 된 것이다. ‘지옥’에서 사이비 단체 ‘새진리회’의 교주 정진수(유아인 분)도 “혐오·폭력·집단의 광기가 난무하는 현실은 지옥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사는 것이 지옥 같은 사람들에게 지옥은 저세상이 아닌 현실이므로, 이런 지옥살이를 면하게 해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지옥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사회 약자들이다. 이들의 절박한 처지를 실질적으로 도와줄 세밀하고 견고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이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특히 실업 및 생활고와 관련하여 가정과 사회를 책임지는 4050 남성들을 붙들어주는 일이 급선무이다. 그렇지 않고선 가정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사회적·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된다. 대한민국을 가리켜 ‘헬조선(hell+朝鮮)’이라고 자조(自嘲)하면서 절망하는 2030 청년들에게도 살아갈 희망을 주고 앞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실 지옥을 해결할 근본적 대책은 사회·경제적 공평 및 정의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이것은 21세기 한국 교회에 명하시는 하나님의 명령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거의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 과제이기도 하다.

5. 한국교회는 지옥의 공포를 가져다주는 신이 아니라 천국의 안식과 영생을 주는 하나님을 증거해야 한다.

드라마 ‘지옥’는 기독교가 전해준 내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함으로써 사랑의 하나님이 인간을 위하여 예비하신 천국의 위로와 영생의 소망을 전적으로 놓치고 있다. 드라마 ‘지옥’은 하나님이 정의를 바라며 이 정의를 위하여 죄인에게 고시하고 시연(試演)함으로써 인간에게 공포를 조성한다. 그럼으로써 인간 세상을 정의롭게 만들고자 한다고 신의 심판과 폭력을 정당화 한다. ‘지옥’이 그리는 신은 공포와 폭력과 처벌을 주는 무서운 운명의 신이다.

이는 전혀 성경이 가르치는 인격적인 사랑과 자비와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남이 아니다. 그리고 성경이 가르치는 하나님은 세상의 정의를 위하여 독생자를 보내신 하나님이시다. 그러나 드라마 ‘지옥’은 메시아란 언어를 사용하나 그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지 못하다. 성경의 하나님은 그의 독생자의 십자가 희생을 통하여 인간에게 수고하고 무거운 죄의 짐을 져주시고 믿는 자에게 하나님의 자녀 직분과 영생을 주시는 하나님이시다. 한국교회는 진정한 하나님은 심판과 공포의 신이 아니라 사랑과 공감과 긍휼의 아버지 같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증거해야 할 것이다.

2022년 7월 11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