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교회법 세미나
▲한국교회법연구원(원장 김영훈 박사) 주최 제17회 교회법 세미나가 ‘하나님의 주권과 정직한 청지기’를 주제로 28일 진행됐다. 김순권 목사가 ‘바나바와 같은 선한 청지기’를 주제로 설교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한국교회법연구원(원장 김영훈 박사) 주최 제17회 교회법 세미나가 ‘하나님의 주권과 정직한 청지기’를 주제로 28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진행됐다.

이날 1부 예배에서는 이효종 집사(연구원 부이사장)의 인도로 표명민 장로(남선교회전국연합회 전회장)의 기도에 이어 김순권 목사(예장 통합 증경총회장)가 ‘바나바와 같은 선한 청지기’를 주제로 설교했다.

김 목사는 “교회에 갈등이 심한 현실에서 어떻게 청지기 봉사로 교회의 화평을 도모하고 크리스천의 사명을 이룰 수 있는가. 한 마디로 ‘바나바와 같은 선한 청지기’ 봉사가 요구된다”며 “바나바는 좋은 품성을 지녔을 뿐더러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이어 “특히 바나바는 예루살렘교회 사도들과 교회를 박해했던 사울을 화해시킨 사람으로, 청지기 역할을 멋지게 잘한 사람”이라며 “코로나19의 긴 아픔을 뒤로하고 선한 청지기로 바나바처럼 화해자(피스메이커)로 깨어 일어나는 사랑의 지도자가 되자”고 당부했다.

세미나 1부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청지기의 책무’를 주제로 발제한 박욱주 박사(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는 청지기 책무의 핵심으로 ‘재정 청지기직’을 꼽았다. 그는 “목회신학의 영역에서는 청지기직의 온전한 수행을 논할 때 가장 먼저 교회 재정 충당과 관리 책무가 성서적으로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핀다”고 했다.

그는 “고대와 중세교회의 여러 역사적 사례들은 교역자와 신자들이 재정 청지기직을 온전히 수행했을 때 교회가 발휘하는 복음 전파와 구제의 힘을 보여 준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 청지기직을 맡은 자들이 사리사욕에 휘둘려 타락했을 때 나타나게 되는 파괴적 해악 역시 확인시켜 준다”고 했다.

그는 “영국의 마이클 라이트는 구성원들이 물질을 힘써 봉헌하고 온전히 관리하는 교회가 그렇지 않은 교회보다 영적인 활력이 더 넘치고 서로를 돌보는 교제에 능하며, 외부적으로는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내적으로 성장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밝혔다”며 “청지기는 헌금으로 충당된 교회 재정을 관리하고 분배하는 역할만 맡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온전한 헌금을 하는 일 또한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소유 일체를 헌신하고 가난한 자들에게 나눈 초대교회
‘착각’ 속 태만한 청지기직, 교역자와 신자들 서로 용납
‘재물 아닌 하나님 섬기도록’ 하는 궁극적 기능 무너져

제17회 교회법 세미나
▲세미나 1부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청지기의 책무’를 주제로 발제한 박욱주 박사는 청지기 책무의 핵심으로 ‘재정 청지기직’을 꼽았다. ⓒ송경호 기자
이어 “사도들은 이 일에 모범을 보였는데, 제자로 부름받은 시점에서 이미 개인적으로 축재(蓄財)에 성공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마태의 헌금에 대한 기록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삭개오의 사례를 통해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가난한 자들에게 자기 자신의 대부분을 나눠 주고, 일부는 그리스도와 제자들의 사역에 소요되는 재정을 충당하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 “(일곱 집사를 세운 후) 교회 재정의 주된 용처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전 재산을 헌신하고 회중에 가입한 이들이 헌신하고 직임을 담당하도록 적절한 수준의 재정 지원을 하는 것과 경제적 능력이 없는 과부들을 구제하는 것”이라며 “주목할 건 일곱 집사들이 재정 관리를 담당하긴 했지만, 사도들에 준하는 능력을 갖고 전도자의 직임 또한 충실하게 수행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박 박사는 “사도들로부터 일곱 집사까지 이어지는 재정 청지기직의 모범 사례를 통해 헌금하는 자와 헌금을 관리하는 자가 구분되어 있지 않으며, 헌금관리의 책임은 원래 목회자에게 부여되어 있으나, 회중의 규모가 커지면 그 책무를 헌신된 직분자들에게 위임할 수 있다. 또 교회가 확보한 재정 자원은 목회사역의 필수적 업무에 대한 지원, 교회 내부 구제로 집약된다. 마지막으로 교회의 재정 업무를 담당하는 자는 재정관리뿐 아니라 복음전파와 교회의 영적 성장을 위해 공헌한 증거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 교역자들부터 솔선수범해서 자신들의 소유 일체를 헌신하고 교회의 적법한 재정관리의 원칙을 따라야 했으나, 교역자들이 먼저 이 책임을 외면하면서 일반 신자들도 ‘적당한’ 수준의 헌금으로 헌신의 믿음을 완수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었다. 교역자와 신자들이 서로 청지기직을 태만하게 수행하는 것을 용납하는 상황이 일반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본주의 사회 발전은 이런 상황을 고착화시켰다. 이전에는 교역자든 일반 신자든 소유를 모두 헌신하고 충실하게 재정 청지기직을 수행하지 않으면 교회가 물질 자원의 부족으로 즉각 정체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지만, 재화의 양이 급증하며 교역자·신자들이 진력해서 헌금하지 않아도 재정 확충이 가능해졌다. 재정 청지기의 가장 궁극 목표인 ‘재물이 아닌 하나님을 섬기도록’ 하는 기능이 무너지면서 교회의 믿음의 중요한 한 축이 무너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청지기직의 수행 실패는 중세 후기로부터 종교개혁 시기까지 여러 차례 반복된 대규모의 고강도 교회 개혁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었다”며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재정 청지기직을 충성되게 수행하는 데 실패한 흔적이 여럿 발견된다. 크든 작든 청지기직을 맡은 이들은 성서가 가르치는 청지기직 수행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기 이익 때문에 청지기직을 배신하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17회 교회법 세미나
▲‘하나님의 주권과 국가의 주권의 본질’을 주제로 발제한 김영훈 박사는 “택함을 받은 청지기는 정직성을 통해 주인의 절대 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송경호 기자
‘하나님의 주권과 국가의 주권의 본질’을 주제로 발제한 김영훈 박사(숭실대 전 대학원장)는 “택함을 받은 청지기는 정직성을 통해 주인의 절대 신임을 받아야 한다. 하나님의 관리인으로서 흠잡을 데가 없고 자기 고집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며 “진리로 분별할 줄 알고 주인의 뜻을 분별해야 한다. 주인에게 유익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김 박사는 “하나님은 사람의 재능을 요구하지 않으시며, 다만 그가 받은 은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문제 삼으신다”며 “시간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임시로 맡겨 주신 선물이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해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값진 일을 함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다. 시간의 현재성, 보편성, 중요성, 제한성을 바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권자인 하나님의 특별한 선택에 부름을 받은 청지기인 교회의 목사·장로·집사·권사 등은 모두 주인의식을 버리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위탁하신 몸, 은사(재능), 재물, 시간을 올바로 관리해야 한다”며 “값싼 은혜론에 매몰되지 말고 청지기 사명을 정직하게 수행하지 못한 죄를 자복하고 용서와 자비를 간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7회 교회법 세미나
▲제17회 교회법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참석자들. ⓒ송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