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임신, 아기, 생명, 친생명, 반낙태
ⓒNathan Dumlao/ Unsplash.com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지 3년이 지났지만, 후속 입법이 미뤄지면서 입법 공백이 무기한 지속되고 있다. 낙태가 더 이상 범죄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은 총 4개. 이 중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3개의 법안(권인숙, 박주민, 이은주 안)은 사실상 낙태죄 전면 폐지를 담고 있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의 발의안만이 태아의 생명 존중을 강조하며, 낙태죄 성립 여부를 태아의 심장박동 시점인 임신 6주를 기준으로 제안했다.

이와 관련, 낙태법 개정안 입법을 위한 세미나가 2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생명운동연합, 성산생명윤리연구소,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가 공동 주관, 예장 고신총회가 후원했다.

“항거 불능의 태아 유린하면서 ‘약자보호’는 위선”

인사말을 전한 조해진 의원은 “낙태법에 공백이 생겼다고 생명을 살해하는 행위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 항거 불능의 태아를 유린하며 약자보호, 소수자인권을 이야기하는 건 위선이자 거짓”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낙태법 개정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고 방송 출연에 적극 나서는 등 다방면에 걸쳐 많은 노력을 해 왔다”며 “그럼에도 정치권과 시민들의 인식이 쉽게 변하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오늘 뜻을 함께해주시는 여러분들을 보내 더 열심히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전했다.

지면으로 축사를 전한 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성동 의원은 “전문적인 상담 기관 및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불법으로 유통되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부모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낙태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면서도 태아와 여성의 생명과 건강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개선안이 속히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낙태법 개정안 입법을 위한 세미나
▲인사말을 전한 조해진 의원은 “낙태법에 공백이 생겼다고 생명을 살해하는 행위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 항거 불능의 태아를 유린하며 약자보호, 소수자인권을 이야기하는 건 위선이자 거짓”이라고 했다. ⓒ송경호 기자
“헌법재판소, 태아의 생명 보호 국가의무 언급”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이 좌장을 맡은 세미나에서 첫 번째 발제한 연취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와이 대표, 바른인권여성연합 대변인)는 국가의 생명보호의무 책임을 지적했다. 연 변호사는 “50페이지에 달하는 헌법재판소 결정 구석구석에는 낙태죄가 낙태를 결정한 여성을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선언하면서도 낙태죄 개정에 있어서 입법자의 재량의 한계를 규정하고, 더불어 낙태를 줄이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고 했다.

또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가 선행되는 사회에서는 낙태죄의 위하력을 이용해서라도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명제가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임신·출산·육아에 장애가 되는 사회적·경제적 조건이 적극적으로 개선된 사회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전문가로부터 정신적 지지와 충분한 정보 제공을 통해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상향, 즉 우리나라가 장기적이고, 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을 명확히 적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명화된 사회에서 아기의 사체가 쓰레기통에 굴러다니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는 정치인이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이제는 단순히 ‘여성의 처벌’이라는 차원이나, 기본권 간의 충돌로 인해 이미 태어난 자의 기본권에 우위를 두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의 기본권을 포기할 권리를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헌법재판소에서 언급한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한 실질적 도움’의 차원의 문제에서 해결점이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바른 낙태법 입법, 정치인만의 영역 아냐”

‘생명을 지키는 세대-프로라이프 빌더 양성을 통한 대한민국의 비전’을 주제로 발제한 장지영 교수(이대서울병원 임상조교수,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연구팀장)는 “낙태법이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기 위해선 일부 정치인들만 자기 소임을 다해서 가능한 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이들, 시민들이 관심 갖고 어떤 것을 바라는지 정치인들에게 의사 전달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프로라이프, 즉 생명운동이 지향하는 바는 생명을 지키는 세대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프로라이프 운동은 여성이 올바른 선택을 해서 태어난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서포트하는 것이 본질이다. 주위에 이 운동에 적극 알려서 우리나라에 이 문화가 점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했다.

낙태법 개정안 입법을 위한 세미나
▲낙태법 개정안 입법을 위한 세미나가 2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세미나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생명운동연합, 성산생명윤리연구소,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 주관, 예장 고신총회 후원으로 개최됐다. ⓒ송경호 기자
“임신 8주 후 모성 사망, 2주마다 두 배 증가”

의학적 입장에서 발제한 홍순철 고려대학교 산부인과 교수는 기존 법무부 입법 예고안의 중요 문제점으로 ▲임신 20주 이후 낙태는 살인 ▲약물을 이용한 낙태는 신중해야 ▲미성년자 성보호에 대한 개념이 누락 ▲낙태를 전제로 한 상담 및 숙려기간 설정 문제 ▲여성 건강에 심각한 위협 등을 꼽았다.

홍 교수는 사회 경제적 사유에 의한 최대 낙대 허용시기를 10주 미만으로 제안한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 의사회 의견을 소개하고 “낙태로 인한 모성 사망의 상대적 위험도는 임신 8주 이후 2주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며 “임산부 생명, 건강이 크게 위협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0주 이후에는 사회 경제적 사유의 낙태가 허용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자연유산유도약에 대해 “불완전 유산 등 약물 낙태 효과와 안전성에 우려가 있고, 제왕절개 등의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는 자궁파열, 출혈 등의 위험성이 높다”며 도입에 신중을 요구했다. 또 “부모의 동의 없는 미성년자 낙태 허용은 준비가 안 된 성관계와 낙태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무분별한 낙태를 막기 위해 시술기관을 지정/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태법, ‘덜 흉악한 법’ 제정토록 노력해야”

‘정통 기독교 입장에서 낙태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조직신학)는 “정통파 기독교의 입장은 수태된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떤 단계에 있든지 인간의 생명으로 인정되고 존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태아와 배아를 생각하면, 낙태는 인간 생명을 죽이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임신 12주 이후의 아이를 낙태하는 것은 산모에게 더 큰 피해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같은 낙태 중에서도 더 심각하고 흉악한 낙태가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결국 낙태법을 제정해야 하는 경우, 우리나라에서 너무 흉악한 법이 제정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에는 서윤화 대표(아름다운피켓)가 ‘생명을 죽이는 운동 VS 생명을 살리는 운동’을 주제로, 이세령 목사(복음자리교회)가 ‘포용을 위한 구별’을 주제로, 전혜성 사무총장(바른인권여성연합)이 ‘여성을 위한 낙태법 개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