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시집 ‘재와 같이 흩날려지더라도’
사람들에 위로 전하고자 글 쓰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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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같이 흩날려지더라도
예가체프 | BOOKK | 83쪽 | 8,200원
“여전히 꽃이고 여전히 나무인 그대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시 하나에 다 담지 못했던 것과 자그마한 에세이로도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이 시집을 읽으며 자연스레 떠올려질 당신의 감정과 생각을 통해 말해주고 싶습니다.”
부산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기독교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그리스도인 청년이 펴낸 첫 신앙 시집이다.
‘좀처럼 철들지 않는 녀석’이라고 본인을 소개하며 예명으로 시집을 펴낸 저자는 “그저 끄적이는 것이 좋아서 쓰고 쓰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해주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집은 1부 ‘좀처럼 철들지 않는 녀석이’, 2부 ‘떠나고 떠나보내며, 비우고 비워내야 했다’, 3부는 ‘사랑, 그 능력이 되어간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지막 4부는 시 하나에 자그마한 에세이 하나가 같이 있는 구조로, 소제목은 시집의 제목과 같은 ‘재와 같이 흩날려지더라도’이다. 총 4부이다.
1-3부에 걸쳐 순서대로 시를 감상하면 어떠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야기는 대표 시 ‘재와 같이 흩날려지더라도’에서 본모습을 드러내고, 이어지는 에세이에서 구체화된다. 각 에세이 제목인 ‘Good Friday’, ‘빈 무덤’, ‘En Christo’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까지를 의미한다.
책 속 시어들은 일상 언어들로 구성돼 있으며, 여러 이야기들 속에 자신의 신앙을 담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나이처럼 싱그러운 작품들이 있다. ‘우리가 함께할 때 계절은 이야기가 되었고,/ 우리의 이야기는 영원한 계절이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네 모습 그대로/ 오래도록.’ ‘아무도 모르지만/ 아무도 몰라줘도 좋을 만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어떻게든 말해주고 싶을 만큼,// 좋아해.’
추억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도 있다. ‘네가 사준 향수를 오랜만에 뿌렸다./ 여전했지만, 향이 변했다.// … 마침내 향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서야/ 나에게 다가왔던 네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떤 향기도 나지 않던 내게,/ 향기가 되어준 네가,/ 사무치도록.’
자신의 모습을 가감없이 전하기도 한다. 십자가를 향해 “가까우면서도 너무 멀었다”며 “그는 십자가에 매일 가까이 갔고, 나는 십자가에서 멀어지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다음은 시집 제목이기도 한 ‘재와 같이 흩날려지더라도’ 전문.
사랑은 때론 약하고, 때론 강하다.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지 잘 알기 때문이러라.
손쉽게 파괴되어 재와 같이 흩날려지더라도,
공기보다 더 가까이, 더 생생히
사랑하는 이를 붙들리라.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내어주지만,
오히려 이로서 사랑하는 모든 것을 얻기에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약한 동시에
만물 위에 있는 능력이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