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하는 목회자입니다
우리는 일하는 목회자입니다

김재완 | 이레서원 | 184쪽 | 11,500원

한국교회는 ‘포스트-성장’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며 교회는 교회의 본질과 위치를 재정비하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회가 예수님이 펼치셨던 치유와 가르침과 축귀 사역을 이어가기보다는 세상을 따라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았다.

대형화되고 상업화되고 기업화된 교회는 과연 성경적일까? 그렇다고 소형화되고 전통적인 교회의 모습을 추구하는 것은 성경적인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회에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극심한 양극화가 있듯, 교회도 심각한 양극화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소수 대형교회와 그 교회의 목사들을 보며 목사는 부유하고 잘 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0%도 안 되는 교회와 목회자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에 있지 나머지의 목회자들은 생계를 위협받을 정도로 찌들리게 가난하고 목회를 포기할 정도로 소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것은 목회자의 사례와 처우를 보아도 분명하다.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경제적이고 복지적인 차이를 보면 괴리감과 박탈감이 느껴질 정도다.

어느 정도 위치에 따른 책임과 권위와 무게감을 인정하여 대우가 다른 것을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누가 봐도 상대적인 소외감과 비상식적인 격차는 교회는 무엇이고 목회자는 누구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중직 목회 설문
▲예장 합동 총회 이중직 경험 여부 설문 결과.
교회가 기업이고 이윤을 위한 공장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그것과 상관없는 생명 공동체라면 본질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교회의 성장이 멈추었고 교인의 수도 줄어드는 반면, 목회자는 넘친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어느 교단은 대대적인 프로젝트로 동행기도회도 하고 신학교마다 여러 가지 연구와 세미나도 열고 교회마다 간절하게 기도를 한다.

우리나라 경제의 부흥과 함께했던 교회의 부흥은 멈추었고, 산업과 문화의 성장과 함께했던 교회의 성장은 정지를 넘어 하향선을 그리고 있다.

교회의 수요와 목회자 공급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단 신학교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대부분 운영하니,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에 불안해한다.

기본 소양과 실력과 자격을 갖춘 자들을 엄격하게 선별해야 하는데 이미 대량화되어 기본 과정만 이수하면 5-6년 만에 목사 안수를 받는다. 안수 후에는 전임 교역자로 교회 직원이 되어야 하는데, 교회가 그들을 다 받아줄 수 없다. 게다가 비인가 신학교에서도 많은 목사가 배출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목회자가 다른 일을 선택하여 이중직을 겸하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고 부름을 따라 목회를 감당하기 위한 것이다.

중대형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사들은 다른 일을 가질 수 없다. 합당한 사례를 주어서라기보다, 사역량이 많기 때문이다. 새벽기도부터 교회에 나가 정해진 심방과 일과를 감당하고, 저녁에 심방까지 있는 날은 10시가 되어 퇴근한다. 그리고 다음날 또 새벽기도회에 나간다.

그러니 이런 중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이중직을 가질 수 없다. 사역과 목회를 은혜롭고 능력있게 감당하기 위한 기도 시간과 말씀준비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데, 이중직은 꿈에도 꿀 수 없다.

목회자 이중직 (예장 합동)
▲예장 합동 총회 향후 이중직 수행 의향 설문 결과.
이 고귀하지만 힘들고 무겁게 여겨지는 소명이 주는 부담감과 중압감을 늘 지니고 살아간다. 게다가 정말 바쁘고 쉼없이 돌아갈 때는 3D 업종에 근무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외 작은교회나 미자립교회에서 목회하는 분들과 경제적 자립이 안 되는 목회자들은 다른 직업을 택하여 가정을 꾸리고 소명을 이어간다.

이들이 실력이 미천하거나 목회적 소명이 부족하고 믿음도 약해서가 아니다. 한국교회 성장에 따른 양극화 현상과 교단의 무(無)대안, 교회의 어긋난 가치관 등으로 살 길이 막힌 것이다. 누가 그들을 향해 소명이 부족하고 노력을 안 해서라고 함부로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목회자들 중에는 교회를 섬기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형편없는 자들이 있다. 여러 가지 중독에 허덕이는 자들도 있고, 성경지식은 고사하고 사람에 대한 이해도 없이 목회한다고 달려든 자들이 있다.

자신의 상처에 얽매여 사람을 품지 못하는 자들도 있다. 자신이 괴로워 동역자들을 괴롭히고 교회를 힘들게 하는 자들도 있다. 순수하고 선한 마음이 아니라 불순하고 세속적 욕망으로 교회를 섬기는 직원도 있다.

바리스타 커피 에스프레소 라떼 카페 카푸치노 카페인 부업 이중직 일하는 목회자 목사
▲요즘 카페를 일터이자 교회로 삼은 목회자들도 많다. ⓒ픽사베이
그런데 이런 자들은 이중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교회를 섬기는 자들 중에도 있다. 그렇다고 이중직을 선택하는 자들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믿음이 없고 기도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벼랑 끝에 몰려 있으니 기존 목회자들보다 더 많이 기도하고 매달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목회 외에 다른 일을 선택하게 한 것일까? 저자는 이것을 인류학적으로 풀어간다.

인류학적 접근이라고 하여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회학적으로 접근하고 우리나라 역사적 배경과 교회의 배경을 비교하며 설명한다. 아울러 일하는 목회자들의 인터뷰와 현실을 조사하여 그들의 의식과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이 연구와 노력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핵심부를 조사한 것이 아니라 가장자리에 있는 자들을 중심으로 끌어들여 연구하여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내는 저자의 문제의식과 고민과 대안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

방영민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부전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