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순교자의 소리,
▲올레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있을 때 남편 조셉 목사와 세 자녀와 함께 찍은 사진. ⓒ순교자의 소리 제공
올레시아(Olesia)는 목사인 남편과 함께 우크라이나 서부 작은 마을에서 교회를 섬기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더 이상 평범한 일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올레시아의 남편은 가족이 살던 집에 계속 머물면서, 가능한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그들 부부가 운영했던 두개의 학교 건물에서 임시로 체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자신의 차량에 구호물자를 싣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까지 다니고 있다. 남편은 아내 올레시아와 세 명의 아이들을 안전한 프라하로 보냈다. 그러나 프라하에서 올레시아는 안전함보다 더 귀한 것, 바로 사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한국 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올레시아는 난민이 되었지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러시아어 예배를 드리는 프라하 교회와 함께 프라하로 피난 온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와 어린이집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체코 정부는 3월 말 현재, 3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체코에 입국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의 절반이 어린이이고 성인의 80%는 여성이다.

현숙 폴리 대표는 “여성들이 난민 등록도 마치고 기타 필요한 일들도 처리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그 여성들의 자녀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게 됐다”고 했다. 

그녀에 따르면, 올레시아는 난민 어린이들을 돌보기 시작했을 때 그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갖고 있고, 집을 그리워하고 불안해하는 증세를 보일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결핍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올레시아는 프라하에 온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주거지를 제공하고 지원해주는 미국 선교단체 ‘서지’(Serge)와의 인터뷰에서 “놀라운 사실은 아이들이 성경을 정말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영어로 된 어린이 그림 성경을 빌려, 아이들에게 성경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용해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 씨앗들이 자라고 구원의 소망도 더 커지면 좋겠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대부분의 교회는 올레시아와 아이들을 난민으로 분류한 뒤, 이들을 최대한 속히 집으로 돌려보내 하루빨리 모든 것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올레시아가 아이들을 ‘씨앗’으로 묘사했다는 점은, 하나님께서 우리가 보거나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항상 더 큰 일을 행하신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위에서 말한 ‘더 큰 일’이 1989년부터 1999년까지 우크라이나에 선교사가 “급증”하면서 놀라운 교회 성장을 처음으로 이루었던 것과 아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소련이 무너질 당시 지하교회를 이끌었던 우크라이나 남성들은 지하에서 나와 합법적인 교회를 운영했다. 그래서 소련에 속했던 지역들 중에서도 시베리아 같은 곳에 최초의 복음주의 교회를 세우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한 주인공은 주로 여성들과 청년들이었다. 당시 우크라이나 교회는 선교의 비전도 없었고 신학교나 선교사 훈련 프로그램도 없었다. 성령의 감동을 받은 우크라이나 청년들과 다수의 여성들이 집을 멀리 떠나 전도하게 되었다. 훈련을 받은 적이 없고 제대로 된 직함도 없는 여성들과 청년들이 선교사로 사역했기 때문에 이들보다 더 나이가 어린 젊은이들이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로 교회가 세워지기도 했다. 소련 붕괴라는 혼돈 속에서 하나님은 훈련되지 않은, 직함도 없어서 전혀 사역자같지 않은 이들을 사용하셔서 교회를 ‘다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올레시아도 이와 비슷하게 사용하셔서 우크라이나 기독교 난민들 사이에서 역사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폴리 현숙 대표는 “올레시아 같은 여성은 난민이 아니라 교회 개척자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우크라이나 교회도 ‘다시 시작’하고, 우크라이나의 기독교인 난민 여성들이 접촉하게 될 유럽의 기독교 공동체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을 이용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성경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자녀들은 때로 우리가 집과 고향을 떠나 있을 때 성경을 처음 배우게 된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폴란드순교자의소리로부터 한 가지 요청을 받았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을 방문하여 우크라이나 기독교 난민을 대상으로 기독교적 트라우마 회복에 관한 세미나를 열어달라는 요청이었다.

과거 가혹한 핍박으로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는 에리트레아(Eritrea)와 카메룬(Cameroon), 중국 및 북한 출신의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동일한 세미나를 진행한 그녀는 “우크라이나 난민 가운데 올레시아 같은 여성이 많다는 폴란드순교자의소리의 보고를 통해 하나님께서 역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뻤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올레시아는 단순히 두려움 때문에 체코로 도망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전쟁이 발발했을 때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섬기기 원했다. 그리고 올레시아가 우크라이나 난민 아이들을 섬긴 방식이 바로 트라우마 회복이 일어나는 방식이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SFCR’, 즉 ‘가족대응강화법’(Strengthening Family Coping Resources)이라고 하는 종합적인 트라우마 회복 방법을 이용한다. 이는 메릴랜드 대학 정신의학 부교수 로렐 J. 키저(Laurel J. Kiser)가 개발한 방법을 현숙 폴리 대표가 특별히 기독교인 참가자에게 맞게 적용한 것이다. 현숙 폴리 대표는 트라우마 회복 과정과 교회 개척 과정이 놀랄 만큼 유사하다고 말한다.

현숙 폴리 대표는 “트라우마는 사람들의 일상이 그들 자신의 대응 기제(coping mechanisms)를 초과하여 붕괴될 때 발생한다. 최선의 트라우마 치료법은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이 가족이나 자신의 영향권 안에 있는 지인들과 함께 그 대응 기제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에 따르면, 기독교인의 경우 ‘다시 시작하다’는 개념은 매일의 가정예배 형식과 동일하다.

그녀는 “우리가 정신적 충격을 받은 기독교인들에게서 목격하는 사실은, 그들이 트라우마를 겪는 중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보다 함께 사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들과 기도하고 찬양하고 말씀을 읽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면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이 현격히 감소한다는 것이다. 가정예배는 트라우마를 회복하도록 하나님이 주신 성경적인 치료법이다. 소련이 붕괴했을 때 우크라이나 여성과 청년들이 개척한 교회가 급증한 현상은 여러가지 면에서 트라우마 회복의 한 가지 형태였다. 공산주의 사상이 무너지고 소련 치하의 일상 생활이 붕괴하면서 생겨난 간극을 기도와 성경공부와 찬양 같은 단순한 매일의 대응 기제가 채워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순교자의 소리,
▲올레시아의 학급에 편성된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들은 트라우마 치료를 받을 뿐 아니라 난생 처음 성경을 배운다. ⓒ순교자의소리 제공
현숙 폴리 대표는 우크라이나 기독교 난민들이 본국으로 귀환하든, 다른 나라로 영구히 이주하든 난민으로 얼마간 더 체류하든, 그들의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 그들의 교회를 ‘다시 시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정말 안타까운 사실은 전 세계 교회들이 우크라이나 기독교인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한 뒤에 본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사실, 우크라이나 기독교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 세계 교회의 사역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그 사역의 핵심은 비록 우크라이나 기독교인들의 가정이 전쟁으로 피해를 입었더라도, 집집마다 가정 교회를 다시 세울 수 있도록 준비해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실하게 사역하는 ‘올레시아’ 같은 성도를 모두 찾아내어 자신들을 단순한 난민이 아니라 하나님이 보내 주신 교회 개척자와 씨 뿌리는 자로 여기도록 비전을 심어주고, 도구를 마련해 주는 데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