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의 신학적·변증학적 통찰, 중요한 시사점
신론·기독론·성령론 적극 수용해 책임있게 반응
‘하나님 자녀들 공동체’라는 교회 본질 붙들어야
쾌락 추구 유람선 아닌 영적 전투의 하나님 군대

정성욱
▲정성욱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제7차 C. S. 루이스 컨퍼런스가 4일 오후 1시부터 ‘성찰하는 성도, C. S. 루이스,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서울 통일로 서대문교회(담임 장봉생 목사)에서 개최됐다.

컨퍼런스는 C. S. 루이스를 통해 복음주의적 경건을 추구하는 신앙과 목회, 나아가 ‘성도-학자, 목회자-학자’ 모델을 사모하는 한국교회 동역자와 차세대를 격려하고, 갱신과 개혁을 도모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컨퍼런스에서는 정성욱 교수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와 루이스의 신학과 변증학’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The Screwtape Letters)>는 C. S. 루이스의 신학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이라며 이 작품이 드러낸 루이스의 신학과 변증학의 큰 그림을 그리고, 루이스의 신학적·변증학적 통찰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탐구했다.

정성욱 교수는 “‘어둠의 군대’에 속한 고위 간부 스크루테이프가 하위 간부이자 조카인 웜우드에게 주는 지시와 가르침을 통해 루이스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고,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설득력 있게 밝혀준다”며 “전통 조직신학을 구성하는 다양한 주제들과 관련해서도 루이스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루이스의 기독론·성령론·구원론·교회론과 마귀·천사론에 대한 매우 중요한 통찰이 있는 동시에, 마귀의 영적·지적 공격을 방어할 풍성한 변증학적 교훈들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먼저 삼위일체 하나님(신론·기독론·성령론)에 대해 “루이스는 하나님을 악마의 원수나 적으로 그리고 있다. 하나님은 선과 진리의 세력을, 악마는 악과 비진리의 세력을 각각 대표한다. 투쟁 관계인 두 세력 간에는 해소될 수 없는 대적 관계가 존재한다”며 “루이스는 인간이 보편적 주제와 관련 논증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악마의 왕국에 묶어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하나님을 논리적인 존재, 논리에 강한 존재로 묘사한다”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하시기에 자유를 주기 원하시고, 인간을 단순한 피조물이 아닌 당신의 아들 지위로 높이길 원하신다. 역으로 하나님은 생각하고 논증하는 존재인 인간의 본성을 살리는 방식으로 인간을 인도하신다”며 “하나님은 인간을 단순한 로봇이나 짐승같은 피조물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 영원한 사랑의 교제를 나눌 자유로운 아들의 위치로 올라갈 존재로 만드셨다. 그 일을 위해 하나님은 아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스스로를 낮추시고, 죄악에 빠진 인간을 끌어올려 ‘작은 예수’로 만드셨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의 거룩한 뜻에 복종하는 인간은 개성을 전부 되찾고, 더 진정한 자신의 본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시는 방식”이라며 “하나님의 주권과 권능은 인간 개성과 본모습을 질식시키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도리어 인간의 인간 됨을 살리고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기능한다”고 덧붙였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정성욱 교수는 “루이스는 주저 <순전한 기독교>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해 탁월한 논증을 전개했고, 이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며 “루이스에게 하나님은 성부·성자·성령의 영원한 사랑의 연합 가운데 존재하시는 삼위일체적 존재다. 그리고 하나님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도할 때 우리와 함께하시고 기도를 응답하신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리스도인 안에 내주하시는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 dwells in the Christian)에 대해 강조하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풀이했다.

‘악마와 천사론’에 대해선 “루이스는 악마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을 오류로 지적하면서, 악마가 실재한다는 성경 가르침을 옹호한다”며 “마귀의 본성은 거짓이고(요 8:33), 언제나 진리와 참에 도전한다. 인간은 하나님을 직접 인식할 수 없지만 악마는 인식한다. 하지만 악마는 하나님을 사랑하거나 예배하지 않고, 도리어 무서워하고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인간론’과 관련해선 “루이스의 인간론은 영적 존재인 동시에 물적·육체적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하는 존재, 논리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일상 속에서 사유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해 어둠의 세력에 유리함을 준다”며 “인간은 감각적 경험의 흐름에 빠져 살기에, 선전과 선동에 쉽게 현혹된다. 이러한 인간 이해는 ‘전적 타락’이라는 성경적 인간관과 공명한다. 타락한 자연인의 본성은 ‘자기애’로, 마귀는 인간이 ‘자기경멸’을 통해서라도 ‘자기성찰’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원론’으로는 “루이스에게 회심은 악마의 손아귀에 있던 인간이 하나님께로 돌아서는 것, 자기애를 던지고 자아보다 고귀하다고 믿는 가치와 명분에 눈길을 돌리는 것, 벌거벗은 영혼으로 하나님께 자신을 맡겨 버리는 것, 새로운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등을 뜻한다 ”며 “루이스 성화론의 특징은 회심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의 수준차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성숙한 신앙인은 고난이 성화에 필수적임을 인식하지만, 미숙한 신앙인은 고난 때문에 믿음이 무너짐을 경험한다”고 전했다.

또 “성숙한 신자는 현재 십자가를 수용하고 인내로 살아가지만, 미숙한 신자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염려로 현재를 낭비한다. 따라서 하나님은 신자가 하나님과 함께할 영원한 미래를 생각하거나, 현재 주어진 십자가를 즐거움과 감사로 이겨내길 원하신다”며 “이러한 루이스의 통찰은 칼빈이 <기독교 강요>에서 신앙생활의 요체로 제시한 바와 일맥상통한다. 칼빈에 의하면 신앙생활의 요체는 자기 부인, 자기 십자가를 짐, 내세 묵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루이스는 스크루테이프의 입을 빌려, 신자가 내세와 천국을 갈망하며 묵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악마의 주된 사역이라고 묘사한다. 신자가 세상을 사랑하고 세상에 안주하게 만드는 것이 악마가 승리하는 길이라는 것”이라며 “성숙한 신자는 천국이 자신의 고향이요 돌아갈 본향임을 인식할 뿐 아니라 갈망한다. 그리고 시간과 소유에 대한 청지기 정신(stewardship)을 갖는다. 그러나 미숙한 신자는 시간과 소유에 대한 자기 주권을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교회론’에 관해 정 교수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에 대해 매우 피상적 이해를 가진 반면, 루이스는 심오한 통찰을 보여준다. 루이스에게 교회는 영원성을 가진 하나님의 군대이다. 그리고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며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기에, 하나님은 교회를 강력하게 보호하신다(마 16:18). 교회가 ‘비밀 결사 내지 파벌 특유의 불편한 긴장과 방어적 독선’에 쉽게 빠져왔지만, 하나님의 강력한 보호 덕분에 이 분열 작전이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성욱 교수는 “이 외에도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전쟁’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전한다. 무신론자들은 ‘선하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왜 전쟁을 허락하셨는가?’를 묻지만, 루이스는 그들의 전제 자체를 흔든다. 전쟁이란 절대 악이고 어떤 선한 일도 없다기보다, 인간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일으켰다는 ‘자유의지 변론(the free will defense)’을 사용한다”며 “동시에 전쟁을 통해, 전쟁 와중에 예상보다 많은 선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더 큰 선 변론(the greater good defense)’도 펼친다. 이는 <고통의 문제> 속 방식과 유사하다”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악과 고통, 전쟁’의 문제 모두 ‘자유의지 변론과 더 큰 선 변론’으로 어느 정도 논박될 수 있다. 물론 그 수용 여부는 무신론자와 회의주의자들에게 달려 있다”며 “그럼에도 이 두 변론들은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라(벧전 3:15)’는 명령에 신실하게 순종하려는 노력”이라고 했다.

루이스 컨퍼런스
▲기념촬영 모습.

결론에서 정성욱 교수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나타난 루이스의 신학적·변증학적 통찰은 현대 한국교회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며 “먼저 한국교회는 하나님에 대한 루이스의 통찰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많은 아들들을 이끌어 영광에 들어가게 하시는 일(히 2:10)’이 바로 하나님의 영원한 비전이라는 루이스의 통찰은 깊은 시사점을 갖는다”고 이야기했다.

정성욱 교수는 “우리를 단순한 피조물로 또는 당신의 종으로 머물게 하는 것은 하나님 뜻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높이 들어올려, 당신 자신과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닮은 ‘자유롭게 사랑하는 거룩한 아들’로 만드시기 원하신다”며 “한국교회는 그런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깨닫고, 그 뜻과 계획에 책임있게 반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는 교회의 양적·외형적·물리적 성장을 추구하는 소위 ‘성장주의 이데올로기’를 근본에서부터 무너뜨린다. 하나님은 시종일관 우리를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롬 8:29)’하려는 계획을 이뤄가시기 위해 역사하신다”며 “즉 하나님은 우리 ‘존재’에 근본적 관심을 갖고, 우리 ‘내면의 성숙’을 지향하신다. 하나님의 영원한 비전을 깨달으면 우리는 ‘성장주의 이데올로기’를 벗어 던지고, ‘성숙주의’ 신학으로 무장하게 된다. 이것이 한국교회가 나아가야할 미래의 바른 방향”이라고 제언했다.

둘째로 “‘루이스의 교회론적 통찰’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며 “이는 교회가 단순히 물리적 건물이거나 사교 클럽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벗어버리는 것과 연결된다. 오히려 루이스가 적확하게 짚은 교회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붙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교회는 영원에 뿌리를 둔 하나님 자녀들의 공동체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유기적 공동체이다. 또한 단순히 내부적 쾌락과 행복을 추구하는 유람선이 아니라, 선과 악 사이 우주적인 영적 전투를 벌이고 있는 하나님의 군대이자 역사를 통해 계속 확장되는 하나님의 공동체”라며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교회의 많은 지도자들과 성도들은 교회를 단순히 물리적 건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사람들은 교회가 예수님이 오시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영원한 경륜 속에 이미 시작됐고, 구약 시대를 거치면서 성장했으며, 신약 시대와 교회 시대를 통해 엄청나게 확대돼 왔다”며 “여러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한국교회는 교회 본질에 대한 바른 이해를 회복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이 시대를 이기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외에도 강영안 교수(美 칼빈신학교)가 기조강연 ‘<인간폐지>를 통한 루이스의 통찰’을 진행한 후 이인성 교수(숭실대)가 ‘<얼굴> 속의 기독교적 상징’, 홍종락 번역가가 ‘<순례자의 귀향>과 갈망, 이성, 미덕’, 심현찬 원장이 ‘루이스의 문화 해석학’ 등을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