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민첩하게 대응 못하는 아이들, 단순히 기질 때문일까

미루기가 심한 아이들이 있다. 상황에 적절하게 그리고 민첩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느린 행동을 보면, 두뇌 회전이 느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이런 아동들은 부모가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대로 방치하면 심리장애로 이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루기가 심한 아동은 발달에 문제를 가진 아동, 미루기가 습관이 된 아동, 행동실천이 약한 아동이다. 미루기가 심한 아동은 다음 특징을 갖고 있다.

1. 기질적인 특성의 결과

미루기가 심한 아동은 기질이 다를 수 있다. 기질이란 타고난 것으로, 아동만이 갖는 고유한 특성이다. 미루기가 심한 아동은 기질적 성향에서 차이를 보인다.

아동은 모두 타고난 기질적 성향이 다르기에, 모든 아이가 행동이 빠를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행동이나 과제수행이 느린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기질적 성향 때문에 느린 것인지, 주의력이나 이해력이 부족하여 느린 것인지를 먼저 알아보아야 한다.

주의력이나 이해력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데 단순히 행동이 느린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라면 무작정 혼내기보다는 시간을 정해놓고 과제를 수행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시간 내에 수행할 경우 긍정적 강화물(칭찬, 선물 등)을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행동이 느린 것 이외에 다른 부분일 수 있다. 이때 주의력과 이해력이 부족하다면,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들의 기질이 발달과 관련된다면, 발달이 늦은 아동이라는 시각에서 생각해야 한다.

다만 발달은 신체적인 것으로 상당 부분 심리적 측면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 이는 정신적 문제로만 보지 말고, 오히려 신체적 문제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신체적 문제가 정신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 자발성이 낮은 상태

미루기가 심한 아동은 자발성이 낮을 수 있다. 자발성이란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특성이라는 시각에서 이해된다. 아동이 생활에서 자발성을 갖지 못하면 의욕이 적을 뿐 아니라, 그 반응도 느리기 마련이다.

자발성이 낮은 아동은 대개 생활 전체에서 활기 없이 수동적으로 자라난다. 특별히 즐기는 놀이나 친구도 없고, 시키는 일이나 하며 지낸다.

이런 아동은 기쁜 일이 있으면 갑자기 활기 있게 행동하기도 한다. 수동적으로 생활하는 원인을 발견해, 생활 전체 문제로 풀어야 한다.

여기에는 부모의 힘이 지나치거나, 자신이 없는 아동들이 해당된다. 자발성은 아동의 관심을 붙드는 마력을 갖기 때문이다. 자발성은 지치지 않고 오래할 수 있는 에너지이다. 아동이 하는 일에 자발성을 갖고 있는지 살피는 이유다.

자발성은 자신이 스스로 나서서 하는 일이므로 그만큼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계속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미루기가 심한 아동의 부모는 아동의 자발성을 유발시키는 일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때 부모는 아동의 자발성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아동이 어떤 일에 관심과 자발성이 없는데, 부모가 레슨을 시킨다고 하자. 그런 경우 아동이 억지로 할 수밖에 없다.

자발성이 없는 것은 근성과 끈기와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끈기를 붙여 주기 위해 어떤 일이 있어도 레슨은 계속시킬 수 있다. 이것은 근성을 만드는 방법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아동에게 적합하지 않으면 이미 강압적이 된다.

이는 심리적인 부담이 되고, 아동에게는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레슨 문제가 아동의 자발성 문제이면서 의지의 문제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3. 강박적 양육의 결과

미루기가 심한 아동은 부모의 강박성 상태에서 양육된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부모가 강박 성격을 갖고 있거나 강박증을 갖고 있다면, 아동은 의식적 및 무의식적으로 그 증상이 학습된다.

여기에는 여러 강박성격이나 증상이 있지만,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을 대표로 들고자 한다. 만약 부모가 아동에게 지나치게 정확한 것을 요구했다면, 아동은 미루는 행동이 훈련되기도 한다. 부모의 지나친 정확성은 아동에게 미루기의 행동을 부추기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아동에게는 간단하게 착수하거나 시도하여 생각보다도 쉽게 일이 마무리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미루기가 심한 아동에게는 그런 태도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모든 일을 하려면 정확하게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들에게 지나치게 정확하려는 마음이 그들의 행동을 지연시키는 원인이다. 물론 정확성이 반드시 시간성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생각하면, 시간 지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그들이 더 정확하게 하려다 지연하는 행동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관련성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강박적인 미루기 행동은 자기관리 행동과 같은 간단하고 일상적인 수행 과제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김충렬 박사.

4. 정리

미루기가 심한 아동을 둔 부모라면, 전술한 원인을 참고해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을 한다 해도,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

김충렬 박사
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