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진
▲정교진 연구교수(서울신학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조선 소년단, 혁명투사 양성소 

우리나라에서 6월 6일은 조국을 위해 몸 바치신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현충일’이지만 북한에서는 조선소년단 창립일이다. 조선소년단은 75년 전인, 1946년 6월 6일에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산하단체로 발족된 것으로 만 7세부터 13세까지의 소년소녀들을 회원으로 하고 있다. 인민학교와 고등중학교 중등반에 조직된 어린이 단체로 북한은 매년 이날을 기념하고 경축하고 있다. 남한의 어린이날(5.5)과 같은 성격으로 볼 수 있겠다. 현재 대략 3백 5십만이 넘는 회원을 가지고 있으며 흰색 상의와 붉은 머플러가 소년단의 상징이다.

조선소년단은 김일성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혁명투사를 양성하려는 목표로 세워졌다. 따라서 소년단의 활동목표는 규율있는 집단행동 및 지도를 통해 학생들의 공산주의적 가치관을 확립시키는데 있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김일성 어린시절 따라하기 학습과정으로 ‘배움의 천리길’ 행군에 동원되어 수령들에 대한 충성심을 제고시키는 일이다.

또한, 북한에서 체제선전용으로 진행하는 대집단체조와 카드섹션에 동원되어 6개월간의 혹독한 훈련을 받기도 한다. 러시아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2016년에 제작한 ‘태양 아래’에서는 이 부분을 잘 조명해주고 있다. 소년단이 대집단체조에 동원되는 것에 대해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강력 규탄을 한바 있다. 국제사회도 인권유린 및 노동력 착취라고 계속해서 이 점을 환기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2018년 9월 19일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를 참관했었다. 집단체조의 내용구성이 김일성의 빨치산 활동과 6.25 전쟁 승리에 대한 내용이었는데도 말이다. 어린아이들의 인권유린 현장을 김정은과 손잡고 웃으면서 지켜봤던 것이다.

건설·노동 현장에 투입되는 북한 어린이들

필자가 기억하는 북한정권의 조선소년단 노동력 착취의 절정은 2019년이었다. 2019년은 북한이 한창 ‘만리마 운동’을 내세우며 70일 전투까지 부르짖던 때였다. 1년의 건설 사업을 70일 만에 끝내자는 구호아래 건설현장에 조선소년단원들까지 투입시켰었다. 2019년 6월 6일자 노동신문은 소년단원들이 삼지연 건설현장 및 대 건설 현장에 투입되었다는 내용을 실었다.

“조선소년단의 애국충정의 전통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 우리 소년단원들은 자나깨나 경애하는 원수님만을 그리며 원수님의 뜻을 받드는데 적은 힘이나마 이바지할 일념 안고 삼지연군 꾸리기를 비롯한 대건설전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당시 삼지연 건설현장에서는 하루에 15시간 이상씩 노동을 했고 김정은 시찰 시에는 20시간을 일하게 했다. 한 겨울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식량배급도 거의 안 되어서 엄청난 이탈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 현장에 어린아이들이 투입되어 돌을 나르고 얼은 땅을 팠던 것이다. 이것은 북한 법으로 보더라도 분명 위법행위로 노동력 착취이자 인권유린이다. 북한 노동법 제15조에는 북한에서 노동하는 나이를 만 16세 이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조선소년단 역할, 김정은 결사옹위

6월 6일, 노동신문은 조선소년단 창립 76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사설을 비롯한 관련 기사를 많이(8개) 쏟아냈다. 사설, ‘소년단원들은 사회주의조선의 희망이고 미래이다’에서는 김정은을 혁명의 후비대인 소년단원들을 끔찍이도 아끼며 소년단원들의 미래를 꽃피워주는 주체의 해(태양)으로 묘사하며 소년단원들은 김정은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충성의 해바라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력 주문하고 있다. 그러면서, 소년단 조직들의 역할 중에 김정은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실성을 심어주는 것을 가장 최우선으로 놓고 있었다. 아래는 관련 내용이다.

“학생소년들의 씩씩하고 명랑한 모습에서 기쁨을 찾으시고 후대들을 위한 사업에 선차적인 힘을 넣으시는 우리 원수님(김정은)과 같으신 령도자는 세상에 없다”

“경애하는 원수님의 천만로고가 있어 웃음넘친 등굣길과 밝은 교정, 행복의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을 가슴깊이 새기고 원수님께 기쁨드릴 일념으로 가슴 불태워야 한다.”

북한이 지난달부터 방역대전을 선포하면서 당 일군들에게 ‘방탄벽’이 될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6월 6일, 조선소년단 창립일을 맞이해서는 소년단원들에게도 ‘방탄벽’이 될 것을 종용했다. 그런데, 이 방탄벽은 바로 김정은의 존엄 사수전과 김정은 권위 보위전과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현재 북한의 방역사업에서 최고의 목표는 김정은 결사옹위이다. 어떠한 악전고투 속에서도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사설들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 과학적 시스템 도입 및 외부의 지원으로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려기보다는 인민들의 정신무장을 시키는데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6월 6일은 조선소년단 아이들의 정신무장에 온통 집중했다.

‘소년 영웅들’ 내세워 충성경쟁 부추김

노동신문 6월 6일자 다른 기사에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지난 10년간 김일성-김정일 어린시절을 따라배우며 소년단 조직생활을 한 학생 중 2천명이 김일성 소년영예상, 김정일 소년영예상을 수여했다고 했다. 하지만, ‘조국을 위해 아직은 바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우리 아이들’이라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면서 “경애하는 원수님을 위하여, 사회주의 조국을 위하여 항상 준비해갈 결의 드높은 수백만의 소년단원들...”이라고 했고, 다른 기사에는 “경애하는 원수님처럼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분이 이 세상 그 어디에 있겠습니까”, “경애하는 원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사는 우리 아이들은 정말 행복합니다”라며 어린아이들의 행복의 근원을 김정은의 존재에서 찾게 했다. 조선소년단 창립 경축일(어린이날) 주인공이 어린아이들이 아니라 김정은이 되었다.
노동신문 기사들(6.6)은 김정은에게 충성 맹세한 소년단원들, 즉 ‘소년 영웅’들을 내세워 충성경쟁을 부추기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본보기로 일명 ‘꽃바구니 소년’이라고 불리는 정호일 학생(순천시 서문소학교)이다. 이 소년은 소년단에 가입한 2012년부터 해마다 국가주요 기념일이 있을 때 마다 자신이 직접 키운 꽃들을 꺾어 꽃바구니에 담아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김정은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충성맹세를 했고 그는 소년영웅이 되었다. 김위성 학생(장연군 조봉옥소학교)은 수백 마리의 토끼 곰을 만들어 김정일 동상에 바쳐 소년영웅이 되었고 김무성 학생은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수목원에 백도라지를 정성껏 심어 소년영웅이 되었다는 등의 소년영웅들에 대한 내용들이 즐비했고 그 초점은 김정은에 대한 절대 충성이었다.

코로나 사태 초점, 김정은 결사옹위

현재, 북한이 한창 치루고 있는 방역대전에서도 주인공은 김정은이었고 모든 방역 사업의 초점이 김정은 결사옹위였다. 아래는 방역이 아닌 사상교양사업에 전력하고 있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

“지금 우리 조국앞에 조성된 방역위기는 참으로 예상치 않았던 엄혹한 시련으로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인민은 누구나 래일을 락관하고 있으며 필승의 신심에 넘쳐 투쟁해나가고 있다. 그것은 탁월한 사상과 비범한 령도로 우리 모두를 백승의 한길로 이끌어주시는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 계시고 당중앙의 두리에 천만이 굳게 뭉친 일심단결의 불가항력이 있기 때문이다”
(5월 27일자 노동신문 사설 내용)

“악성 전염병으로부터 인민들의 생명과 생활을 굳건히 지켜주시려고 한몸을 깡그리 불태우시는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천만로고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가를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아야 한다.” (5월 26일자 사설 내용)

“우리 인민은 앞으로 지금보다 더한 시련이 닥쳐온다고 하여도 끄떡하지 않으며 오직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만을 굳게 믿고 혁명의 천만리길을 끝까지 걸어갈 것이다.” (5월 26일자 사설 내용)

“전체 일군들이여 모두다 당중앙(김정은)의 사상과 뜻으로 심장을 불태우며 투쟁전구의 전위에서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승리를 앞당기기 위해 헌신분투하자”

북한에서 현재 닥친 코로나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강구책은 오직 김정은 ‘결사옹위’이다. 사상교양사업을 가장 주력으로 내세워 인민들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정신무장을 시키는데 진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 악성비루스보다 더 위험한 적은 비과학적인 공포와 신념부족, 의지박약이다. 패배주의는 절대로 용납될수 없다. 강대한 두 제국주의와의 싸워 승리하고 빈터와 잿더미위에 강국을 일떠세운 영웅세대의 후손들이 악성비루스와의 싸움에서 동요하거나 굴복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5월 26일자 사설 내용)

북한은 당중앙위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 결정에 따라 최대비상방역체계를 가동 중이며 전국의 모든 도, 시, 군들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모든 사업, 생산, 생활단위도 완전히 격폐(차단)시키고 있다. 동시에 생산량, 건설속도는 차질 없게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최대비상방역체계에서 가장 1순위로 놓은 것이 김정은의 지도를 철저히 따르는 것이다.

“당중앙(김정은)의 유일적령도체계는 우리 당과 국가의 존엄이고 위력이다. 오늘날 부닥친 돌발사태를 이겨내고 국가와 인민의 안전과 안녕을 굳건히 수호하기 위한 유일한 방도는 당중앙(김정은)과 사상과 뜻, 행동을 같이하는데 있다.” (5월 25일 사설 내용)

김정은의 지도를 따르는데 있어 구체적인 실천사항도 제시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첫째,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사고와 행동을 김정은의 결정,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통일시킬 것. 둘째, 비상방역사업을 비롯한 모든 사업을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아래 강한 규율과 질서를 세울 것. 셋째, 김정은의 지시를 혁명적 요구로 받아들이고 한 치의 실수없이 완전무결하게 집행할 것 등이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가 최대의 국란이라고 자처하면서도 오직 김정은 결사옹위에만 매몰되어 있는 북한, 수십만의 목숨보다 김정은 권위 사수전에 내몰리는 인민들과 어린아이들...이것이 21세기 현대문명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저 북한 땅의 실체이다.

* 이글은 WORLDVIEW 7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