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반대, 언론은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사실 보도만으로 동성애 문제점 드러나 막으려는 것
인권보도준칙 전후, 언론 동성애 보도에 변화 있었다

복음언론인회 복음법률가회 차별금지법
▲세미나 모습. 왼쪽에서 세 번째가 심만섭 사무총장. ⓒ복음법률가회
복음언론인회와 복음법률가회가 ‘차별금지법과 언론의 불공정성’을 주제로 9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중강당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최근 영국 등 유럽 지역 동성애자 파티에서 감염자가 줄을 잇고 있는 전염병 ‘원숭이두창’과 관련, 코로나19 등과 비교해 국내 언론들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인사를 전한 진평연 상임위원장 원성웅 목사(옥토교회)는 “지난 3월 KBS <시사직격> 담당기자 2인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9가지 문항을 미리 보내 1시간 가량 인터뷰를 해갔다”며 “교회를 대표해 질문에 성실하고 진지하게 답했지만, 막상 방송에서는 제가 인터뷰 중 강조한 부분은 모두 사라지고 PD 의도대로 1분 가량 아전인수 격 인용만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원성웅 목사는 “방송을 보면서, 우리나라 방송과 신문 등 미디어를 장악한 사람들이 지극히 좌편향돼 있어, 공정한 보도나 치우침 없는 여론을 대변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음을 알게 됐다”며 “이대로 분노만 해선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법적 대응을 모색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기막힌 현실 앞에 시의적절하게 세미나가 개최돼 다행”이라고 전했다.

한국교회언론회 이억주 대표는 “그저 목소리 크고 힘센 사람들이 주장하는 소위 ‘떼법’이 판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은 옳고 바른 것인지, 삶의 가치를 지키는 것인지조차 분별하려 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참된 가치는 다수의 주장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도 인간의 참된 가치를 억압하고 왜곡된 길로 잘못 이끄는 병리 현상에 바른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한정화 명예교수는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의 경우,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상황과 같다”며 “지금부터라도 언론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한다면, 잘못된 여론의 추세를 멈출 수 있다. 거짓 인권으로 포장해 개인의 양심과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고, 창조질서를 대적하며 교회와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법안 제정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세미나에서는 심만섭 사무총장(교회언론회)이 ‘인권보도준칙으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관련 기독교계의 반대 의견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에 대해 발표했다.

심만섭 사무총장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한국기자협회(기자협회)가 2011년 9월 소위 ‘인권보도준칙’을 발표했다. 대부분 현직 기자들과 언론사들이 소속된 한국기자협회가 발표했다는 것은 일선 기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그 내용 가운데는 동성애자(성소수자) 관련 사항도 있다. 8장에서 ‘언론이 성적 소수자에 대해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며, 동성애 보호와 옹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언론은 성적 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짓지 않는다, 성적 소수자의 성 정체성을 정신질환이나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묘사하는 표현에 주의한다, 에이즈 등 특정 질환이나 성매매, 마약 등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짓지 않는다’ 등으로 요약된다”며 “결과적으로 성적 소수자, 성적지향(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심지어 사실 보도마저 차단하기로 결의한 것”이라고 비교했다.

심 사무총장은 “왜 국가기관인 인권위나 언론인들을 대표하는 기자협회는 이런 단서를 달아 스스로 언론 통제를 하려는 것일까”라며 “부정적 보도는커녕 사실 보도만으로도 소위 성적 소수자, 성적 지향자들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둔갑시키는데, 사회적으로 막강한 힘과 기능을 가진 언론이 앞장선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은 성소수자 보호 못지 않게 이들로 인한 사회적 문제, 즉 가정·출산 문제 및 이와 결부된 국가적 문제,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청소년 문제 등을 제대로 밝혀 건전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의무와 책임을 방기(放棄)한 것”이라며 “유독 동성애에 대해 정직한 보도 기능을 버리고, 성적지향과 성 정체성의 문제점들을 은폐하려는 것은 언론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국민들이 그런 언론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심만섭 사무총장은 “인권보도준칙은 외형적으로 실정법도 아니고, 강제성을 띠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언론보도 주체인 기자들이 스스로 입을 봉하겠다는 것은 언론 수용자인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언론은 실존하는 성소수자들을 혐오하거나 배척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진실을 말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인권위와 기자협회는 지난 10여 년간 이 문제를 애써 회피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전했다.

심 사무총장은 “이런 인권보도준칙은 실제로 기사 작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2020년 동반연에서 현직 기자 1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성소수자 관련 보도에 인권보도준칙의 영향을 받는지 물은 결과 ‘영향을 받는다’가 73.4%로 나왔다”며 “‘향후 성소수자 관련 기사 작성 시 태도’에서 77.9%가 가급적 인권보도준칙을 지키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러나 “에이즈 주 감염 요인에 대한 보건복지부나 병관리본부(2020년 당시) 발표 자료를 제시한 후 인식 변화를 물었을 때, 60.4%가 ‘동성애와 일반인들의 건강권을 위해 동성애와 에이즈의 관계를 사실대로 보도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 언론에서 동성애 문제를 다룸에 있어, 인권보도준칙 전후로 변화가 있었음도 조사됐다. 교회언론회가 2010년 1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지상파와 중앙일간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성애 보도와 관련해 지지성 기사가 71.5%, 사실 보도가 12.8%였고, 반대 비율은 15.7%에 불과했다”며 “줄곧 반대한 국민일보를 빼면, 지지율은 83.8%로 올라간다. 언론사별 지지율은 한겨레가 96.26%로 1위, 경향이 93%로 2위, SBS 84.61%로 3위, 한국일보 81.35%로 4위 순이었다”고 언급했다.

심 사무총장은 “인권보도준칙 발표 전후 동성애 지지 보도는 51.75%에서 77.25%로 늘어났고, 반대 입장은 19.29%에서 14.61%로 줄었다. 사실 보도 역시 28.94%에서 8.13%로 급격히 적어졌다”며 “이렇게 놓고 볼 때, 인권위와 기자협회가 공동 발표한 인권보도준칙은 성소수자를 확실히 보호하고 옹호하는 철옹성처럼 됐다”고 우려했다.

심만섭 사무총장은 “성 정체성이나 성적지향 문제에 기독교계의 꾸준한 의견 표명이 있었다. 교회언론회는 지난 10여 년 간(2010-2022년) 차별금지법, 동성애 관련 의견 표명을 65차례 했다. 그러나 보도는 주로 기독교계 언론이 했고, 일반 언론들은 기독교계 의견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며 “인권보도준칙이 자율적·간접적 규제라 하나, 실제로는 강한 구속력과 규제력을 갖고 있다. 헌법 전문가들은 이런 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보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종교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본다. 언론의 성역(?) 없는 제자리 찾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사무총장은 “천부인권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후에 만들어진 조항들을 인권 영역에 끼워넣고 보호하려, 절대 다수를 억압하고 여러 가지 자유를 제한하는 강제성은 온당하지 못하다”며 “더구나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보도해야 할 언론들이 특정 국가기관과 함께, 스스로 언론 보도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는 철회해야 한다. 국민들은 편향된 인권이 아닌, 바른 언론 보도를 통해 사회적 실체에 접근하고 인류 공동체와 인간의 참된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을 원한다”고 역설했다.

이 외에 정일권 박사(전 숭실대 초빙교수)가 ‘제4의 권력(언론계)의 차별금지법과 정치적 올바름(PC) 비판: 독일 68 언론 카르텔의 ‘검열’에 대한 최근 비판을 중심으로’, 현숙경 교수(침신대)가 ‘언론의 담론 정치: 담론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언어학적 고찰’, 명재진 교수(충남대)가 ‘차별금지법, 평등법상 혐오표현금지의 위헌성’을 각각 발표했다.

이후 토론에서 언론인 출신 김인영 전 KBS 보도본부장은 ‘인권보도준칙이 낳은 언론의 불공정 지형’에 대해 언급했다.

김인영 전 본부장은 “인권보도준칙은 강제성이 있거나 법규적 효력은 없지만,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지속적으로 준수여부를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실질적 강제성 효력이 나타났다”며 “이것이 장기화되면서 언론은 스스로의 자유를 원천봉쇄하고, 관행처럼 동성애 문제 보도를 금기시하고 성역화하는 지형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이를 통해 ①동성애 용어 자체의 실종 ②동성애 관련 보도 실종 ③에이즈 보도 실종 ④에이즈 급증 ⑤청소년 동성애 급증 ⑥교육현장 동성애, 젠더교육 실태 보도 실종 ⑦논란 이슈에 대한 기획 보도 실종 ⑧심층취재, 해외사례 취재 실종 등의 사태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언론들의 불공정 사례에 대해서는 “차별금지법이 기독교만의 문제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퀴어축제는 일방적으로 미화하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문제제기를 가짜뉴스라고 호도했다”며 “설문조사 결과도 인권위 것만 보도하고, 교계 여론조사는 생략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알면 반대, 모르면 지지’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언론의 직무유기였다. 인권위와 교계 여론조사가 왜 상반되는지 문제의식 없이, 일방적으로 인권위의 여론조사만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성애 이슈는 여전히 극히 논란적 이슈임에도, 인권보도준칙은 사회적 합의도 없이 인권위와 기자협회 소수세력이 일방척으로 추진한 산물이었다. 용어부터 사회적으로 충분히 수용 안 되는 논쟁적 개념을 전제로 만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인권보도준칙은 차별금지법에 관한 한 언론이 중립과 균형, 공정성을 원천적으로 어기게 하고, 동성애 보도를 금기시·성역시한 근본 장애 원인이므로, 삭제하거나 합리적으로 개정하는 등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가 ‘차별금지법이론들의 언론자유침해성과 대응방안: 소위 욕야카르타 원칙의 부당성을 중심으로’, 김정희 대표(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가 ‘인권보도준칙이 언론 공정성에 부정적 영향 끼친 사례’를 각각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