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터키 이스탄불. ⓒPixabay
터키 인권운동가가 국가를 전복시키려 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그동안 정부를 상대로 비무슬림 문화유적지 보호, 아르메니아 대학살 인정, 소수종교 보호를 촉구해 왔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자선사업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오스만 카발라(64)는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2013년 반정부 시위 주도 및 국가 전복 혐의로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을, 그와 함께 기소된 7명은 국가 전복 혐의로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매우 우려되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CP는 “이번 판결은 작년 서방국가들의 경고에 대한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해감시단체인 국제기독연대(ICC)도 성명에서 “우리는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오스만 카발라를 석방하고 자의적으로 수감된 다른 이들도 석방할 것을 터키 정부에 재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간의 미결구금, 테러 지원에 대한 지나치게 광범위한 혐의 주장, 형사모욕 사건 등, 터키에서 시민사회, 언론, 정치, 기업 지도자들을 상대로 지속되는 사법적 괴롭힘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CP에 따르면, 터키 당국은 카발라를 2013년 게지공원 시위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 2017년 10월 처음 구금했다. 그러나 2019년 유럽인권재판소는 카발라의 석방을 결정했고, 2020년 카발라는 이 같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 판결은 카발라가 2016년 쿠데타 시도에 연루됐다는 혐의와 연계되면서 뒤집혔다.

ICC는 “현재 카발라의 선고는 그가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기념한 지 하루 뒤에 내려진 것이다. 1900년대 초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자행한 터키 당국은 그 사건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CC 제프 킹 회장은 “오스만 카발라는 터키의 소수종교인들의 인권 개선을 추구하는 운동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판결은 터키에서 경험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발표의 시기는 아르메니아 대학살 사건 생존자들에게 특히 무서운 경고를 보낸다. 그들은 단지 어제 (대학살) 사건을 기념한다는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여러 압력을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ICC는 “카발라는 오스만 시대 2백만여 명의 아르메니아 기독교인을 살해하고 이주시킨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둘러싼 더 많은 대화를 지속적으로 옹호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 아르메니아 언론인 흐란트 딩크가 터키 민족주의자에 의해 살해된 후, 터키인과 아르메니아 기독교인 사이의 더 큰 화해를 촉구했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스만 제국이 아르메니아 기독교인에 대해 자행한 대규모 잔학행위를 집단학살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ICC는 “이 같은 명명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터키 정부가 책임을 지는 데 실패했다. 이 사건에서 그들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ICC는 “터키 정부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아르메니아인들을 반대하는 집단학살 정책을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남부 코카서스의 내륙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인구 중 대다수가 아르메니아인이며 이들이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슬람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의 일부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당시 ICC는 터키가 나고르노-카라바흐에 거주하는 아르메니아인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침략을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ICC는 “아제르바이잔 군이 터키가 고용하는 시리아 용병과 함께 이 지역을 침공해, 러시아가 중재한 휴전협정 이후 이 지역을 장악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같은 분쟁 중 아르메니아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종교유적지 파괴의 증거는 많은 사람들이 아르메니아 기독교인에 대한 종교적·민족적 증오를 품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100년 전 대량학살을 연상시킨다”라고 비판했다.

ICC 이사인 마티아스 페르츌라는 “아르메니아 기독교인들은 1915년 오스만 전쟁 때문에 계속해서 고통을 겪고 있으며, 미국은 아르메니아 공동체가 그들의 고통을 인정하고 연대할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페르츌라는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국가의 상속인으로서 아르메니아인은 세계 기독교 공동체 가운데 필수적인 부분이며, 박해로부터 자유를 누려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