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발전 포럼
▲‘기독교 연합기관 통합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기독교 발전 포럼. ⓒ김신의 기자

내달 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임시총회를 앞두고, 국가발전기독연구원(원장 박영률 박사, 이하 국발연)이 17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독교 연합기관 통합을 촉구하는 기독교 발전 포럼을 개최했다. ‘기독교 연합기관 통합,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한기총 전직 총무들이 발언자로 나섰다.

최성대 박사(전 안양대 신대원 교수)가 사회를 맡고 박천일 목사가 대표기도한 뒤 취지를 설명한 박영률 원장은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 기여한 바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많다. 한기총은 보수 진영을 대변하고자 한경직 목사(영락교회)에 의해 1989년에 창립돼, 한국교회 최대의 연합단체로 올해 33년째를 맞고 있다”며 “그러나 권력과 금전 등이 들어오며 분열이 되기 시작했고, 군소 연합기관으로 전락됐다”고 했다.

박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NCCK, 한기총, 한교연, 한교총이라는 4개 단체로 나뉘어 대정부, 대사회, 대선교적 목소리를 내려고 해도 되지 않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기총 분열 전 총무직을 맡아 주도적으로 일해 왔던 생존하는 역대 증경 총무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국교회의 하나됨과 한기총의 위상 회복을 위해 이 포럼을 개최하게 됐다”고 했다.

대정부 상대할 때 하나의 결집된 힘 절실

첫 발제는 건강 문제로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유재하 목사(한기총 제4대 총무)의 ‘연합기관 통합 왜 필요한가?’ 원고를 한창영 목사(전 한기총 공동회장)가 대리로 발표했다.

한창영 목사
▲한창영 목사(왼쪽)가 유재하 목사 대신 발제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한 목사는 “작금의 분열·난립되어 있는 한국교회 상황을 보면 교리적·신학적 문제도 일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교권으로 말미암아 교단이 분열됐고, 기독교의 연합기관도 여러 개로 나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 연합기관 분열은 사회·정부를 상대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다. 2년 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이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나 방역 당국이 불교나 천주교 등 타종교에 대해 매우 관대하면서 유독 한국교회에 대해서 혹독하리만치 종교 차별을 했다. 연합단체 실무 인사들은 타종교에 비해 교회가 무시받는 일이 많았음을 토로했다. 이는 결집된 힘을 보여주지 못한 데 기인한 결과라고 분석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누구 개인을 위하거나 누구의 자리를 위한 것이 아니고 한국교회의 공익과 공공선을 위한 것”이라며 “지금 한국교회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다수의 특정 정당에 의해 비성경적이고 반기독교적인 악법이 통과될 상황에 놓였다. 이를 막아내고 한국교회의 건강한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분열된 연합기관을 하나로 통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100% 통합을 못 이룬다 하더라도 최소 분열 전처럼이라도 진보 성향의 교회협(NCCK)과 한국교회 대다수를 차지하던 보수 성향의 한기총(명칭과 연혁 사용에 있어서)으로 반드시 되돌려야 한다”며 “잘 알다시피 한기총은 법원에 의해 파송된 변호사가 임시대표회장을 맡고 있으나, 모든 결정은 회원과 총대가 다수결로 결정을 한다. 감사한 것은 임시대표회장이 대행 중에 예수를 영접해 크리스천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크리스천의 사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복음 전파를 통한 영혼 구원이다. 연합단체도 이 일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다. 연합기관 통합 과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이라며 “통합을 이루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연합기관 대표, 섬기는 마음으로 임해야

두 번째로 나선 박영률 목사(한기총 제5대 총무)는 ‘연합기관 통합 무엇이 장애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영률 목사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영률 목사. ⓒ김신의 기자

박 목사는 “한기총의 분열은 전 대표회장의 금권선거 양심고백으로 촉발됐다. 한기총의 분열 사유가 겉으로는 ‘이단 문제’로 포장되었지만 실제 사유는 금권타락 선거와 교권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기독교가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는 한기총에 몸담고 있던 모두의 책임이고 저도 한기총 역대 총무로서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박 목사는 “연합기관의 대표자는 봉사자로, 헌신하고 낮은 자세, 섬기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흩어진 교회를 모아야 한다”며 “말씀이 들어가면 복음적으로 해결된다. 기독교가 더 윤리적이고 인격적이고 합리적이게 될 때 복음전도도 더 쉬워질 것이다. 첫째로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전도하고, 목회자가 봉사와 섬김으로 목회를 할때 연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통합 장애 요인과 통합 위한 신앙적 표준안

박천일 목사(한기총 제6대 총무)는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분열한 이유 중 하나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회개 운동을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자체적 문제가 많은데 연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며 교권 제일주의, 교단 우선(이기)주의, 공교회 의식이 없는 개교회주의, 독선적 신념으로 우리만의 이너서클 형성 등을 걸림돌이 되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박 목사는 “통합의 일부 장애 요인에 이단성 문제 해결이 있고, WCC에 가입된 교단이 있어 한기총 정관에 위배된다는 등의 문제는 통합 후 충분한 토론과 검증을 거쳐 해결해 가야 할 문제이지,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 것은 통합하지 않겠다는 유아적 발상”이라며 “한국교회 연합사업이나 연합기관 활동 중 감리교나 예장 통합 측 교단이 들어가 있지 않은 곳의 좋은 예로 CTS, 대한성서공회, 한국찬송가공회, 전국의 기독교 지역연합회 등이 있다”고 했다. 이밖에 법인, 직원, 부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기관 통합을 주문했다.

기독교 발전 포럼
▲‘기독교 연합기관 통합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기독교 발전 포럼 현장. ⓒ김신의 기자

마지막으로 김운태 목사(한기총 제8대 총무)는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보수적 교단들은 역사적으로 한국교회를 자유주의와 세속화 물결에서 보호했고, 정치적으로 한국사회가 좌경화되는 것을 막아 민주주의를 이루게 했고, 전통적 도덕이 붕괴되는 현실 가운데 동성애 반대 운동을 전개했고,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운동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사적 단체의 자율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는 패배주의, 이념 갈등, 반기독교 운동에 대한 적절한 대책 부재 등의 문제를 당면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김 목사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통합운동을 위해 ‘솔리 데오 글로리아(오직 하나님께 영광) 신앙을 가질 것’과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적 마인드를 가질 것’, ‘성령 안에서 모든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과 사랑 가운데 용납의 마음을 가질 것’, ‘한국교회 세움과 공적 사역의 마인드를 가질 것’, ‘리더십을 키울 것’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단계별 통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도자와 연합기관 간의 비방금지 선언’, ‘통합의 공론화(언론의 협조 필요)’, ‘통합 협의체 구성’, ‘각 연합기관의 임시총회를 통한 하나됨의 합법적 결정 필요’, ‘통합 선포 및 감사예배’, ‘대사회적 대정부적 원리더십의 회복(큰 틀 공동체를 이루는 연합기관)’ 등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김 목사는 “한기총 내 고질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는 일부 총회장들이 만년 총회장을 하면서 대표회장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로부터 금품 수수가 일상화돼 있는데, 통합될 경우 이것이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총대들이 통합에 반대표를 던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명예욕을 가진 사람들이 통합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며 통합 반대자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날 포럼은 박영률 목사의 기도로 마쳤다. 박 목사는 “모든 단체들이 기도해서 복음을 땅끝까지 전하기 위해서라도 하나되어야 한다”고 재차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