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로마서
거꾸로 읽는 로마서

스캇 맥나이트 | 정동현 역 | 비아토르 | 364쪽 | 20,000원

내 영화 리스트 중 하나에는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있다. 그 영화는 흑백 화면에 담아낸 영화 자체도 찐한 감동과 아픔을 담아내지만,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마지막에 영화에 전태일을 영화에 담아내기 위해 개별적으로 투자한 시민들의 이름들이 올라가는데, 그 무수한 사람들의 명단을 보면 또 다른 깊은 감동을 받았던 것이 기억난다. (최근에 본 폭격이라는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오폭으로 숨진 어린이들을 주제로 다루는데 영화 마지막에 그때 죽은 수많은 아이들의 이름이 올라가 또다른 아픔을 준다.)

요새는 그 뒤에 나올 쿠키영상 땜에 어쩔 수 없이 크레딧을 보긴 하지만, 지금도 영화를 볼 때 그런 개인 투자자들의 명단이나 영화를 위해 장소 협찬 또는 영화의 스탭들을 보며 감독이나 주연배우들을 통한 감동 그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되곤 한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로마서를 대할 때 로마서 마지막 장인 16장을 읽거나 묵상하면서, 마치 영화 크레딧을 통한 감동을 느껴 16장을 좋아한다.

16장에 언급된 적지 않은 이들을 잊지 않고 그들의 수고를 이야기하고, 그들이 지켜나가고 있는 로마 교회와 여러 지역 교회 사람들을 바울이 기억하고 사랑하는 것은 또 다른 감동과 목회자로서의 진정한 자질을 느끼게 하곤 했다.

사도 바울
▲사도 바울 동상.
그런데 이번에 읽은 스캇 맥나이트의 ‘거꾸로 읽는 로마서’는 그 마지막을 오히려 로마서를 읽는 키와 기본으로 접근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그저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한 표현 정도로 생각했지만, 책의 처음을 읽어나가면서 영화 자체가 감독이나 주연배우만이 아니라 영화스텝이나 돕는 이들 없이는 될 수 없는 것처럼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그저 백그라운드가 아니라 로마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마 교회의 구성원이었던 이들과 그것을 전한 이를 이해함 없이는 온전한 이해를 갖기 힘들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자신이 교회를 이루는 지체이자 구성원이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시대적 상황과 삶을 바라보며 바울은 이 로마서를 썼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책에서 언급하듯 ‘삶의 신학’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을 잘못 오해하면 복음이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로마 교회에 전하기 위해 바울이 노력했던 접근을 통해 우리는 그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고 지금의 나의 ‘삶의 신학’으로 이해하게 된다.

특히 저자는 ‘강한 자’와 ‘약한 자’라는 관점으로 이방인들과 토라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대인들을 바라봄으로써 그들에게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구원이 단순한 개인적 차원을 넘어섬을 보여준다.

문양호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