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례
▲시신 기증인 故 박순례 권사의 모습(오른쪽)과 빈소(왼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 이하 본부)는 16일 “지난 4일, 향년 9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故 박순례 권사(91세, 여)의 시신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생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으로 고귀한 뜻을 품었던 박순례 권사가 노환으로 인해 장기기증을 할 수 없게 되자, 유족들은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을 나누고자 했던 고인의 뜻을 이루었다.

박 권사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1971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상경하여 은평구 대조동에 터를 잡았다. 작은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며 건어물 장사까지 뛰어들었지만, 5남매의 생계를 책임지기에는 언제나 살림이 빠듯했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에도 자녀들의 옷을 직접 지어 입힐 만큼 사랑이 남달랐고, 전국을 떠돌며 물건을 파느라 잘 곳이 마땅치 않았던 방물장수들에게 안방을 내어줄 만큼 인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박 권사의 큰 딸 강현숙 목사(66세)는 “어머니는 빗물을 받아 이불 빨래와 청소를 하셨을 만큼 평생 검소함을 미덕으로 여기셨지만, 자녀들과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한없이 넉넉한 분이셨다”고 그녀를 회상했다.

이러한 박 권사에게 갑작스럽게 치매가 찾아온 건 5년 전이었다. 어머니에게 앞으로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한 강 목사는, 고인이 떠나기 직전까지 간병을 자처했다. 강 목사는 어머니께 좋은 옷을 선물하고 일주일에 한 번 형제들을 불러 모아 식사를 하는 등, 평생 자식들을 돌보느라 자신은 뒷전이었던 어머니에게 따뜻한 추억을 안겨주고자 노력했다.

강 목사는 “평소 좋아하시던 삼계탕을 만들어 드리면, 맛있게 드시며 고마워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작은 호의에도 기뻐하던 고인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께서 항상 소지하고 계시던 지갑에는 장기기증 의사표시 스티커가 붙어 있는 신분증이 들어 있었어요.”

박 권사는 2007년 자신이 섬기던 역촌교회에서 본부의 생명나눔예배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동참했다. 박 권사가 이토록 장기기증에 진심이었던 데는 강 목사의 영향이 컸다. 2006년 4월 목사로 안수를 받은 후 11년 전부터 경기도 여주시에 소재한 당남리교회의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는 강 목사는, 1998년 본부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

강 목사는 전도사로 장석교회를 섬기던 시절, 성도들의 헌혈과 장기기증 캠페인을 이끌었을 만큼 일찍이 생명나눔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고 설명했다. 평소 입버릇처럼 “생명나눔은 그리스도인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은사”라고 말할 정도다. 이러한 큰 딸의 뜻에 누구보다 공감했던 박 권사의 마지막 소원 역시 생명나눔이었다.

강 목사는 “어머니께서 비록 장기기증은 실현하지 못하셨지만,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하며 고통 중에 있는 이웃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분명히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장례식장에는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역촌교회 성도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특히 오랫동안 박 권사와 함께 교회를 섬겨 온 한경자 권사는 “교회의 모범이었던 박 권사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전했다.

한편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고인이 보여준 숭고한 나눔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시신기증을 통해 마지막 순간까지 나누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고인의 이웃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