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 목사 아버지에게서 자라 하나님 오해한 여성,
복음으로 아버지 대한 원망 풀고 하나님 바르게 이해
안 믿는 사람들에게 다짜고짜 ‘예수 믿으라’ 한다면…

조재욱
▲조재욱 목사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 누릴 때, 우리는 내가 사랑받기 위해 사랑하지 않고 진짜 사랑하기 위한 사랑을 한다”며 “이렇게 넘쳐흐르는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곳엔 더욱 사랑이 가득해진다. 성경이 말하는 사랑은 결코 억지 사랑이 아니”라고 전했다.
“기독교는 단순히 하나님이라는 신을 믿는 종교 이야기가 아니다. 기독교는 왜 모든 사람이 인생에서 비슷한 문제와 고민을 가지며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와 하나님이 이런 우리를 위해 어떤 일을 하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성경은 이를 ‘기쁜 소식’이라고 표현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어떤 일을 하셨는지를 알 때, 인생의 여러 고민 속에서 방황하고 헤매던 우리가 길을 찾고 기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조재욱 목사는 많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는 한 가지 공통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찾고 있는 것은 조금씩 달랐지만 크게 7가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그에 대한 기독교와 성경의 대답을 <물음에 답하다>에서 제시했다.

조 목사는 크게 방황하면서 신앙을 떠나기까지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들의 언어로 대화하면서 차근차근 조금씩 그들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전하고 있다. 그의 영적 여정과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 페이지 이야기 등을 담은 지난 1편에 이어, 그의 나머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물음에 답하다
조재욱 | 두란노 | 236쪽 | 13,000원

-SNS에서 물음을 던진 분들이 ‘응답했던’ 사례를 소개해 주신다면.

“최근 모임에 합류한 부부가 있습니다. 제가 해외에 있을 때 줌(ZOOM)으로 교제했던 분이십니다. 목회자 딸인데, 한 번도 교회에서 예수님을 믿은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늦둥이로 태어나 나이 많은 목사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시대적 한계로 아버지가 억압적·가부장적·폭력적이었기에, 하나님에 대한 인식도 억압적·가부장적·폭력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교회 안에서 자라며 교회를 떠나지도 못하고 교회 속으로 들어오지도 못한 채 살았습니다. 그 분과 줌으로 신앙여정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5명과만 하려고 신청하신 4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인터뷰를 했는데, 그 자매님이 ‘지금이 아니면 하나님을 찾지 않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프로젝트 동안 그 분에게서 하나님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지만 아버지도 한계를 가진 연약한 인간임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작년에 출산을 했는데, 자녀를 통해 ‘하나님 사랑이 이런 것이겠구나’ 하고 느끼셨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통해 왜곡된 하나님 사랑을 알았지만, 엄마가 되어 그 사랑을 다시 회복하게 되셨습니다. 처음으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믿고 회심하셨고, 지금은 남편과 공동체 모임에 합류한 상태입니다.”

-신이 없고 성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전제를 가진 이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나요.

“저는 청년부 사역을 할 때부터 청년들이 안 믿는 친구들을 데려오면 더 좋아했습니다. 교회 청년들이 스스로 ‘놀라운 변화’라고 말합니다. 친구를 교회에 데려와 봐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는데, 이제 교회에 친구들을 데려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자마자 성경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인생 이야기부터 합니다. 다짜고짜 ‘예수 믿으라’고 할 수 없잖아요. ‘요새 행복하세요? 삶이 어떠세요? 원래 꿈이 뭐였나요? 요즘 소망이 뭔가요? 그것이 이뤄지면 행복할 것 같은가요? 그 이후에는 어떻게 사실 건가요?’ 등 삶과 사람에 대해 묻습니다.

그러면 믿지 않는 청년들이 ‘목사님은 목사님 같지 않고 상담가 같다. 종교적 이야기를 안 해서 편하다’고 합니다. 관계가 깊어지면 종교적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많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고민의 길을 열어준 다음, 그 끝의 어떤 지점에서 ‘더 이상 제 삶의 방식으로는 방법이 없습니다’ 고백할 때, 그들은 ‘기독교는 여기서 뭐라고 합니까?’를 묻습니다. 그때부터 기독교의 답을 주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고민하지 않으면, 결코 하나님을 제대로 만날 수 없습니다.”

목회자들, 왜 법륜, 법정처럼 사람들과 소통 못할까
기독교가 뻔한 이야기? 오히려 세상 못 주는 길 제시
SNS, 잘 믿는 분들과 안 믿는 분들 모두에 공격받아

-말씀하신 대로 요즘 오은영 박사님과 백종원 대표님이 기독교가 해야 할 역할을 대신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법정, 법륜, 혜민 등의 스님이 소통하고 대담하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기독교는 왜 저렇게 하지 못할까’, 그리고 ‘왜 사람들은 기독교가 뻔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세상이 줄 수 없는 길을 제시할 수 있지 않습니까? 기독교를 너무 매력 없이 전하기 때문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느끼지 않도록 메시지를 잘 전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물음에 답하다
-해 보시니 SNS에 의한 소통의 장단점은 무엇이었나요.

“장점은 많은 분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계정의 성격이 무겁고 논쟁의 여지도 있어, 예수님을 열심히 믿는 분들도 오시지만, 기독교를 떠나 있거나 한 다리만 걸쳐 있는 분, 무신론자와 신부, 가톨릭 신자들도 찾아오십니다. 확실히 일반 기독교 계정보다는 계층이 다양합니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믿는 분들과 안 믿는 분들 양쪽 모두 공격하십니다(웃음). 얼마 전에는 ‘책 팔아서 돈 벌려고 하냐’고 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계정을 없애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믿는 분들의 반응에서 더 상처를 받습니다.

비기독교인들의 경우 건강한 논쟁에는 답하지만, 비꼬는 글에는 반응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다 요즘에는 굉장히 안타깝다는 내용의 댓글을 답니다. ‘절에서 땅밟기하는 개신교인들 저도 좋지 않게 생각하는데, 불교계에도 그런 분이 계시네요’ 했더니 그 후로 반응이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고민을 듣고 계신데, 목사님은 고민이 있을 때 어떻게 하시는지요.

“요즘은 고민이 대부분 정리가 됐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고민을 많이 한 편입니다. 목회자들이 자신의 사역에 대해서만 고민하지,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민이 필요합니다.

저는 저 자신에 대한 고민을 너무 오래 해 왔고, 지금도 고민이 있지만 하나님 안에서 큰 방향의 줄기는 발견했습니다. 하나님이 나를 어떤 존재로 부르셨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알기 때문에, 앞으로 더 쌓아가고 만들어 갈 것입니다.”

요즘 청년들, 훨씬 예민하고 억울해하고 공격적
주변에 이생망 소리뿐… 그들에 훨씬 복음 필요
변화, 한 사람씩 긴 시간 동안 체계적으로 만나야

-요즘 청년들이 목사님 청년 시절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저희 때보다 훨씬 더 예민하고 비판적이고 억울해하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억울함은 세상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성경적이지 않고 세상적이기 때문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20대가 주로 쓰는 부정적·자조적 표현)’이라며 억울함을 표출합니다.

주변에서 다 망했다고만 하니, 꿈을 찾고 성취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런 모습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젊은이들 모두가 망한 건 아니지 않을까요? 점점 그런 이야기만 듣다 보니 극한으로 치닫고, 항상 불만과 불평이 있고 공격적이고 날카롭습니다.

사랑과 용납이라는 말을 하지만, 오히려 그들 스스로는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훨씬 더 복음이 필요합니다. 이걸 극복해 낼 수 있는 것은 복음 밖에 없다고 봅니다.”

조재욱
▲조재욱 목사는 “만약 십자가가 없었다면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말은 추상적인 느낌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십자가는 하나님의 사랑이 단순히 추상적인 느낌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임을 보여준다”며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자신에게 상처와 피해를 입힌 죄인을 위해 인간이 되어 심판받고 죽으셨다면, 이 사랑은 결코 추상적인 느낌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랑이고 분명한 실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사역 방향이 궁금합니다.

“지금 저희 공동체 인원은 9명입니다. 제 인스타 계정을 사용해 저희 교회나 모임에 사람을 끌어모을 생각은 없습니다. 팔로어 4만 5천여 명 중 1%만 와도 많이 모이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건강한 공동체를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씩 하나님 안에서 회심하고 성장까지 긴 시간 동안을 체계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훨씬 오랜 시간 많은 에너지와 힘을 쏟아야 하니 비생산적일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사역할 것입니다.

교회 잘 다니는 분들을 데려올 생각도 없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을 회심시키고 성장시키고, 그들의 변화된 삶을 통해 다른 누군가를 변화시키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목사님의 ‘인생 질문’은 무엇이었나요.

“‘하나님, 제가 어디까지 가야 합니까?’라는 질문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멈춰야 할 때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스타 페이지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것은 영원할 수 없고 언젠가 사라진다. 내 인생의 주요 부분이나 주된 사역이 될 수도 없다’고 전제했습니다. 언젠가는 멈추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 사역에 그리 큰 의미를 두고 있진 않습니다.

‘어디까지 가야 합니까? 어디서 멈춰야 합니까?’를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후배들이 생길텐데, 어디까지 갔다가 멈추고 다음 세대에게 사역을 건강하게 이양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