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테스트로 자신만의 성적 그래프 그려
생활과 자세와 정서, 몸의 컨디션 등 반영돼
성적 집착, 완벽주의, 열등감 등 디톡스해야
공부력 높으면 오래 공부 안 해도 성적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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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도가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에 가깝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공부 실력은 어느 수준일까? 사교육비로 날린(?) 돈만 해도 얼마인데, 이마저 꼴찌를 한다면 너무나 억울할 것 같지 않은가?

전 세계 10대들의 지적 능력을 비교 평가하는 PISA라는 기관이 있다. 2014년 PIS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와 한국의 청소년들 학업성취도는 항상 최상위권에 속한다. 두 나라가 동일하게 인재 양성으로 국가 발전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공부에 대해 전혀 다른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공부하는 시간의 양’이다. 이를테면 똑같은 성적 A를 받기 위해 핀란드 아이들은 10시간을 공부하는 데 비해, 한국 아이들은 20시간을 치열하게 공부하는 셈이다. 즉 한국 학생들의 공부에 들이는 시간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핀란드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에 비해 IQ가 더 높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핀란드 아이들을 능가하기 위해 한국 아이들의 공부 시간을 더 늘려야 할까?

이런 결론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교육에 무지한 사람일 것이다. 진짜 문제는 불행히도 우리 부모들과 교사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공부 교육 핀란드 한국

바보야, 문제는 브레인 독이야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오는 것일까? 핀란드는 뇌과학적으로 공부에 접근한다. 공부의 패러다임이 한국과 다르다는 소리다. 한국은 어떠한가?

‘수학의 플러그를 꽂아라. 수학 지식을 주입시켜 주마.’

‘영어의 플러그를 꽂아라. 영어 지식을 주입시켜 주마.’

공부 교육 주입식 암기형 두뇌 힘

이런 식이다. 공부는 먼저 ‘두뇌 근육’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한국은 단순히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으면 될 것이라는 전근대적 접근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이란 말은 그 비과학성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오늘도 자녀를 불철주야 공부에만 매진시키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바보야, 문제는 브레인 독이야(It’ the brain tox, stupid).”

서울 지도 도로 체증 교통 병목

여기 서울시 교통상황을 보여주는 지도가 하나 있다. 대부분의 도로가 ‘막힘’을 뜻하는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다. 이런 상태라면 잠실역에서 김포공항까지 가기 위해 적어도 두 시간은 잡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도로가 모두 ‘녹색’으로 표시되어 있다면 1시간도 걸리지 않을 거리를 말이다. 바로 이것이다. 한국 아이들은 뇌 신경회로를 온통 ‘빨간색’으로 만들어 놓고, 낑낑거리며 공부라는 차를 운전하고 있는 셈이다.

얼마나 힘들겠는가. 짜증나고 다리에는 쥐가 날 것 같은 데다, 중간에 소변까지 마렵다면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우리 뇌에 독이 가득 차 있으면 정보처리 능력이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공부에 들이는 시간에 비해 결과가 안 나오면 불안해지기 시작하고,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에 빠지게 된다.

그럴수록 뇌 속의 정보처리 도로는 빨간색으로 가득해진다. 그야말로 “어찌할꼬”가 절로 터져 나오는 상황이 아닌가.

뇌의 정보처리 흐름을 ‘녹색’으로 바꿔야 한다. 이것이 바로 ‘브레인 디톡스’이다. 뇌 속이 녹색으로 가득할수록 두뇌 근육이 만들어지고 공부력이 생긴다. 공부력이 높아지면 성적은 자연스레 오르게 되어 있다.

공부 교육 디톡스

행복한 공부의 비밀

만방학교 선생님들과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들을 시험에 빠지게 하자. 그래야 시험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만방학교에서는 매주 시험을 보는데, 이름하여 ‘위클리 테스트(Weekly Test)’다. 매주 시험을 보기 때문에 자신만의 성적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이 성적 그래프는 점수보다는 생활 그래프라고 할 수 있다. 생활과 자세와 정서, 몸의 컨디션이 그대로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상담 그래프 사용금지

선생님들은 이 성적 그래프를 가지고 주기적으로 학사 상담을 한다. 학생들은 성적 그래프에 어떻게 반응할까?

“학사 상담을 하면 모두들 자신의 점수와 그동안의 그래프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자신의 성적 그래프를 본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다양합니다. 어떤 학생은 아쉬워하는 반면 어떤 학생은 덤덤한 편이고, 또 어떤 학생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와 기뻐하기도 합니다.

이런 반응들 중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한 신입생이 있는데요. 미국 매우 우수한 학교에서 소위 ‘all A’를 놓치지 않았던 학생으로, 만방학교에 와서도 매우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학업이나 생활 면에서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어 보였죠.

그런데 1차 학사 상담을 한 후 아이가 쓴 감상문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감상문에는 성적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거든요. ‘오직 점수만이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한시도 마음 놓고 살 수가 없어요. 부담감 때문에 그동안 행복하지 않은 생활을 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자책이 들어 있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 아이가 자꾸 눈에 밟혀 그날 밤 잠을 잘 수가 없었던 나는 궁금한 마음에 OO이의 감상문을 마저 읽어 보았다.

“선생님들이 성적에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시지만 은근히 학생들의 성적을 보는 것 같아요. 학업 성과에 따라 그 학생의 성격, 성실함, 책임감에 대해 추측하시는 것 같아 안심할 수가 없어요. 아직도 전 점수에 연연하고 시험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 같아요.

제 정체성은 제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혀 있는 점수와 성적이 아닐까요? 100점을 못 받으면 못 받아서 불행하고, 100점을 받으면 다음에 또 100점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불행해요.

이번 주 자습 3교시에는 선생님이 쉬거나 운동을 하라고 하시면서, 이번 주 위클리 테스트를 볼 때에는 평소보다 낮은 점수가 나와도 걱정 말라고 웃으셨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라고 덧붙이시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제가 성적과 점수를 버릴 수 있을까요? 그러면 후회가 될 것 같아요. 언제쯤 저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성적에 대한 집착은 왜 생기는가? OO이는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이 성적이라고 믿었다. 만약 이 감상문이 당신 자녀의 것이라면?

관점의 변화를 위해서는 먼저 세계관을 바로 심어주어야 했다. 선생님의 노력과 세계관 강의를 통해 현솔이는 드디어 이런 고백을 하기에 이르렀다.

“성경에 의하면 나는 하나님이 독특하게 창조하신 소중한 사람으로, 나와 같이 소중한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적자생존의 세계관에 의하면 나는 우연히 탄생한 생물체일 뿐이다. 이 치열한 세상에서 살아남아 세상의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경쟁을 해야 한다. 이는 이 세상을 어둡고 냉정한 곳으로 만든다.” (상담 감상문 中)

OO이에게 영적인 디톡스와 함께 멘탈 디톡스를 해나가야 했다. 성적에 대한 집착, 완벽주의, 열등감 등은 그가 가지고 있었던 주된 독이었다. 이러한 독을 빼는 디톡스 과정을 진행하면서 공부에 대한 관점을 바꿔주고, 공부의 목적과 비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한 달 후, 2차 상담을 가졌다.

상담 그래프 사용금지

위 그림은 OO이의 성적 그래프이다. 1차 상담까지는 불안과 초조라는 독을 지닌 채 필사의 노력으로 얻은 높은 성적이었다. 두 선생님은 OO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OO아, 숙제를 하나 내줄께. 이번 주에는 놀아봐. 위클리 테스트를 볼 때 평소보다 낮은 점수가 나와도 너 자신에게 너그러움을 허락해 보는 게 어떻겠니?”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한 선생님들의 권고였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디톡스 과정을 거치고 2차 상담 이후, OO이는 다시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솔이의 뇌신경회로 중 공부 도로가 불안과 초조함 때문에 정체를 나타내는 빨간색에서, 평안함과 여유로움으로 씽씽 달리는 초록색으로 바뀐 것이다.

이전에는 낮은 공부력으로 시간을 많이 투자하며 공부한 결과라면, 2차 상담 이후는 높은 공부력으로 충분한 수면시간과 친구들과의 여유시간도 가지며 공부한 결과이다. 어떻게 공부력의 비밀을 깨달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제가 공부에 신경을 많이 썼던 이유는 제 강점이 공부를 잘한다는 것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부, 미술, 음악, 체육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만을 중요한 은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것을 초월하는 능력, 이를테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은사도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모두 동등하고 독특하게 창조하셨으며, 우리를 향한 계획을 세우셨습니다.

저는 요즘 점수를 위한 공부를 버리고, 십 대의 비전을 찾고 있습니다. 아직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여유로워지니 아침에 시험공부 대신 QT나 독서를 하게 됩니다. 요즘은 색다른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바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하나의 섬김이로서, 리더로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행복한 공부’입니다.”

다윗대통령의 저자 최하진
▲최하진 교수는 <세븐파워교육>, <자녀를 빛나게 하는 디톡스교육>, 그리고 지난해 <다윗 대통령의 귀환>을 펴냈다. ⓒ크투 DB

과연 공부가 행복할 수 있을까? 점수라는 욕심, 성적이라는 욕심, 명문대 합격이라는 욕심…. 이 ‘욕심’ 때문에 부모와 자녀 간의 다툼이 있고 친구 간의 경쟁과 싸움이 있다.

“욕심이 많은 자는 다툼을 일으키나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풍족하게 되느니라(잠언 28:25)”.

과연 행복한 공부의 비밀은 무엇일까? OO이는 힘주어 말한다.

“제가 점수는 놓았지만, 배우는 마음과 성실함은 놓지 않았어요!”

얼마나 멋진 깨달음인가! OO이의 마음에는 평안이 가득했다. 행복한 공부가 시작된 것이다. OO이는 행복한 공부방의 열쇠를 갖게 되었다. 그 비밀의 방에 들어가려면 바로 ‘점수를 내려놓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공부에 임할 때, 주님이 주시는 평안함은 집착과 강박관념, 불안과 초조함 등 두뇌 속 공부 도로의 장애물들을 안개 걷히듯 사라지게 한다.

공부 시간을 늘리지 않아도 브레인디톡스로 말미암아 두뇌에 세로토닌이 충만하여, 평안함을 얻어 공부력이 배가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

“주의 법을 사랑하는 자에게는 큰 평안이 있으니 그들에게 장애물이 없으리로다(시편 119:165)”.

최하진 박사
KAIST 박사, Stanford 포스트닥터를 역임한 그는 보장된 성공의 길을 뒤로하고 가족을 이끌고 해외로 자원봉사를 떠난다. 자신만을 위한 ‘저수지 인생’이 아니라 복을 흘려보내는 ‘통로 인생’의 기쁨을 누리겠다는 결심과 함께 미션필드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청년 대학생 제자들을 가르치며 섬긴다.
교육을 통해 변화되는 대학생 제자들을 보며 더 어린 청소년기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다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인재들로 자라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그는 대학교수에서 청소년 교육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중국 허허벌판에 깃발을 꽂고, 헌신된 제자들과 함께 힘을 합쳐 다음 세대를 위한 만방국제학교를 설립한다.
만방국제학교는 기존 교육 시스템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특별한 교육 성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학생들을 배출해 내는 철학과 교육 방법을 궁금해하는 수많은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네 인생을 주님께 걸어라』, 『반응』, 『세븐파워교육』, 『디톡스교육』, 『다윗 대통령의 귀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