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복음 오기까지: 메타서사에서 한국적 서사로
존 코클리 교수 세 차례 강연 “현실에 안주 말아야”
한국 기독교 신학, ‘익숙해진 낯선 길’서 눈 돌려야

존 코클리
▲존 코클리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새문안교회

2천 년 기독교 역사를 팔레스타인-유럽-북미를 중심으로 바라보던 ‘메타서사’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새로운 기독교 역사의 틀(이야기)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지난 5월 28-29일 이틀간 열린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담임 이상학 목사) 제13회 언더우드 국제 심포지엄에서 주 강사인 기독교 역사학자 존 코클리(John Wayland Coakley) 미국 뉴브런스윅 신학교(New Brunswick Theological Seminary) 석좌교수의 이야기다.

존 코클리 교수는 ‘낯선 복음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메타서사에서 한국적 서사로’라는 주제로 총 세 차례 강연했다.

코클리 교수는 기독교 신학의 ‘탈식민지적 관점’에서 2천 년 기독교 역사를 조망했다. 그는 “서구 기독교가 당연시하는 ‘시간을 통해 유일한(as but one) 기독 신앙’이라는 표현은 서구식 기독성(christianity)의 오만”이라며 “이제 그 오만을 내려놓을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첫 번째 강연에서 기독교 역사의 전체 그림을 그리고, 기독교 역사에 관한 이야기(narrative, 서사) 형성과 전파 과정에 대한 메타서사를 설명했다.

두 번째 강연에서는 이야기 속 인물과 주제, 그리고 전체 이야기와 관계 형성 과정에 대한 메타서사를, 세 번째 강연에서는 연습 가능성, 즉 전체 이야기를 서구의 주장에 맞춰 ‘일반화하지 않는 훈련(exercising in not generalizing)’을 각각 제안했다.

동서고금을 통해 서구의 메타서사가 신학의 주체라 생각해 온 서구 신학자들에게 이번 강연은 아주 ‘낯선’ 주장이고, 서구의 틀에 익숙해진 국내 신학자들에게는 극히 놀랍고 또 다른 ‘낯선 경험’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마저 서구 신학자에게서 나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고, 신학의 중심이 여전히 서구에 있음을 반증한다.

코클리 교수는 강연 후 좌담회에서 “내가 나고 성장한 개혁교회(Reformed) 신앙인으로서, 나와 의견이 다르고 다른 노선의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 갈등이 있을 때 마음의 문을 닫고 그 안에서 거주하고 교회 생활을 하면 편하다. 하지만 역사신학자로서 그럴 수 없었다”며 “교회 역사를 보면 끊임없는 갈등이 있었고, 그러한 역사적 갈등은 내게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문을 열라고 한다. 문을 열고 나가 모르는 것을 수용하고 용납하는 것과 내 안에서 안주하는 것과의 긴장 관계가 오히려 나를 어지럽히고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종래 그것이 나에게 새로운 통찰력(New Insight)을 주었다”고 밝혔다.

좌장인 장신대 전 총장 임성빈 박사는 “다원화된 세상 가운데 신앙적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신앙인으로서 신앙을 지키며 제대로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우리에게, 복음과 문화의 관계를 선교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통찰하게 해주는 고마운 심포지엄이었다”며 “혼란의 세대를 살아가지만 함께하는 이웃의 이야기를 잘 듣고, 우리 정체성을 하나님 원하시는 방향으로 잘 전달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언더우드 목사님이 그러셨듯 선교적 삶 속에서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서는 강연 형식 변화를 시도했다. 강사는 영어로 강연하고, 스크린에는 강연 내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내용을 한글로 설명하는 사진 및 이미지를 사용하는 강연 자료(Power Point Presentation)를 활용함으로써 많은 성도의 큰 호응을 받았다.

또 최근 국내 신학대학 졸업논문을 대상으로 언더우드 논문상을 수여했다. 언더우드 논문상 대상은 2021년 장신대 양석진 박사의 학위 논문 ‘디트리히 본회퍼의 신학교과 실천에 나타난 공적 신학 연구’가 선정돼, 상장과 부상을 받았다.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은 새문안교회를 세운 언더우드 선교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언더우드가 설립한 언더우드 자매교회 협의회, 언더우드 선교사 모교인 미국 뉴브런스윅 신학교, 새문안교회가 세계적 석학을 초빙하고 있으며,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다 올해 재개됐다.

강연 주제인 메타서사(metanarrative)란 서사에 대한 서사(beyond narrative)나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말한다. 사회나 한 공동체의 어떤 현상이나 개념에 대한 역사적 의미, 경험, 지식에 관한 주요 내용을 잘 정리하고 완성해 사회의 인정을 받는 주요 개념으로 세우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나 서사이다.

성경적 메타서사란 성경을 통째로 이해할 수 있는 전반적인 줄거리나 그 줄거리 속 개념들(성육신, 신약구약, 약속, 임재 등)이 기독 공동체 내에서 인정받고 정립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나 서사를 의미한다.

존 W. 코클리 박사(John Wayland Coakley)는 교회사 전공으로 미국 뉴저지주 뉴브런스윅 신학교(New Brunswick Theological Seminary, 이하 NBTS) 명예교수이다. NBTS에서 32년 간 가르치고 2016년 은퇴했다.

웨슬리안 대학교에서 문학사(B.A.), 하버드 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M.Div.)와 신학박사(Th.D.) 학위를 받았다. NBTS에서 가르치기 전 회중교회들에서 10년간 목회했고, 미국 개혁교회(the Reformed Church in America) 교단의 총회 소속 명예교수이다. 중세 영성사 전공의 기독교 역사학자이지만, 보다 광범위한 관심으로 기독교 역사 전체를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들은 다음과 같다. 『여성, 남성 그리고 영적 권세 : 여성 성자들과 남성 협력자들(Women, Men, and Spiritual Power: Female Saints and Their Male Collaborators, 2006)』, 『뉴브런스윅 신학교사 1784-2014(New Brunswick Theological Seminary: An Illustrated History, 2016)』, 『세계 그리스도교 역사, 1권: 초기-1453년 그리스도 신앙(Readings in World Christian History, Vol. 1: Earliest Christianity to 1453, 2004)』.

다수의 학술 논문도 있는데, 논문 ‘선교사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의 신학교 시절(The Seminary Years of the Missionaries Horace G. Underwood and Henry G. Appenzeller)’은 2015년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 강연을 출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