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하고 겸손하니
온유하고 겸손하니

데인 오틀런드 | 조계광 역 | 개혁된실천사 | 280쪽 | 17,000원

이 책은 2020년 ACBC(Association of Certified Biblical Counselors)에서 선정한 최고의 책 중 하나다. 복음주의 신학자이자 블로거로 많은 서평을 남긴 팀 챌리스는 이 책을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알고 사랑하고 신뢰하도록 돕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D. A. 카슨, 러셀 무어, 마이클 리브스, 폴 트립, 브라이언 채플 등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기독교 학자, 상담가, 목사 등이 추천하면서 극찬한 책이다. 하지만 존 맥아더 목사 기관 사역인 ‘Grace to You’ 블로그에서 한 기고자가 남긴 비판 때문에 이슈가 된 책이기도 하다.

데인 오틀런드는 휘튼 칼리지에서 공부한 네퍼빌 장로교회 담임목사로, 기독교 출판사인 크로스웨이 출판사의 책임 부사장이기도 했다. 국내엔 2018년 <복음으로 세우는 센터처치(두란노)>를 팀 켈러, 마이클 호튼과 함께 저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음으로 세우는 센터처치>를 읽어보면, 함께 책을 쓴 이들이 얼마나 신학적으로 잘 무장되어 있는지, 복음을 균형 있게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들 중 한 사람인 오틀런드가 쓴 이 책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온유하고 겸손하니>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고 그 안에서 평안과 기쁨을 누리게 하는 책이다. 나아가 하나님 아버지와 성령 하나님께서도 아들과 함께 삼위일체적 사랑과 긍휼과 자비와 인자하심을 우리에게 무한하게 베풀고 계심을 알게 하는 책이다.

존 번연과 토머스 굿윈, 조나단 에드워즈의 청교도적 묵상과 신학이 힘있게 전달되는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이 책이 누군가의 비판 대상이 되었을까? 저자 오틀런드는 이렇게 말했다.

“타락한 인간의 마음은 본능적으로 상호성, 주고받기, 균형, 평형을 지향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율법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물론,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그런 성향 안에도 건전하고, 영광스러운 요소가 내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성향도 우리의 다른 모든 성향과 마찬가지로 파괴적인 타락으로 인해 오염되었다.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은 급격히 붕괴되었다. 우리는 자기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감정을 옳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런 이해가 하나님의 실체를 정확하고,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인 줄 착각한다(198쪽).”

저자는 이 책에서 순종의 중요성을 말했다. 하나님의 단순성(그분의 성품이 혼합되어 있거나 개별적으로 존재하여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이 내려가는 시소같은 형식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지지한다. 죄와 치열하게 싸울 것을 요구하고, 회개하며 하나님께 돌이켜 선한 일을 부지런히 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민들레 꽃 자연 성장 바람 솜털 부드러운 성령 비행
▲ⓒ픽사베이

하지만 저자가 우려하는 것은 그 모든 것이 오직 우리의 힘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여, 실패할 때마다 하나님을 오해하는 것이다.

당신의 자녀를 바라볼 때 근심하고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고, 그들을 향해 냉소적이고 못마땅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 저자가 말한 ‘율법적인 성향’이다.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안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악한 성향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심지어 ‘이건 순종과 거룩을 위해 균형을 잡는 것뿐이야’,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선 어쩔 수 없어’라고 잘못된 합리화를 시도한다.

오틀런드의 설명이 편향된 것이 아니다. 그는 그가 약속한 대로 성경이 말씀하시는 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그분이 묘사하는 방식대로 설명할 뿐이다.

중간중간 그는 방종과 방탕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성경의 가르침과 죄를 미워하시고 반드시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거룩과 공의를 제시한다. 하지만 그가 굿윈, 그리고 번연과 함께 깊이 묵상하기 원했던 것은 그 모든 것을 행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지배하는 본성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물론 그분의 사랑이 거룩함보다 크다고 말하는 건 오해의 소지가 크다. 하지만 그분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길고 깊고 넓은지 충분히 묵상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순종하고 그분의 거룩하심과 공의를 사랑하게 하는 동력이다. 그리고 그것이 예수님이 우리에게 당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알려주기 원하셨던 모습이다.

그분의 마음을 깊이 묵상하며 풍성한 은혜와 긍휼을 맛보기도 전에, 우리가 생각하는 균형을 찾기 위해 우리가 생각하는 엄격함과 거룩함, 가차 없는 공의를 하나님의 마음에 제멋대로 채워 넣는 것은 결국 우리가 복음에 담긴 무한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바리새인과 같은 외식에 빠지는 것이다.

저자는 신앙생활이 “수십 년에 걸쳐 하나님의 실체에 관한 우리의 본능적인 생각을 서서히 내버리고, 하나님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기나긴 여정에 해당한다(190-191쪽)”고 말했다.

모태신앙으로 교회에서 계속해서 자라면서 숱한 말씀을 듣고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더라도, 여전히 우리는 내버려야 할 ‘우리의 본능적인 생각’이 많다. 하나님을 오해하는 것이다.

 데인 오틀런드의 <온유하고 겸손하니>를 통해 그 본능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억지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지 말고, 예수 그리스도의 온유하심과 겸손하심에 푹 빠져보기를 권한다. 당신이 나와 같다면 내 생각보다 훨씬 크고 훨씬 온유하며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무한하고 영원한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분이 당신의 목자이자 친구이며 구세주이자 영원한 신랑 되신 것에 감사와 찬양을 돌리게 될 것이다. 당신의 죄가 아무리 많고 커도 은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당신을 향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