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의적 분위기 머물러 ‘공동체 식사’ 덜 강조돼
성찬 식사 통해 교회 구성원들 연합 추구 필요
믿음 기반해 연합의 기쁨 참여자 모두 경험을

한국실천신학회 제84회 정기학술대회
▲학술대회 기념촬영 모습. ⓒ실천신학회
제84회 한국실천신학회(회장 민장배 박사) 정기학술대회가 21일 안양 성결대학교(총장 김상식 박사)에서 ‘Reconnection(재연결): 가정, 교회, 세상을 위한 실천신학적 방안’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송훈호 박사(성결대)는 ‘<성찬 성례전적 공동체 식사>를 통한 연합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문제들로 분열돼 있는 교회 공동체 가운데 ‘식사로서의 성찬’에 대한 성경적·신학적 연구와 함께 복음에 합당한 공동체 연합 추구 방안을 발표했다.

송훈호 박사는 “초대교회는 날마다 모여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떡을 떼며 ‘성찬 성례전적 공동체 식사’로 교제했다. 초대교회 공동체는 가정이나 임대한 장소에서 소그룹으로 모여 식사를 했다”며 “모인 공동체는 성경 읽기와 설교를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장시간 함께 즐거운 식사를 위해 모였다”고 설명했다.

송 박사는 “현대 한국교회에서 성찬 성례전의 강조는 바람직하지만, 대부분 제의적 분위기에만 머물러 있을 뿐 ‘공동체 식사’로서 의미를 드러내는 역할에는 아쉬움이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성찬 성례전이 함의하는 ‘공동체 식사’의 참 의미를 찾아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에 의한 연합으로 바르게 이해하고, 그리스도의 지체인 교회 구성원들의 인격적 연합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성찬 식사’의 시작과 발전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과 나눈 유월절 식사를 통해 초대교회에 공동 식사로 실행됐고, 공생애 사역 속 다양한 계층과의 식사교제와 대화에서 그 의미를 조명해야 한다”며 “초대교회는 ‘떡을 떼는 것’에 대해 교제와 성찬의 의미를 함께 다루면서, 공생애를 통한 식사와 제자들과 함께하신 최후의 식사를 구별하면서도 통합했다. 사랑의 애찬(Agape Meal)과 성찬(Holy Communion)을 통합된 의식, 즉 하나의 예배, 하나의 예식(The Lord's Supper) 속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초대교회의 역동적이던 공동체 식사는 고린도 교회 교제의 중요 부분이었던 애찬이 오용되던(고전 11:17-34) 시기부터 ‘공동체의 실제적 식사’와 ‘의례적 식사’로 분리되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분리로 공동체 식사의 성격이 약화되면서 점차 성찬 성례전적 예배가 강조되고, 교회 내에서는 성찬에 대해 ‘상징주의 vs 실재주의’로 교리적 논쟁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송훈호 박사는 “‘성찬 식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를 이룬 공동체가 동일한 신앙 속에서 삶의 내용과 방향을 함께 한다는 공동체성(Holy Communion)으로서 중요한 것”이라며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연합의 특수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성찬 식사’의 독특성이고, 모인 무리들은 모두 한 하나님, 한 주님, 한 성령님 안에 살아가는 동일한 지체임을 계속 다짐한다”고 소개했다.

송 박사는 “‘성찬 식사’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사회적 통합’과 ‘사회적 의무’를 제시하는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특별한 결속을 유지하기 위해 상호간 윤리적 의무들을 준수해야 한다. 통합과 의무는 식탁에 앉은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평등’을 의미했다”며 “‘성찬 식사’에서 하나의 떡을 먹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함과 동시에 그리스도인들과도 연합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전했다.

그는 “‘성찬 식사’는 하나님 나라 ‘천국 잔치’를 함의하고 있다. ‘성찬 식사’의 종말론적 주제는 무엇보다 최후의 만찬이 하나님 나라에서 먹는 만찬과 같은 성격과 의미를 가짐을 제정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서 강하게 암시되고 있다”며 “마지막 식사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종말론적 만찬을 미리 보여 주신 것이다. 초대교회 공동체에서 ‘성찬 식사’는 하나의 종말론적 식사였고, 아버지 하나님 나라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먹는 잔치였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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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식의 한 장면. ⓒUnsplash
이후에는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먼저 교회 교육을 통한 방안에 대해 “한국교회가 ‘성찬 식사’을 자주 시행하지 않는 이유는 목회자들이 성찬 성례전에 대한 신학적 가치를 잘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성찬 성례전에 대한 교회 교육을 통해 목회자는 물론 그리스도인까지 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훈호 박사는 “이론적 교육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구속사적 관점에서의 ‘성찬 식사’가 함의하는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참여자들의 어색함과 거부감이 없도록 실제로 ‘성찬 식사’를 실행하는 과정을 경험시켜야 한다”며 “공동으로 식사를 준비할 때는 식사 전 모든 준비 과정과 식사 후 마무리 정리까지 공동체가 함께 섬김의 마음, 봉사와 희생 정신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설교와 기도 등 예배를 통한 실천 방안도 모색했다. 그는 “설교를 통해 ‘성찬 식사’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몸을 내어 주시며 제정하신 예배에 소중한 본질적 은혜의 수단임을 적극 드러내야 한다”며 “성찬 성례전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눈으로 보는 ‘설교’이고, ‘설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세미한 사랑을 듣고 이해하는 ‘성찬 성례전’이다. 기도와 찬양에서도 성찬 성례전이 많이 표현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교회는 성찬 성례전을 제한된 예배 시간 중 특정 순서로 인식하고 매우 형식적으로 참여해 왔다. ‘성찬 식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떡과 포도주로 비유·상징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삶의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임하는 통로가 된다”며 “일상적 식사를 통해 먹는 음식이 온몸에 다양하게 스며들듯, 예수 그리스도의 전 삶이 우리 삶에도 온전히 스며들 수 있음을 ‘성찬 식사’를 통해 믿음으로 고백해야 한다”고 했다.

송훈호 박사는 “식사 공동체였던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각자 음식을 준비해 소규모의 식사를 자주 행했다. 공동체 모임에서 식사는 단순한 교제만을 위한 친교적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믿음을 기반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의 기쁨을 참여자 모두 경험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공동체 식사는 섬김과 봉사와 배려, 감사와 기쁨이 있는 식사로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식사’가 된다”고 전했다.

송 박사는 “현대 한국교회의 ‘성찬 식사’는 간소화된 작은 전병과 포도주 잔을 먹고 마시는 것으로 상징돼, 공동체 식사의 의미를 온전히 체감할 수 없다”며 “성찬 성례전적 공동체 식사는 ‘성찬 식사’로서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된 공동체와 그리스도인들의 교제, 사랑, 위로, 겸손, 용서, 연대, 돌봄, 소통, 환대 등의 주제가 실현되는 연합의 장이 실현돼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와 한 몸으로 연합된 그리스도인에게 성찬 성례전적 삶이란 바울이 말했던 ‘온유한 심령’과 ‘자신을 살펴보는 자세’로 구현해야 한다”며 “‘성찬 식사’는 성결한 일상의 삶을 통해, 재림 소망에 대한 증언의 삶을 통해, 섬김의 삶을 통해 교회 공동체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예수 그리스도는 포도나무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가지로서 일차적 연합의 확장은 모든 지체와의 연합을 통해 세상 끝날까지 복음을 증거하는 증인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므로, 한국교회는 다양한 관점에서 ‘성찬 식사’의 실천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한 것 같이 서로 사랑함으로서 계명을 순종하고, 하나님 나라 소망을 품는 실제적 경축은 순종과 희생, 섬김과 배려가 함의된 ‘성찬 식사’”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성찬 식사’를 단순히 공동체의 연합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일은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올바른 ‘성찬 식사’에 관련된 성경적·신학적인 연구와 함께, 다양한 관점의 실천 방안을 교단별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더불어 교회 공동체가 분열 위기를 멈추고 연합을 추구하는데 ‘성찬 식사’가 어느 정도 역할이 가능한지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총 14회 발표가 진행됐다. 학술대회에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회장 민장배 박사 사회로 선임부회장 서승룡 박사의 기도와 부회장 구병옥 박사의 성경봉독 후 성결대 총장 김상식 목사가 설교했으며, 총무 박은정 박사가 광고하고 조재국 박사(장안대 이사장)가 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