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 세상 주도하는 것은 콘텐츠
교회 현실, 대안 없다면 과거 연속 될 뿐
우물쭈물 타협 대신, 무모하지만 저질러
어른과 아이들 원포인트 신앙교육 위해

이정일 김도인 박양규
▲2021년 4월 뜻을 같이하기로 했던 이들.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를 배경으로 함께한 이정일·김도인·박양규 목사(오른쪽부터). ⓒ크투 DB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이 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국 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가 했던 말이다.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되었던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 내 마음 속에 속삭였던 버나드 쇼의 속삭임이기도 했다.

팬데믹 속에서 선명해지는 ‘뉴노멀(New Normal)’로의 변화, 그 속에서 여전히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한국교회 사이에서, 버나드 쇼는 나에게 행동으로 결단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메타버스’로 대변되는 뉴노멀 시대에도 세상을 주도하는 것은 ‘콘텐츠’이며, 이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교회의 현실은 과거의 연속일 뿐이라는 명확한 확신 말이다. 그렇게 나는 대형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 ‘교회교육연구소’를 만들었고, 콘텐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우물쭈물한다. 우리의 시선을 미래를 향하지만 발을 내딛는 공간은 현재이기에, 양자 사이에서 우물쭈물하는 것은 인간의 실존적 반응이리라.

흥미로운 것은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표현은 버나드 쇼의 진의를 오역한 것이다. 이 표현을 직역하자면, ‘오래 살다 보면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알았지’로 표현할 수 있다.

즉 그는 한 세기 가까운 인생을 살았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최고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죽음의 순간을 피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이 표현을 자신의 묘비에 새긴 것이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살아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죽어가고’ 있다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니다. 누구나 죽음의 종착역에 이르기까지 그 한정된 여정을 어떤 ‘의미’로 채워 넣는가는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우물쭈물하다가 현실과 타협할 수도 있고, 무모하다는 평가를 들으며 미래를 현실로 만들려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김도인 이정일 박양규
▲위 사진 촬영 후 1년 만인 2022년 6월 영국 출국을 앞두고 같은 장소에서 찍으며 결의를 다지는 모습.
‘무모함’을 선택한 나에게 찾아온 ‘현실’은 함께 미래를 바라보던 작가들이었다. <설교는 글쓰기다>라는 책을 접하며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김도인 목사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작가일 것이다.

설교자와 청중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학위를 쌓아올리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심적인 장벽을 쌓을 뿐이다. 설교가 귀에 들리고 청중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글쓰기’라는 지극히 당연한 과정을 통해 가능하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구호가 난무하는 한국교회에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라는 책으로 주목을 받은 이정일 목사는 신앙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작가다.

뉴노멀 시대에 더 이상 뜬구름 잡는 신앙적 구호는 모래 위에 세워진 집에 불과하다는 것은 예견한 작가이기도 하다.

책으로만 접하고 감탄하던 이 작가들과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다. 함께 교회의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교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려는 바람은 시간이 지나며 광풍이 되었다.

치열함을 넘어서서 처절하게 연구하고, 고민해서 원포인트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그 동안 많은 교회들이 고민했던 원포인트, 즉 설교자와 학부모와 아이들이 하나의 포인트로 소통하는 방식 말이다.

이미 여러 교회에서 시도했지만 결국 큐티 본문을 통일하는 것으로 타협하고 만 것을, 우리가 해결해 보자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신앙의 기본이 되는 요소들, 가령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 교회론 같은 교리들을 성경과 영국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접점을 찾으며 연결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설교자용 버전, 학부모용 버전, 공과공부 버전으로 제작해서 원포인트 신앙교육을 할 수 있도록 1년간 고민을 하고 토론했다.

현실의 무게를 생각하며 ‘우물쭈물’했다면 결코 이런 시도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와 다음 세대들이 직면할 미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생각하며, 절박한 마음으로 우리는 영국으로 발길을 내딛는다.

물론 다녀온 이후 감당해야 할 ‘청구서’는 우리를 우물쭈물하게 만드는 요소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현실로 써내려가려는 결단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있다.

인문학
▲영국 주요 작가들의 작품과 주 무대. 이들이 한 달간 돌아보게 될 지역들이다. ⓒ박양규 목사 제공
박양규 목사
교회교육연구소
<리셋 주일학교>, <구원으로 가는 9개의 이야기 계단>,
<인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만나는가> 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