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신앙고백서 작성 귀도 드 브레 탄생 500년
개혁신앙 신봉자들이 국가 반역자나 범법자 아닌,
성경 말씀 따라 고백하는 준법 시민임 밝히기 위해
기독교 정체성 살리고 역사적 교리와 유산 제공해

한국개혁신학회
▲학회 기념촬영 모습. ⓒ한국개혁신학회
제52차 한국개혁신학회 제52차 국제학술심포지엄 및 제111회 장로회신학대학교 성서연구원 학술대회가 ‘벨기에(벨직) 신앙고백서와 파이데이아(Paideia): 귀도 드 브레 출생 500주년’이라는 주제로 지난 5월 28일 서울 광장동 장신대 소양주기철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주제강연은 ‘벨기에 신앙고백서(1561)의 현대적 의미’를 주제로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가 맡았다. 그는 “개혁교회가 갖고 있는 신조(creed)·신경·신앙고백(confession)은 개혁교회 신앙의 보고이며 위대한 유산”이라며 “개혁교회는 역사적 과정 속에서 잘못된 교리가 활개칠 때 바른 교리를 선언했다 이런 목적으로 만든 것이 신조(信條)로, 성경 본문에 근거하지만 2차적으로 각 신자 공동체가 처한 특별한 역사적 정황에 따라 만들어져, 역사적 정황이 반영돼 있다”고 소개했다.

김 박사는 “개혁주의(reformed)는 역사적으로 존경스럽고 영예스러운 교회적·신학적 유산이다. 이 용어는 종교개혁 후기의 산물로,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nd est)’는 것”이라며 “이처럼 개혁주의 전통은 16세기 초중엽 유럽의 다양한 종교개혁의 흐름들이 모여 형성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개혁주의’란 단어는 개혁교회 성직자 귀도 드 브레(Guido de Brès)가 벨기에 신앙고백서를 작성했던 1560년대 유럽 대륙에서 공식 사용됐다”며 “이는 츠빙글리와 칼빈파 교회뿐 아니라 루터파까지 포함된 명칭으로, 개신교(protestant)라는 명칭과 거의 동의어”라고 했다.

김영한 박사는 “올해는 개혁교회의 중요 신조인 벨기에 신앙고백서(confessio Belgica, 1561)의 기초자 귀도 드 브레(Guido de Brès, 1522-1567) 출생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며 “개혁교회는 사도신경,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경, 아타나시우스 신경 등 3개의 에큐메니칼 신경과 더불어, 벨기에 신앙고백서(1561), 하이델베르크 요리
문답(1563), 제2스위스 신앙고백서(1566), 도르트 신조(1618-1619),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1647),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1647), 웨스터민스터 대요리문답(1648) 등 7개의 중요한 개혁교회 신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귀도 드 브레는 도르니크(Doornik)에 있을 때 신앙고백서를 작성했다. 작성 목적은 개혁신앙의 신봉자들이 국가의 반역자나 범법자가 아니라, 성경 말씀에 따라 참된 그리스도 교리를 고백하는 법을 지키는 시민들임을 밝히기 위해서였다”며 “신앙고백서 작성은 죽음을 무릅쓴 행동이었다. 개혁교회와 신자들은 신앙고백서에 목숨을 바쳤고, 후예인 우리가 이를 고백하고 연구하고 있는 이유가 거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주제와 내용이 방대하고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은 너무 기초적인데 반해, 벨기에(네덜란드) 신앙고백서는 기독교 교리의 모든 주제를 골고루 다룰 뿐 아니라 깊이가 있어 유익하다”며 “총 37조로 구성돼 있다. 제1조 유일하신 하나님, 제5조 성경의 권위, 제7조 성경의 충족성, 제8조 삼위일체 하나님, 제9조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되심, 제10조 성령의 하나님 되심, 제21조 우리의 대제사장이신 그리스도의 속죄, 제37조 37 최후심판 등을 다룬다. 하나의 항목에 하나의 글로 돼 있고, 변증적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크투 DB
이후에는 오늘날 갖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신앙의 소망 이유 제시’에 대해 “드 브레는 개혁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변호하기 위해 신앙고백서를 집필했다. 신앙고백을 위해 귀도 드 브레와 성도들은 생명을 걸었다. 영생에 대한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들의 순교로 스코틀랜드 장로교회가 기초석을 닦았고, 민주정치의 초석이 놓였다”고 평가했다.

둘째로 ‘신앙의 원천으로 돌아가게 한다’에 관해선 “신앙고백서는 우리가 성경으로 돌아가게 한다. 개혁교회 후예들은 드 브레의 신앙고백 위에서 전보다 더 열렬히 성경을 연구할 수 있었다”며 “개혁신앙의 원천은 하나님 말씀인 성경으로 되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앙의 원천은 교황이나 교회 회의가 아니라, 초대교회가 전해준 사도들의 케리그마(Kerygma)이다. 우리가 이를 믿는 것은 성경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자증(自證)하는 것을, 성령께서 우리 마음에 증언하시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셋째로 ‘공교회성’에 대해 “벨기에 신앙고백서는 다른 신앙고백서들과 달리 개인이 작성했지만, 도르트 회의 등을 통해 채택된 점에서 공교회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며 “공교회성은 말씀 설교, 성례 집행, 교회 권징(치리) 등 3가지 표지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 참 교회와 거짓 교회를 분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넷째는 ‘기독교 신앙의 정통성과 연속성’이다. 그는 “벨기에 신앙고백서는 작성된 1561년과 오늘날 21세기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며 “개혁신앙은 구약의 예언자들, 신약의 사도들, 초대 및 중세 교회 교부들, 종교개혁자들의 신앙의 전통을 고백하고 후예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오늘날 탈진실이 지배하고 보편적 진리와 가치가 부정되며 신앙의 전통이 무너지고 있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개혁교회와 신자들은 하시딤(Hasidim, 경건한 자들)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섯째로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 지킴’에 대해선 “벨기에 신앙고백서를 이어받은 CRC 교단의 신학과 교리는 개혁신앙적이며 성경의 권위, 하나님의 주권, 경건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특히 통합적 시각으로 보는 세계관(world-and-life-view)을 강조한다”며 “개혁신앙인들은 인간의 학문과 사회·경제·정치·교육 활동 등 모든 분야에서 하나님의 주권과 뜻 아래 결정하고 행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적극적 태도로 기독교 세계관을 정립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개혁신학회
▲개회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개혁신학회
여섯째는 ‘개인적이고 경건한 구원 신앙이 아닌,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주권을 믿는 신앙’이다. 김 박사는 “벨기에 신앙고백자들은 기독교 신앙의 폭넓은 복음의 개념에 대한 기초를 마련했다”며 “시민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권위에 복종하고 위정자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천명했다. 역사적 복음주의도 개인 구원과 행복, 내세 천국을 지향하는 협소한 신앙에 머물렀으나, 1974년 로잔 언약과 1989년 마닐라 선언, 2010년 케이프타운 서약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과 복음전도가 뗄 수 없는 짝(pair)이라는 폭넓은 개념으로 확장됐다”고 했다.

일곱째 ‘타 교파와 타종교에 대한 관용성 및 삶의 모든 영역에 대한 학문적 개방성’에 대해선 “칼빈주의는 다른 교회에 관용정책을 수립, 다른 종파에 관용을 베풀었다. 이는 네덜란드의 종교적 특징을 결정짓는 계기가 됐다”며 “교리적 관용은 학문적 개방성과 아울러 바빙크·카이퍼의 기독교 학문 이념 발전과 기독교 세계관 운동 등 칼빈주의의 학문적 발전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여덟째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사상 신장에 종교적 기초를 제공’한 것에 대해선 “오늘날 개혁신앙의 본고장인 스위스 제네바와 취리히는 자유민주도시 국가로 발전했고, 개혁신앙이 신장된 네덜란드도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했다”며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론은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사회 체제를 위한 신학적 기초를 제공한다. 이러한 영역주권론은 민주정치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정치에도 수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김영한 박사는 “오늘날 서구 사회는 탈기독교 시대(the post-Christian Era)가 되어 보편적 진리와 전통적 가치가 더 이상 규범성을 가질 수 없고 전통적 신앙고백의 타당성이 의문시되며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이 와해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벨기에 신앙고백서는 한편으로 오늘날 네덜란드인과 유럽인들과 유럽교회를 향해 선조들이 가졌던 신앙을 재발견하도록 각성시키는, 감춰지고 은폐된 역사적 진리의 보고가 된다”며 “다른 한편으로 오늘날 지구촌 개혁교회와 신자들에게 기독교 정체성을 살리고 교회의 전도와 선교에 중요한 역사적 교리와 신조의 유산을 제공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김영한 박사는 “오늘날 서구 사회가 21세기 사회 정체성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남기 위해, 고전적 가치, 보편적 진리와 가치와 규범(인간의 존엄성, 법질서, 성과 결혼, 가정의 신성, 전통적 종교유산 등)의 창조적 계승이 요청된다”며 “벨기에 신앙고백서가 천명하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 성경의 하나님 말씀과 유일한 진리의 규범은 오늘날 세계적 풍조로 밀려오고 있는 동성애, 종교다원주의, 탈진실, 이슬람의 도전과 과학기술 신격화에 대항해 예수 그리스도 구원의 유일성을 고백하는 개혁교회 후손들이 나아가야 할 신앙과 진리의 방향과 푯대임을 분명히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네덜란드 이어릭 더 부어 박사(캄펜신학대학교)가 두 번째 주제강연을 전했다. 이와 함께 박찬호 박사(백석대), 강대훈 박사(총신대), 강미랑 박사(로뎀나무교회), 이정민 박사(다보스병원), 양인철 박사(장신대), 김문경 박사(장신대), 강병훈 박사(캄펀대), 김지훈 박사(안양대), 송영목 박사(고신대), 홍주현 박사(새에덴교회), 서재덕 박사(호서대), 정다운 박사(분당구미교회), 이의석 박사(네덜란드) 등이 다양한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학술대회 후 열린 한국개혁신학회 정기총회에서는 이은선 박사(안양대)에 이어 소기천 박사(장신대)를 회장으로, 김문경 박사(장신대)를 부회장으로 각각 선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