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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강력하게 추진된 사립학교 공영화 정책으로 기독교 사학의 건학 이념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폐지와 고교학점제, 필기시험 시·도교육감 위탁을 담은 사학법 재개정 등, 사학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들이 연달이 추진됐다.

이에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 박상진 교수)는 21일 오전 10시 온라인으로 진행한 포럼에서, 건학이념 구현과 학부모 교육권의 필수요소인 ‘학교선택권’을 집중 조명했다.

평준화 시행 후 심각하게 훼손돼
“부모 교육권”, 헌재도 인정한 것

‘잊혀진 부모의 권리, 학교선택권’을 주제로 발제한 박 교수는 “학부모 교육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학교선택권”이라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평준화 제도 시행 이후, 중등교육에서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학교의 다양성도 위축시켰다”고 했다.

학부모의 교육권에는 크게는 교육내용 선택결정권, 교육요구권, 학교참여권, 학교선택권, 작게는 의무교육 취학권, 적정거리 학교 통학권, 전학의 권리, 종교학교 회피권 등이 있다. 박 교수는 이 중 가장 중요한 권리가 학교선택권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도 “부모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고 인격을 닦고 있는 초·중·고등학생인 자녀를 교육시킬 교육권을 가지고 있으며, 그 교육권의 내용 중 하나로서 자녀를 교육시킬 학교선택권이 인정된다(1995. 2. 23.)”고 판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국공립은 물론 사립학교 선택권도 포함된다.

또 헌재는 부모가 교육의 1차적 주체이고, 국가는 2차적 주체임을 밝혔으나, 우리나라는 의무교육제도를 학교선택권의 제한으로 이해하고 있어 국가에서 학교를 강제 배정하는 것까지 용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학교선택권과 관련,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건 중학교무시험 제도(1969)와 고교평준화 제도(1974)다. 둘 다 학교선택권을 근본적으로 약화시켰고, 때문에 다양성 있는 학교를 위한 사립학교 제도의 근간이 무너졌다.

김영삼·이명박 정부, 선택권 확대 노력
문재인 정부는 강력한 사학 공영화 정책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사학법 개정 반대
▲기독교교박상진 교수 ⓒ송경호 기자
반면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이 확대된 두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과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 정책이다. 이 중 고교다양화 정책은 자율형사립고교 100개, 기숙형공립고교 150개, 마이스터고교 50개를 2012년까지 개교한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자사고는 학교선택권 다양화의 취지로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어졌다. 등록금이 다소 비싼 대신 학생선발,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교원인사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보장받았고, 현재 39개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진보교육감이 들어서며 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2019년 11월, 교육부 시행령 개정 소위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 발표됐고, 2025년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했다. 기존 평가방식을 통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자사고 폐지 정책인 것이다.

진보진영은 ‘특권교육’과 ‘고교서열화’를 폐단으로 들었지만, 자사고는 사학의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기에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자사고는 평준화 제도로 사학이 원천적으로 존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립학교의 가능성을 그나마 보여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2009년 헌법재판소는 일반고 진학 학생을 학교군별로 추첨, 배정토록 한 것이 학생과 학부모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지만, 그 근거 중 하나로 “우리나라도 특수목적고,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학교의 증가로 사립학교 선택권이 점차 보장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자사고와 특목고가 폐지되는 추세에선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문 정부에서 2021년 2월 발표한 고교학점제도 학생의 교육선택권의 강조한다는 취지와 달리, 학교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사학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교육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이수해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로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이나, 정작 사립학교는 공립화하고 중앙집권적 통제를 하는 정책은 그대로다. 박 교수는 “교육은 학교의 건학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그 학교의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이 교육을 함께 담당할 교사를 임용해 학생들을 교육해 학부모와 동역하고,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교육공동체를 표방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고교학점제가 아닌 ‘고교학교제’를 주장했다.

기독대안학교, 43→313개 가파른 상승
새로운 ‘학교선택권 회복운동’ 평가도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독교대안학교는 2006년 43개에서 2011년 121개, 2016년 265개, 2021년 313개로 가파르게 증가해 왔다. 공교육 안에서 실제적으로 학교선택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사립학교 운동이자 ‘학교선택권 회복 운동’으로 평가했다.

이에 박 교수는 국가주도적 교육에서 부모참여적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교육의 주체는 국가가 아닌 학생과 부모이고 국가는 이를 원하는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는 역할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다양한 건학이념에 근거한 수평적 다양성이 요구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부모들, 특히 기독 학부모들이 부모가 교육의 주체이며 교육권을 지니고 학교선택권이 있음을 인식하도록 기독학부모운동을 전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 자녀만 아닌 모두의 교육권 신장 필요
건강한 교육관의 학부모들이 이끌어야

박 교수에 이어 ‘앞으로 우리의 권리를 어떻게’를 주제로 발표한 이종철 박사(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부소장)는 공교육 내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보장을 위한 노력과 함께, 미인가 대안교육과 홈스쿨링 국가가 교육비를 지원하는 등의 공교육 밖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보장을 위한 노력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다.

또 “학부모의 교육권 신장 논의도 입시경쟁에서 내 자녀가 유리해 지기를 바라는 이기적 동기에 기반하는 형태를 보이지 않고, 아이들 모두의 행복과, 우리 교육과 사회의 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학부모 운동가나 이론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국가나 교사들은 학부모의 교육권 신장이 오히려 교육에 방해가 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교사의 교육권을 위협하는 빅마우스 학부모들이 아닌 건강한 교육관을 가진 학부모들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 외에도 신은정 학부모(충주 효성교회)가 ‘기독학부모: 당당함과 책무성의 길’을 주제로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