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 보는 성혁명사 50] 초현실주의 미술과 성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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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

1930년대도 성혁명적 풍조로 매우 소란스러운 시대였다. (본 칼럼은 지난 20년대의 소련의 공산혁명 초기 10여년의 성혁명 소동, 재즈와 캬바레와 플레퍼걸들의 일차 성혁명, 막시스트 정신분석가 빌헬름 라이히의 성혁명 활동, 낙태를 선동하는 우생운동, 모더니즘과 문학에서의 노골적인 성애 표현 등에 대해 차례로 논하였다.) 이런 성혁명적 사상은 당연히 예술계에서도 나타났다. 즉 초현실주의(Surrealism) 운동이다.

초현실주의는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무의식 이론을 예술에 접목한다는 “그럴듯한” 예술운동이다. 여기서 초현실은 천상의 것이 아니라 음부의 무의식의 세계를 말한다. 그들에게 초현실은,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의식적 자아의 “억압”이나 초자아의 ”검열“이 없는, 무의식의 카오스, 즉 악몽 같은 꿈의 세계이다.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은, 성욕, 죽음, 폭력, 잊어버린 기억(트라우마) 등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그 무의식의 내용이 밖으로 표현된다고 할 때, 자아의 방어기제로 걸러지지 않으면, 섹스와 폭력, 트라우마 그리고 죽음 등이, 좋게 말하면 자유연상이나 꿈으로 나타나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정신병적 상태 같이 노골적으로 또는 상징적으로 표현되게 마련이다. 그 표현은 문법이라는 질서 없이 지리멸렬하다.

그리하여 초현실주의 문학에서는 자동기술(automatisme)이라는 기법을 만들어 내어, 의식의 자유로운 흐름이나 꿈 같은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 적는다고 하였다. 미술가들은 그런 자동기술을 회화에서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따라서 초현실주의 미술이 무의식을 표현한다면 성과 죽음 같은 것이 주제로 될 수 밖에 없고,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다. 그런 화가들은 무의식이나 꿈을 표현한다고 하면서, 보기에 괴상한,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바에 따르면 ”경이로운“ 미학적 장면들을 그려내었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통제 없는 성을 찬양하였던 악명 높은 사드후작을 재발견하여 그를 칭송하였다. 화가 만 레이는 사드를 "혁명적 도덕가이며 시인“이라 찬양하며 그의 『사드의 상상적 초상』(1938)에서 사드를 강력한 인물로 그렸다. 막스 언스터의  『삶의 기쁨』 (1936)은 무의식의 정글을 보여주는데, 그 정글에서 암컷 버마제비가 짝짓기에서 숫컷을 잡아먹고 있다. 마르셀 듀상의 『샘물』(1917)은 소변기를 그대로 전시한 것으로, 필자가 보기에 항문기적 조롱으로 보이며 가히 충격적이다. 한스 벨머의 『The Top』 (1938)은 여성들의 유방들만을 한 블록에 모은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강간』 (1934)은 몸통을 얼굴로, 유방을 눈으로, 그리고 음부를 입으로 그리고 있다. 이들 그림들은 현대사회의 섹스의 진실 내지 여성의 비인간화를 고발하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성도착적 시각을 표현하는 것 같아, ”경이롭다“기 보다 보기에 거북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런 난폭한 표현을 “미학적”이라고 주장한다. 정작 프로이트는 초현실주의 예술을 싫어했다 하는데 그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실제 프로이트의 정통 정신분석은 본능에 대해 해방이 아니라 억제와 승화를 요청하고, 그 불만은 그냥 견뎌낼 수 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초현실주의자들은 당대 유럽에서 새로운 체제적 대안으로 떠오르던 공산주의(막시즘)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았다. 초현실주의는 사드에서 출발하여 프로이트-막시스트인 라이히의 사상을 재발견하고 옹호하였다. 당시 대표적 초현실주의 이론가는 당시의 프랑스 시인 이론가 앙드레 브르통이었다. 그는 상상의 자유를 주장하고, 억압적인 오랜 사회적 구조로부터 막시스트 해방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해방의 문화혁명을 완수하는데 가장 근본적인 방해는 기독교였다. 그들은 서구의 전통적 기독교에 대한 증오를 다음과 개념으로 표현하였다: 기독교의 죄, 원죄에 의한 타락, 구원하는 사랑 등등의 개념은 지극지긋하게 혐오스럽고, 그래서 영원히 멸망시켜야 한다. 쾌락의 고양에 근거한 새로운 도덕은, 조만간 도덕이나 제국주의와 기독교에 의해 보존되어 왔었던 고통과 체념의 비열한 도덕을 모조리 쓸어버릴 것이다. 초현실주의 운동은 “인류가 충만한 힘에 도달하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활동”으로, 그 힘은 과거에는 신에게 있다고 투사되었었는데, 이제 이를 인간이 되찾아야 한다. 등등.

초현실주의(일반적으로 아방가르드)는 문화적 표현으로서 하나의 유행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들은 혁명적 투쟁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그들이 말하는 무의식은 의식과 현실 세상의 영향을 많이 받아, 진정한 정신분석적 무의식도 아니었다. 즉 그들의 꿈의 세계에는 편견과 위장이 많았다. 그래서 초현실주의는 무력했으며, 대중문화에 직접적 영향을 크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이트막시즘 자체는 급진적 정치사상에 영향을 미쳤고, 1960년대 신좌파 활동과 성혁명, 그리고 1968년 프랑스 학생 혁명의 발생에 기여하였다.

우리 크리스천은 현란한 서구 미술에 대해 멋모르고 찬탄을 하기 전에, 그 배후의 반기독교적인 사상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분별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아무리 유명하고 비싼 그림이라 하더라도, 그런 성혁명적이고 폭력적인 악몽 같은 초현실적인 그림들을 (복사판이라도) 집안 거실에 걸어 둘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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