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동굴들, 초대교회 예배 장소로 사용하던 곳
매년 6월 29일에 ‘성베드로의 날’ 기념행사 열려
서울 한 교회가 영사관 구입해 교회 개조해 입당
이벤트 중심 행사 올인하는 한국교회, 앞날 걱정

안디옥
▲성베드로 동굴교회 외부.
안디옥 시내를 내려보는 스타우린 바위산 서쪽 중턱에 있는 바위 절벽에는 많은 천연 동굴이 있다. 이 바위 동굴들은 초대교회 기독교인들이 예배 장소로 사용하였으므로, 스타우린산은 ‘십자가의 산(The Mountain of the Cross)’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사도행전 11장 26절에는 사도 바울과 사도 바나바가 안디옥에 1년 간 머물면서 복음을 전하여 많은 사람이 예수를 믿게 되어 안디옥에서 처음으로 예수 믿는 사람들에게 ‘기독교인’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초대교회 교인들은 로마 제국의 기독교에 대한 박해와 서기 7세기에 이곳을 점령한 이슬람으로부터 박해를 피하기 위해, 스타우린 산에 있는 동굴 속에 들어가 비밀리에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도 안디옥에 와서 바울과 만나고 바울로부터 책망을 받은 뒤에(갈라디아서 2장 11-21절) 안디옥 교회의 첫 감독(주교)이 되어, 이들 동굴 가운데 하나에 그후 ‘성(聖)베드로 동굴교회’ 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교회 내부는 폭 9.5m, 길이 13m, 높이 7m로서 생각했던 것처럼 크지는 않다. 그러나 교인 100여 명이 들어가 예배를 드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안디옥
▲동굴교회 내부. 강단 위 베드로상, 왼편벽 아래는 비상탈출문.

동굴교회 속에 있는 강단 뒷면 바위벽을 파내고 만들어 놓은 조그만 베드로상(像)은 1932년에 설치된 것이고, 교회 바닥에 있는 샘물은 바위 틈에서 흘러내린 물로써 주로 세례를 주는 데 사용한다. 이 샘물로 병을 고치는 기적이 많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 동굴교회는 십자군이 제1차 원정기간 중인 1098년 안디옥을 이슬람의 수중에서 탈환한 이후, 바위를 더 파내어 길이를 연장하고 입구 앞에 큰 벽을 세웠다(이 벽은 19세기에 오늘날의 모습으로 개축되었다).

십자군은 돌로 강단을, 모자이크로 바닥을 만들고 강단 오른편 벽에는 성화를 그렸다. 안디옥 교회 초대 감독이었던 베드로를 기념해 오늘날도 매년 6월 29일은 ‘성베드로의 날’로서 이 날에는 동굴교회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

1963년 ‘베드로의 날’에는 교황 바오로 6세가 이곳에 와서 미사를 집전한 적이 있다. 오늘날 이 동굴교회는 박물관으로 사용되며, 예배를 드리기 원할 경우 안디옥이 속한 주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교회에는 제3차 십자군을 이끌고 성지 팔레스타인으로 가던 중에 사망한 신성로마제국의 바르바로사 황제의 유해 일부를 비롯한 성인들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동굴교회 내부의 정면 벽에는 작은 비상문이 있어 예배 도중 이교도의 공격을 받을 경우 이 문을 통해 교인들은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었다. 이 문은 터널을 통해 바위산 후면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안디옥
▲오늘날의 안디옥. 시내 곳곳에 이슬람 사원의 미나렛(탑)이 보인다.

지난 회에 언급한 바와 같이 베드로 동굴교회에 들어가는 데는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필자가 교회를 방문할 때 입장료를 지불한 곳이 서너 곳 있는데, 이 교회는 그 가운데 한 곳이다.

가톨릭은 1846년 안디옥 시내에 성당을 만들었고(오스만 제국은 표면상으로는 타종교도 허가하였으므로), 1863년 이 성당과 동굴교회를 크게 개수했다. 이때 교황 피우스 9세와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세가 재정을 지원했다.

성베드로 동굴교회에서는 안디옥 시내가 한눈에 내려보이는데, 도시가 상당히 정적(靜的)이고 차분해 보인다. 도시는 확장 중인지 일부가 스타우린 산기슭까지 올라와 있다.

안디옥(안타키아)은 시리아 국경에서 멀지 않다. 원래 이 동굴교회와 도시 안에 있는 초기 기독교 시대 유적을 보려고 많은 방문객들이 이곳을 찾아오는데, 필자가 방문한 2018년은 시리아 내전이 한창이었으므로 전년에 비해 관광객이 80%나 감소했다고 한다.

필자는 안디옥 시내를 걷다가 뜻밖에 우연히 기독교 개신교회(장로교회)를 발견하고 놀랐다. 이슬람이 국교인 튀르키예(터키의 새로운 국명)에서는 기독교 교회를 발견하는 것이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안디옥
▲안디옥 시내 개신교회. 프랑스 옛 영사관이 교회로 탈바꿈했다.

이 교회는 우리나라 서울에 있는 모(某) 교회가 옛 프랑스 영사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구입하여 교회로 개조한 뒤 2000년 6월 29일, 성베드로의 날에 현지인 교인들과 함께 입당예배를 드렸던 교회이다.

이야기를 들으니 이 교회는 건물 크기에 비해 현지 교인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필자는 초대교회 당시 기독교가 왕성하게 퍼져서 기독교인이라는 이름이 처음 생겨난 곳이, 세월이 지나 기독교는 없어지고 이방신을 섬기는 도시가 된 사실에 망연자실하였다.

하나님 중심의 복음운동과 땅에 잠시 사는 동안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진실한 인간이 되려는 노력보다는 세상 도덕과 윤리 수준의 설교와 사회의 소외층 돕기, 남북통일 추진, 세계 OO 기독교대회 참가 및 개최 등등 사회의 각종 단체에서 하고 있는, 보기에 그럴듯한 이벤트 중심 행사에 올인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앞날을 걱정하게 된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알맹이보다는 껍데기 만드는 데 힘을 쓰고 있으므로 나날이 교인 수가 감소하고 있고, 각종 통계에서 나타나듯이 일반인들조차 목회자와 교인들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고 기독교인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한국의 기독교가 하나님 중심에서 멀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권주혁 박사
세계 136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천사같이 말 못하고 바울같지 못하나>,
<메마른 땅을 종일 걸어가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