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러시아 ‘결사옹호’ 배경
1. 미국으로부터 고강도 경제제재 받는 동병상련 입장
2. 핵미사일 개발 정당성과 필요성 부각시킬 반면교사
3. 코로나와 장기간 경제제재로 만성적 국민 불만 출구
4. 러시아에 밀착할 절호의 기회, 중·러 양다리 외교 중

기독교통일학회
▲기념촬영 모습. ⓒ기독교통일학회

기독교통일학회 제30차 정기학술 심포지엄이 지난 4일 서울 총신대 제1종합관 2층 주기철기념관에서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 한반도 평화와 국제관계’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2부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박종수 박사(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가 100일을 맞이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한반도 평화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박종수 박사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단순히 지구 반대편에서 전개되는 유럽 국가들 간의 전쟁이 아니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간 무력 충돌만도 아니다”며 “외교·안보·경제 등 전반적인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세기적 변화를 예고한다. 그 중심에 미국과 러시아가 있다.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자칫 오판할 경우에 우리 안보와 생존에 돌이킬 수 없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 박사는 “러시아가 소위 ‘특수 군사작전’을 전개한 지도 3개월이 지났다. 아무리 좋은 전쟁도 나쁜 평화보다 못하다.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며 “그토록 평화를 외치던 기독인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구호물자를 보내는 것만으로 기독인들의 사명을 다했다고 자부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학자적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감있는 평가를 시도했다.

그는 먼저 “우크라이나 사태는 저질적인 심리전”이라고 주장했다. 좀더 고상한 표현으로는 하이브리드전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온갖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다. 전쟁의 최대 희생자는 진실, 외교안보 뉴스의 99%가 프로파간다”라며 “여론을 주도하는 측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이고, 우리 언론도 서방 언론을 무분별하게 베껴쓰고 있다. 전 세계 SNS는 전쟁 양상을 선과 악으로 단순화한다.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는 ‘선’이요, 침략한 러시아는 ‘악’”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논리적 귀결은 권선징악이다. 기독교적 입장에서도 당연히 선이 악에 굴복할 수 없다”며 “그렇다고 악인 러시아가 굴복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가? 전쟁은 본질적으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강자와 약자의 대결”이라고 짚었다.

둘째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범지구적 갈라치기 전쟁”이라며 “나토의 동진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권위주의 세력간 대립 구도”라고 지적했다.

박 박사는 “그러나 이는 지극히 외형에 불과하다.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미국·EU,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삼각구도다. 인도와 터키는 러시아 제재와 외교적 중재를 둘러싼 지역 중추국가로서의 역할을 자임한다. 터키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함으로써 자국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권위주의 체제의 공통 가치보다는 상호 이익에 따른 편의성을 바탕으로 전략적 제휴를 한다. 즉 동아시아의 미중 경쟁과 유럽의 나토·러시아 경쟁에서의 ‘안보적 분업’이다. 결과적으로 냉전식 갈라치기 전쟁 아닌 것은 선악의 전쟁이 아닌 것과 동일한 논리”라고 말했다.

셋째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경제전쟁”이라며 “미국식 자유자본주의 체제 고수와 이에 대항하는 러중식 국가자본주의 세력간 대결이요, 서구의 금융자본주의와 러중의 산업자본주의간 헤게모니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때는 서방이 일방적으로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지만, 이번에는 러시아가 역제재(counter-sanctions)의 공세적 방어망을 구축함으로써 팽팽한 제재 체제(sanction system)를 형성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달러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금, 가상화폐, 위안화 등 외환 보유 포트폴리오를 주도면밀하게 준비해 왔다.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안보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식량 안보까지 가세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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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가 진행되고 있다. ⓒ기독교통일학회

이후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 평화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대응을 논의하면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의 최대 우군은 북한”이라는 의견을 냈다.

박종수 박사는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이 제기되던 작년 말부터 반미친러 입장을 노골화했다”며 “올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총 17회 29발에 이른다. 처음에는 단중거리 미사일이었으나,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이 개시되던 2월 24일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집중 발사했다. 당연히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한 “북측은 3월 초에도 ‘우크라 사태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패권정책’이라 비난했고, 3월 말에는 ‘그 어떤 초강도 제재와 위협, 공갈로써도 국가 안전과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의 선택을 결코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며 “3월 중순 경에는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중국과 북한을 방문해 미사일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4월 20일에도 ‘대리전쟁을 통한 미국의 군수업계 이권 챙기기’ 계략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러북간 공조 체제를 강화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러시아를 결사옹호하는 배경에 대해서도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로 대외적 요인에 대해 “‘2022 미국 군사력 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을 중국·러시아에 이어 미국에 ‘높은 위협’을 가하는 적성국으로 지목했다. 북한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미국으로부터 고강도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동병상련의 입장”이라며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유엔 비난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했다.

두 번째 대내적 요인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김정은 정권에게 이중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핵 없는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반면교사로 삼아 핵미사일 개발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며 “또 코로나19 팬데믹과 장기간 경제제재로 인한 국민들의 만성적 불만을 외부로 분출시킬 수 있는 출구”라고 이야기했다.

세 번째 북러 관계 요인에 대해선 “우크라이나 사태는 북한이 러시아에 밀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구소련 당시 자동군사개입 동맹 조약이 2000년 개정된 신조약에서는 ‘유사시 즉각 접촉’으로 톤다운됐다. 고립무원의 김정은에게는 러시아와의 동맹관계 복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빵은 중국, 총은 러시아’라는 북한의 양다리 외교가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은 ‘동부전선’, 러시아는 ‘서부전선’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에 대해선 “한국은 분단국, 반도국, 동맹국, 그리고 통상국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제정세에 대한 세심한 전략적 판단 없이 친서방 편향의 외교정책을 택함으로써 자국의 운명을 주변 열강에 내맡기는 결과를 야기했다”며 “이를 반면교사 삼아, 한반도가 열강의 각축장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과도한 온정주의도, 러시아에 대한 맹목적인 배타주의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종수 박사는 “한미동맹을 유지해 나가면서도 그것을 이유로 신냉전 구도속에 갇히지 않는, 좀 더 유연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며 “사실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군사지원 요구를 수용할까 노심초사했다. 항간에 떠도는 한국제 탱크의 우회 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매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박사는 “러시아는 북한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완성용 민감 기술을 제공하고,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국 병력을 파견하거나 미사일을 지원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행스럽게도 방독면 등 비살상 군사물자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이 찰떡공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주목되는 현상은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진출”이라며 “기독인으로서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뿐 아니라, 북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평화의 복음을 전할 기회가 도래했다. 위기는 기회”라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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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안인섭 전 회장, 주도홍 초대 회장, 최현범 신임 회장. ⓒ기독교통일학회

이후 이상숙 권사(성공회대)가 ‘폭력성의 시대 공격성의 대안으로 고찰해보는 예수의 적극적 순종’, 최광수 박사(총신대)가 ‘한국 다문화 사회의 통합을 위한 기독교사회복지의 역할에 대한 소고’, 하광민 박사(총신대)가 ‘코로나 시대에 탈북 청소년대안학교의 현황과 과제’, 오일환 박사(한양대)가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과 한국교회 통일선교 방향’, 이동영 박사(서울성경신학전문대학원대학교)가 ‘삼위일체론과 한반도 통일’, 정대진 박사(한라대)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재구성과 비영토 통일 패러다임’을 각각 발표했다.

심포지엄에 앞서 진행된 정기총회에서는 제9대 회장에 최현범 박사(부산중앙교회), 총무에 김주한 교수(총신대)가 각각 임명됐다. 1부 예배에서는 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가 설교했으며, 초대 회장 주도홍 박사(백석대)가 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