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뱅, 신학과 인문학이 만나다
칼뱅, 신학과 인문학이 만나다

오형국 | 글과길 | 240쪽 | 15,000원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이란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은 끊임없이 중요한 어휘이다. 인문학은 인간 사회와 문화의 양상들을 연구하거나 탐구하는 분야이다.

필자는 이를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는 Liberal Arts[Seven liberal arts, 3학(trivium, 문법, 수사법, 변증법) + 4과(quadrivium, 대수학, 기하학, 천문학, 화성학)]라고 하면서 자기 요체를 융합, 인문학과 과학을 접목해서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제언했다. 서양의 기본 학제는 Liberal Arts이다. 우리 시대는 인문학과 기술(자기 학문)을 통섭(統攝, Consilience, 융합)시켜야 할 과제를 갖고 있다.

인문학은 사회 기본 요소이다. 사회와 함께 있는 기독교도 인문학과 통섭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기독교의 절대 가치를 상실하지 않아야 한다. 교계에서 다양한 인문학 저술이 발간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기독교와 인문학을 통섭하는 과정을 김도인 목사와 아트설교연구원에서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다. 출판사 ‘글과길’을 설립하여 본격적 행보를 갖고 있고, ‘글과길’에서 오형국 목사와 <칼뱅, 신학과 인문학이 만나다>를 출판했다. 목회자 이중직 수행도 인문학적 통섭의 한 분야로도 볼 수 있겠다.

오형국 목사의 <칼뱅, 신학과 인문학이 만나다>는 <칼뱅의 신학과 인문주의>(한국학술정보, 2006)을 수정 보완하여 다시 출판한 책이다. 학위논문을 정리해 출판한 것이라고 한다. 연구자가 자기 학위논문을 출판해 소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저자는 칼빈의 인문학적 소양과 신학에서 드러나는 인문학적 기법을 밝히고 있다. 칼빈의 인문학적 소양에 대해서 크게 둘로 제시하는데, 먼저 신학적 인식론이고, 다음은 수사학적 신학이다.

칼빈은 성경의 학생으로 사고하는 인식 구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을 제시했다. 그리고 칼빈에게 나타난 수사학에 대해 제시한다. 수사학은 한국 신학교에서 좀 생소할 수 있는데, 수사학은 고대철학에서 끊임없이 유지되어 온 주요 과제이다.

저자는 수사학에서 문헌학, 성경해석학에 대한 적응성과 웅변성 등 다양한 분야를 제시했다. 그리고 수사학에서 관여된 언어, 문체까지 제시하여, 수사학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했다. 인문학에서 수사학은 필수불가결한 분야이고, 어쩌면 최종 표현되는 단계이기도 하다.

존 칼빈 장 칼뱅
저자는 중세 르네상스와 인문주의에 대해서 제시하는 것은 좋은 역사 이해를 제공한다. 북부 유럽과 남부 유럽의 르네상스의 성향의 차이를 밝혀주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

중세의 관상적인 삶에 대해 의지와 정념(passion)과 행동적 삶(vita activa)으로 밝힌 것은 유익한 정보이다. 중세 인간 이해를 종교개혁에서 급격하게 탈피하지 못한다.

루터와 칼뱅은 성경과 적극적인 자기부인으로 신학 체계를 이룬 신학자들이다. 그러나 이 길에서 벗어나면 바로 중세 철학의 길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저자는 칼뱅이 인문주의 조류 속에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수사학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칼뱅 초기 학문 과정을 살펴본다면, 칼뱅이 얼마나 인문학, 인문주의에 대해서 깊은 관심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러한 인본주의, 인문주의가 신본주의 신학자로 전향한 것이며, 그러한 칼뱅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칼뱅의 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독자들이 칼뱅에 대한 전기를 많이 읽었겠지만, 오형국의 글을 읽는다면 좀 생경한 관점에서 그려진 칼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시에 팽배한 학문 풍토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칼빈주의 연구자나 모든 사람은 칼뱅(칼빈)에 관한 글은 어찌 됐든 읽어내면 좋다. 오형국의 글은 좀 다른 관점에서 칼뱅을 바라보았다고 볼 수 있다.

인문주의와 연계시킨 칼뱅에 대한 연구는 외국 학자에게 있지만, 외국 학자의 글은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칼뱅, 신학과 인문학이 만나다>의 저자는 한국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했기 때문에 독자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당시 인문학적 상황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사회에서 칼뱅을 그려봄으로 좀 더 칼뱅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는 칼뱅을 신학자로 강조하지만, 결국은 그 시대의 사람으로서 칼뱅을 그려내고 있다. 그 사람 칼뱅이 신학자였다는 것이다. 칼뱅의 의식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인문학도로서 즐거운 과정일 것이다.

고경태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광주 주님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