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병’ 방지 위해 ‘내 교회’라는 의식 버려야
직접 개척해 온갖 애정 쏟으면 버리기 힘들어
목사와 교회 형편 따라 알아서 결정하면 될일

한목협 2016년 신년기도회 제31차 열린대화마당
▲김경원 목사. ⓒ크투 DB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최이우 목사) 5월 월례발표회 및 기도회가 ‘은퇴 목회자의 건강과 복지’를 주제로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충무성결교회(담임 성창용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김경원 목사(서현교회 원로)가 ‘은퇴 목회자의 삶의 실제’를 들려줬고, 김혜경 교수(백석대)는 ‘은퇴 목회자의 건강과 복지’를 주제로 이론적 내용을 강의했다.

은퇴 5년차라는 김경원 목사는 “1971년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9월 서현교회 교육전도사로 사역을 처음 시작했고, 신대원 졸업 즈음 1973년 12월 대구서문교회 부교역자로 강도사·부목사를 거친 후 1976년 나이 29세에 진주 성남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 3년 2개월 사역했다”며 “1979년 11월 서현교회로 와서 38년간 목회 후 2017년 12월 원로목사로 은퇴했다. 교육전도사부터 47년 목회한 셈”이라고 소개했다.

김경원 목사는 “은퇴예배에서 답사로 ‘은혜와 감사’, 두 가지 단어로 요약했다. 바울의 고백처럼, 우리 모든 삶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라며 “하나님께서 목사가 된 영광스러움을 주셨고, 부족하지만 목회자 47년, 한 교회에서 38년(전도사 2년까지 40년) 사역했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 아니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 큰 은혜를 주셨으니, 마감하는 시간 감사할 것 밖에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김 목사는 “은퇴는 아름다운 것이다. 지금은 보편화됐지만, 처음 목사 정년제가 시작될 때 엄청난 반발과 충격이 있었다”며 “지금도 정년은퇴 제도가 없는 교단도 있지만, 70세쯤 되면 지성이 약해지고 체력도 떨어지다 보니 70세가 적정선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은퇴가 시원한가? 섭섭한가?’는 은퇴 전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인데, 가장 많은 대답은 시원섭섭하다는 것”이라며 “저는 시원했다. 목회는 영광스런 사역이지만, 무거운 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섭섭하다는 반응은 대체로 의욕이나 건강이 다 좋아서 더 하고 싶을 때 타의에 의해서나 교회 사정으로 사역을 그만뒀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소개했다.

또 “저는 교단 법적으로 2년 더 할 수 있었지만, 조금 당겨서 은퇴했다. 물론 65세에 은퇴하시는 분도 있고, 개인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제 생각엔 정년을 꽉 채우기보다, ‘교회에서 더 하실 수 있는데 왜 그만두시는가?’ 하는 분위기에서 자의로 1-2년 정도 일찍 은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원 목사는 “흔히 나이가 들면 외로워진다고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주변 가깝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관심에서도 멀어진다”며 “현역 때 찾아오던 많은 사람들, 걸려오는 전화가 점점 적어진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은퇴 전 교회와 갈등이 생기면, 배신당했다는 아픔을 토로하게 된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섭섭병’을 방지하려면 미리 마음 정리가 필요하다. 먼저 섬겨온 교회가 ‘내 교회’라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 철저히 하나님의 교회요 일정 기간 나에게 맡기셔서 그 배턴을 다음 사역자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믿음이 필요하다”며 “‘내 교회’ 의식을 가진 목회자들이 간혹 있다. 직접 개척해 온갖 애정을 쏟은 경우 더 그런 것 같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고 했다.

그는 “40년 가까이 섬겼는데 애정과 젖을 떼는 아픔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저는 은퇴 전 오랜 시간 기도하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다 내려놓았다. 그래서 흔히 느끼는 섭섭함은 없었다. 마라톤 선수들이 완주 후 느끼는 기쁨과 감사가 있었을 뿐”이라며 “은퇴 후 주변 목사들이 섭섭함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 젖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도 있다. 어떤 분은 아예 안 보고, 안 듣고, 말 안 하는 3무(無)의 원칙을 세우고 교회를 떠나 선교지로 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경원 이상화
▲(왼쪽부터) 서현교회 원로 김경원 목사와 후임 이상화 목사.

이후에는 “은퇴 후 섬겼던 교회를 출석할 것인가의 문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저는 한때 떠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 어떤 분들은 몇몇이 모여 은퇴 목회자 교회를 만들기도 한다. 다른 교회에 출석하면 목사님이 부담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목사와 교회의 형편 따라 하면 된다. 여기에 성경적 원리는 없다. 갈등 때문에 은퇴 후 출석하지 말라는 야박한 교회도 있는데, 은퇴 후 출석 여부는 본인이 결정할 일”이라고 전했다.

또 “저는 후임 목사님이 위임 후 첫 예배에서 제가 교회에 출석하고 매달 한 번 설교해 달라고 광고하고 성도들 동의를 구했다. 사전에 상의나 귀띔도 없이 일방적으로 그랬다”며 “얼떨떨했지만, 솔직히 감사했다. 그래서 본 교회에 출석하고, 은퇴 후 2년 간 매월 설교를 했다. 그러나 2년 후에는 여러 사정을 감안해 하지 않고, 특별한 일로 담임목사님이 부탁할 때 설교한다”고 했다.

김경원 목사는 “보통 자기 사역을 성공적(?)으로 잘 끝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후임의 사역이 성공적이라야 원로가 사역을 제대로 한 것”이라며 “은퇴 목사님들은 다같이 섬겼던 교회의 평안과 부흥을 위해 기도하고, 후임의 사역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목사는 “여기서 기억할 것이 있다. ‘내 교회’ 의식, 그리고 ‘내 사역’ 방식을 절대화해 후임이 그대로 유지 계승하기를 바라고, 여기서 벗어나거나 변화를 시도할 경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간섭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한국교회 안에 이 문제 때문에 후임 목사의 사역이 어려워지고 전임과 후임의 갈등이 생기고 교회가 시험에 들고 심지어 분열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위 ‘원로목사 가라사대’가 당회에서 나오지 않아야 한다”며 “사람을 세워주는 것은 어렵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쉽다. 원로가 잘못 생각해 후임을 비판하고 간섭해 갈등을 유발시켜 무너뜨려서야 되겠는가”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물론 반대 경우도 있다. 후임이 교회를 맡자마자 전임의 역사 지우기를 하는 경우다. 주보며 강단이며 보이는 것도 바꿔버리고 전임의 모든 역사를 부인하고, 심지어 강단에서 전임을 비판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래서 성도들이 갈라지고 교회가 시험에 들기도 한다. 성급하게 할 필요가 없다. 속도 조절이 필요할 뿐”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감사하게도 저는 후임 목사님이 너무 잘하셔서 일체의 섭섭함이 없고, 오히려 힘든 사역을 하시는 것이 안쓰럽고 그저 기도하고 격려하고 있다. 본인과 너무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교회도 원로목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한다. 주일 예배시에 대표기도 하시는 장로님은 원로목사에 대한 기도를 빼지 않는다. 수요일 권사님들도 마찬가지다. 감사할 뿐”이라고 고백했다.

은퇴 후 사역에 대해선 “일반 직장인들 은퇴 나이가 55-65세로, 보통 70세인 목회자보다 빠르다. 요즘은 70세 전에 은퇴하는 목회자도 있다. 은퇴는 그냥 해오던 목회 사역에서 떠나는 것”이라며 “그 후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분들은 은퇴-Retire이므로 타이어를 바꿔 끼고 다시 달리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 외에는 은퇴 후 할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경원 목사는 “저는 은퇴 후 2가지 사역을 하고 있다. 첫째는 은퇴 전 알고 지내던 군목 출신 목사님 제안으로 군선교-대대교회를 섬기는 선교를 하게 됐다”며 “현재 군목이 270명 정도여서 연대까지 군목이 있고, 대대에는 군목이 없다. 대대에는 민간인 군선교사들이 사역하는데, 일체 지원이 없다”고 보고했다.

김 목사는 “병사들 대부분은 대대에서 근무하는데, 군인 교회 약 1,000곳 중 대대 교회가 약 700여 곳을 지원하고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군선교 단체를 만들어 현재 90여 교회들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며 “월 1회 위문과 기도회를 하고, 군선교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둘째로는 “목회할 때는 관심을 못 가졌던 미자립 개척 교회들을 매월 방문해 함께 예배드리고 설교한다”며 “은퇴 후 이런 사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큰 은혜요 보람이다. 은퇴했다고 모든 것을 그만두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물론 운동도, 취미 생활 계발도 참 좋다. 은퇴 후 어른으로서 후배들에게 본이 되고 격려하는 사역, 은퇴 후 삶이 그리스도인의 향기로 나타내는 삶이 돼야겠다는 다짐도 한다”며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영성 관리(말씀과 기도, 예배 등)에 소홀하면 안 된다. 건강과 재정, 가정 관리 등도 중요한데, 이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혜경
▲김혜경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복협

◈은퇴 목회자의 복된 노후를 꿈꾸며

김혜경 교수는 은퇴 목회자들의 노후의 복지를 위해 3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공적 제도에 대한 이해와 활용능력을 향상해야 한다’. 그는 “경제수준에 따라 직접적 소득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며 “국민연금 중 임의가입제도 자격 여부를 확인하고, 개인적으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공적 부조로서 기초연금의 대상소득 기준이 상향 조정됐으므로, 확인 후 신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고용보장으로서 제공되는 다양한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일자리 사업은 소득 창출 효과보다는 사회활동을 촉진해 심리적·사회적·신체적 건강 수준을 유지 향상하고자 하는 목적도 매우 중요하다”며 “마음을 열고 역량과 취미에 맞는 사업에 적극 참여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다양한 건강 및 주거 보장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나 지역별 보건소, 주민생활 지원센터 등의 홍보를 잘 숙지할 필요가 있다”며 “주민자치회, 시민사회 활동 등 다양한 공적 모임에 회원으로 참여하는 것도 매우 유의미한 은퇴 목회자들이 참여해야 할 분야이다. 새로운 목회현장으로 지경을 넓힐 수 있다”고 전했다.

둘째로 ‘나이듦에 대한 재조명과 건강한 자아존중감 자아효율감을 재정리한다’이다. 이에 대해 “나이가 드는 것은 정상적 발달 과정이고, 노화 과정 속 상실과 변화의 위기도 정상적”이라며 “현대의 장기화된 노년기는 노후의 의미 있는 삶을 위한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셋째로 ‘이전 것을 적극적으로 비우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기를 힘써야 한다’. 이에 대해 “세상 염려와 두려움, 이전의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도려내고 버리는 대신, 변화된 지위와 상황과 처지를 인정하고 익숙해지되 건강한 시각으로 재조명 명명한다”며 “새로운 나와 세상을 발견하고, 새로운 관계를 적극 맺으려 노력한다. 삶의 법칙을 더 적극적으로, ‘To have에서 To share’로 바꾼다. 마음과 생각, 몸과 힘, 물질과 시간과 재능을 나눠야 한다”고 했다.

김혜경 교수는 “세상의 두려움과 법칙이 교회의 하나님 법칙을 덮어버린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평생 주님을 위해 일한 자들이 공평한 잣대로 노후를 안식할 수 있는 아름다운 교회의 합리적인 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위에서부터 교회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참된 교회는 태어남-성장-죽음이 공존하는 곳이다. 세상 법칙과 다른 하나님 나라의 원칙이 적용돼, 통전적 케어로 마음놓고 늙을 수 있는 곳”이라며 “의미 있게 끝까지 쓰임을 받으며 나이 듦에 대한 하나님의 선한 계획을 세상에 보여주고, 전 세대 남녀노소가 지혜롭게 늙고 행복과 자존감을 누리는 법을 준비시켜야 한다. 이런 법칙이 세상에 스며들어야 교회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노인 된 목회자가 이중잣대로 자신을 재단하고 정체감 혼란으로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발표 후 최이우 목사가 회장 인사,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가 축도했다. 1부 기도회에서는 성창용 목사 사회로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 원로)가 설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