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대통령의 저자 최하진
▲최하진 교수는 지난해 <다윗 대통령의 귀환>을 펴내기도 했다. ⓒ크투 DB
1. 모세의 독

‘모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다가 갈라지는 그곳에 우뚝 선 한 사람, 홍해를 건너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홍해가 갈라지는 순간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고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모세 또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었다. 이집트 왕궁을 나온 후, 40여 년 동안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았던 모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찾아온 때는 그가 80세가 되던 해 어느 날이었다.

모세는 평소처럼 양들을 이끌고 가다가, 불꽃이 계속 타오르는 떨기나무를 발견한다. 전에 없던 이상한 현상을 보면서 그는 혼잣말을 내뱉는다.

“내가 돌이켜 가서 보리라(I will turn aside and see).”

그가 떨기나무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곳에서 부드럽고 장엄하며 경외감마저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이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거룩한 음성이었다.

“모세야, 모세야. 네 신을 벗어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곳이니라.”

이때부터 모세의 삶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인생으로 바뀌게 된다. 하나님은 그에게 사명을 감당하도록 다그치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먼저 모세의 독을 제거하는 ‘디톡스’ 과정을 밟으셨다.

출애굽기 3-4장에서 하나님과 모세의 대화를 보면, 모세가 어떤 독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하나님이 주신 사명에 반응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모세 안에 들어있는 다섯 가지 독에 대해 분석해 보자.

모세의 독 1) 내가 무엇이라고?
Who am I, that I should go? (출애굽기 3:11)

모세의 독 2) 나를 보낸 자가 누구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What shall I tell them about God? (출애굽기 3:13)

모세의 독 3) 사람들은 절대 나를 따르지 않을 겁니다.
They will not believe me or hear me. (출애굽기 4:1)

모세의 독 4) 게다가 나는 어눌하기 짝이 없어요.
I am slow of speech and tongue. (출애굽기 4:10)

모세의 독 5) 아무튼 저는 아니에요. 다른 사람을 보내세요.
Not me. Send someone else. (출애굽기 4:13)

이 다섯 가지를 무조건 모세의 변명이라고 말한다면 성경을 매우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며 마음은 그 사람의 인격이므로, 그의 전 인생을 생각하며 모세의 답변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모세는 왕자의 신분으로 40년, 양치기의 신분으로 40년을 보냈는데 이 80년 인생은 어떠했을까? 그의 삶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그의 말 속에 숨어 있는 ‘모세의 마음에 쌓여진 독’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독’이란 영혼육을 모두 포함하여 사람의 건강, 성장, 인격, 그리고 능력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부정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내적 상처라고도 말하겠지만 나는 상처라는 말보다 ‘독’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이제 모세와 하나님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모세가 가지고 있던 독들을 하나하나 찾아보자.

첫 번째 답변에는 이러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내 꼬락서니를 내가 잘 압니다. 나는 자격도 없고 능력도 없어요.”

즉 모세의 자존감은 낮아질 대로 낮아져 있었던 것이다. 왕자라는 높은 지위에 있던 모세는 하루아침에 도망자의 신분이 되었고, 애굽에서 나와 미디안 땅에서도 오갈 데 없는 노숙자와 다름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십보라라는 처녀를 비롯한 자매들을 동네 불량아로부터 구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십보라와 결혼하여 미디안 민족의 제사장, 이드로(또 다른 이름으로는 르우엘)의 사위가 된다.

왕자에서 노숙자로, 노숙자에서 서민으로 장인 덕에 그나마 신분이 소폭 상승했으나, 찬란했던 과거만 회상하며 뚜렷한 비전 없이 살아간다고 가정해 보자.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자신의 존재감이 얼마나 처량해 보일까?

두 번째 답변에 숨어 있는 모세의 독을 찾아보자.

“그래, 내가 간다고 칩시다. 사람들이 날 보낸 자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을 텐데, 난 당신에 대해 아는 바도 별로 없어요. 솔직히 당신은 나와 함께한다고 말하지만, 그래서 어쩌라고요?”

하나님에 대한 신뢰 부족이 모세가 가지고 있었던 두 번째 독이었다. 모세는 하나님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고, 하나님을 신뢰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모세는 이방 민족인 미디안 족속 제사장의 사위였다. 즉 장인이 우상 숭배하는 모습을 늘 가까이에서 보며, 그에게 빌붙어 살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모세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미디안 민족은 바알이라는 우상 신을 숭배했다. 당시 가나안 민족들은 바알을 비롯하여 아세라, 아스다롯 등의 우상들을 호칭하는 이름이 있었다.

모세가 젋은 시절을 보냈던 애굽은 또 어떠한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강함과 풍요를 상징하는 금송아지 하피스를 비롯하여 무수히 많은 우상의 문화 속에서 살아본 이력이 있기에, 모세는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하나님께 이름에 대한 질문을 했으리라. 그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 I am who I am.”

우리가 구약에서 ‘여호와’ 혹은 ‘야훼’라고 부르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여호와란 불변하심과 영원하심의 의미를 갖는 ‘스스로 있는 자’란 뜻이다. 하나님께서는 출애굽기 3장 14절부터 22절까지 긴 답변을 통해 모세가 자신을 신뢰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설명하시고 설득하시며 예언하셨다.

세 번째 답변을 따져 보자.

“하나님이 너에게 나타나셨다고? 우하하하! 지나가는 개도 웃겠다. 넌 도망친 자가 아니냐? 그런데 네 말을 우리가 들어야 된다고? 깝죽대지 마라.”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할 게 뻔하지 않을까, 그는 두려웠다. 모세는 과거의 왕따 경험에서 온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애굽 왕실에서뿐 아니라 자기 민족에게까지 배척을 당했으니 말이다. 이처럼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가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세의 이러한 멘탈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던 하나님은 출애굽기 4장 2절에서부터 9절까지 두 번의 부인할 수 없는 이적을 행하시며,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보여주셨다.

“지팡이도 내가 쓰는데, 하물며 내가 너를 쓰지 않겠니?”

이러한 의미를 모세에게 전달하기 위해 하나님은 지팡이를 통해 이적을 보이셨고, 모세의 손에 나병이 생기게 하셨다가 고쳐 주시는 놀라운 경험도 하게 하셨다. 이처럼 하나님은 모세에게 확신을 심어 주시며 그를 격려하셨다. 용기와 사명감을 불어넣기 위해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은가.

이쯤 되면 모세의 입에서 적어도 이런 말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하시고 하나님이 직접 행하시니, 저를 주님의 도구로 사용해 주세요’ 라고 말이다.

그런데 모세는 여전히 정말 짜증나도록 답답한 말을 내뱉는다. 그것이 바로 네 번째 변명이다.

“전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해서 말을 잘 못해요. 지도자가 되려면 여러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만능인이 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난 안 되겠어요.”

하나님 입장에서 보면 꿀밤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순간이었으리라.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런 아이들이 태반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친구가 잘하는 부분만 보며 ‘나는 왜 저런 재능이 없을까’ 하고 열등감에 빠지는 아이들, 그들은 생각 자체가 부정적이다.

하나님은 모세의 이 같은 생각을 긍정으로 바꾸기 위해 다시 말씀하시지만, 모세는 하나님께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쏘아붙인다.

‘에이, 모르겠어요. 아무튼 난 아니니까 다른 사람을 보내시란 말이에요.’

실로 복장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꾹 참고 인내하시던 하나님은 결국 화를 내셨는데, 영어 성경에서는 ‘The anger of the Lord was burned against Moses’라고 표현한다. 얼마나 화가 나셨으면 화가 불이 될 정도가 되었을까.

내가 하나님이었다면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에잇, 값어치 없는 놈 같으니.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못 알아 들어? 관둬라, 관둬. 너 없으면 어디 사람이 없는 줄 아나? 못난 놈 같으니!”

그러나 하나님은 한 발 양보하신다. “알았다, 이 녀석아. 네 형 아론이 말을 잘하는 것 알지? 내가 네 입은 물론이고 아론의 입과도 함께하마.”

모세에게 쌓여 있던 마지막 독은 ‘혼자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하나님은 여러 열등감에 쌓여 있었던 모세에게, 동역자 아론을 붙여 주시면서 용기를 불어넣으셨다.

모세에게는 80년을 살아오면서 쌓인 독이 있었다. 하나님은 먼저 그의 영적인 독과 마음의 독을 디톡스하기 시작하셨다.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시며, 사명감을 심어주셨을 뿐 아니라, 열등감과 두려움에서 오는 책임과 회피 등을 용기로 바꾸신 것이다.

모세
▲‘광야 40년’ 이후 모세에게 생긴 독.
우리 아이들도 모세와 다를 바가 없다. 자녀들이 좀 더 자신 있게, 좀 더 행복하게, 좀 더 멋있게, 좀 더 가치 있게 살기를 원하는가? 해답은 간단하다. 마음의 독을 디톡스하라.

모세를 디톡스하셨던 하나님과 같이, 자녀들을 향해 인내심을 갖고 해독 과정을 밟아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하나님께 쓰임 받도록 준비될 수 있다.

한국인에게 주를 이루는 멘탈의 독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12세 이상의 일반 국민 1만 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에게 어떤 멘탈의 독이 주를 이루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정신적 습관 유형별 현황
▲정신적 습관 유형별 현황.
인지적 오류의 사례를 들자면,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사람들이 내 의견을 묻지 않았다 해서 나를 무시하는 거라고 간주하는 것,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 등이 있다.

또 내가 다가갔을 때 사람들이 하고 있던 이야기를 멈추면 틀림없이 나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하는 것 등이 인지적 오류의 사례다.

다른 유형의 부정적인 정신적 습관으로는 과거의 잘못과 실수, 실패를 지나치게 되새기는 ‘반추’가 있다. 또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시간이 부족하거나 잘못되지는 않을까 생각하는 ‘걱정’하는 습관, 자신을 가치 없는 인간으로 여기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 사고’ 습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여기는 ‘무망’ 습관, 어려운 일에 직면하면 회피하는 ‘자기 도피’ 습관 등이 우리 한국인의 마음에 독으로 자리잡고 있다.

즉 완벽주의 성향과 선입관이 마음을 지배하며 걱정 많고 자존감이 낮은 멘탈의 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내가 가진 독(tox), 퇴치해야 할 독(tox)

구약 시대의 모세나 오늘날의 우리나 별다를 바 없이 우리 내면에 쌓인 독으로 인해, 성장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데 지장을 받고 있다. 아래 나열된 단어들은 우리 안에 쌓일 수 있는 독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독이 있다. 당신의 자녀가 가지고 있는 독은 무엇인지 체크해 보자.

나는 효과적인 디톡스를 위해 이 같은 독을 좀 더 세분화하여 일곱 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퇴치해야 할 일곱 가지 독

1. 관계의 독(Network Tox)

편가르기, 질투, 지나친 경쟁심, 자기중심적, 비교의식, 우월감, 불신, 험담

2. 멘탈의 독(Mental Tox)

낮은 자존감, 열등감, 불안, 초조, 부정적, 염려, 두려움, 강박관념, 불평, 책임회피, 비관적, 분노, 자만심

3. 양심의 독(Moral Tox)

표절 및 커닝 등의 부정직함, 거짓말, 욕설, 비속어, 폭력, 개인주의, 이기심, 탐심

4. 브레인의 독(Brain Tox)

짜증, 스트레스 호르몬, 뇌혈류 부족, 뇌영양 부족, 게임중독, 우울감, 산만함

5. 리더십의 독(Leadership Tox)

게으름, 태만, 방종, 충동적, 방관적, 교만, 아집과 독선, 인기몰이

6. 몸의 독(Body Tox)

트랜스지방, 각종 식품첨가물, 환경호르몬, 장내 유해균, 나쁜 자세, 수면 부족, 운동 부족, 수분 부족

7. 영혼의 독(Spiritual Tox)

물질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 출세지상주의, 권력지상주의, 삶의 남용, 허무주의, 우상숭배, 약육강식의 세계관, 인본주의 세계관

최하진 박사
KAIST 박사, Stanford 포스트닥터를 역임한 그는 보장된 성공의 길을 뒤로하고 가족을 이끌고 해외로 자원봉사를 떠난다. 자신만을 위한 ‘저수지 인생’이 아니라 복을 흘려보내는 ‘통로 인생’의 기쁨을 누리겠다는 결심과 함께 미션필드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청년 대학생 제자들을 가르치며 섬긴다.
교육을 통해 변화되는 대학생 제자들을 보며 더 어린 청소년기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다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인재들로 자라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그는 대학교수에서 청소년 교육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중국 허허벌판에 깃발을 꽂고, 헌신된 제자들과 함께 힘을 합쳐 다음 세대를 위한 만방국제학교를 설립한다.
만방국제학교는 기존 교육 시스템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특별한 교육 성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학생들을 배출해 내는 철학과 교육 방법을 궁금해하는 수많은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네 인생을 주님께 걸어라』, 『반응』, 『세븐파워교육』, 『디톡스교육』, 『다윗 대통령의 귀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