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
▲강연중인 이효상 원장.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필자의 경우 애서가로 책 수집을 시작한지 20여년이 지나다 보니, 날마다 책이 쌓여만 갔다. 집에도 사무실도 온통 책이다. 책이라면 국보급부터 문화재까지 서지학자로 안 거쳐간 책이 없었지만, 갈수록 수집의 욕심이 늘어만 가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지나놓고 보면 이렇게 살고 싶었던 건 아닌데 말이다.

서울 대학로 사무실이나 남양주 집은 책의 창고다. 1만여 권의 도서를 갖춘 도서관 같아, 책을 읽고 글을 쓰기엔 참 좋다. 그러나 다산동 사무실은 가능한 짐을 최소화하고 안 들여 놓으려 했다. 오히려 편하게 생각하는 공간을 더 가지려 한 것이다.

사실 선택이 단순할수록 마음은 자유로워진다. 버리고 비우며, 단순하고 자유롭게 사는 방법은 없을까. 버릴 건 버리고 비울 건 비워야 하는데.

더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버린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매일매일 함께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최대한 최소화 하라고 권하고 싶다. 굳이 선택의 폭을 넓혀놓고 쓸데없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고 보면 어렵게 장만하고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서 또는 여러 이유로 여러 해 손도 대지 않은 것도 있다. 언젠가는 필요한 때가 있겠지 하며, 자신도 안 쓰고 남도 못쓰게 하는 쓸데없는 소모만 하고 있을 때도 있다. 애초 욕심을 내지 않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게 잘 안되는 것이다.

재정 지출도 계획을 짜서 현명하게 돈을 쓰되, 절대 궁상맞게 돈을 아끼지는 말아야 한다. 물건을 구매할 때는 기능과 용도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고, 절대 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가능하다면 중고를 애용하면, 언제든 버릴 수 있으니 좋다.

최근 들어 의도적으로 버리는 걸 좋아한다. 난 무엇부터 시작해 볼까. 조금만 버릴까. 하나씩 하나씩 비워볼까. 생각은 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던 방 안의 짐들을 비워내는 연습을 이 봄부터 해야겠다. 그래서 쓰레기 분리수거는 꼭 내가 한다.

우리는 마음과 삶이 청결한 삶을 살고자 한 탓일까. 여름이 오기 전에, 그리 좁은 집도 아닌데 좁다 느껴질 만큼 가득 채워진 것들부터의 자유를 맛보며 말이다. 이렇게 연습하다 보면, 많은 부분에서 지극히 적게 가지는 삶을 이루어내지 않을까.

사람에게 가장 큰 병폐는 끝없는 욕심이다. 수집가들은 적으면 적으니까 욕심을 부리고, 많으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더 큰 욕심을 부린다고 한다. 얼마를 가지든 만족함은 없는 듯 하다. 그 욕심을 조금만 버린다면 좋겠지만, 애지중지한 탓에 그게 어렵다.

원래 가지고 있는 것에 따라 달라지는, 가진 것이 자랑이 되고 명예가 되는 자본주의에 물든 탓인가. 사람들은 각자의 출발선상에서 끊임없이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자 하는 욕망이 잠재돼 있는 건가.

그건 비단 책만이 아니라 체내 노폐물도 마찬가지다. 아침 공복을 장을 청소하고 드리시라고 애독자께서 선물을 보내 주셨다. 아침마다 확실히 버리고 비우고 먹으니 몸이 가볍고 삶이 건강해진다.

방송을 보니 혈관 속에 찌든 때도 아보카도 과일을 주스로 아침마다 마시면 혈관 해독 작용을 하고 노폐물을 청소한다고 해서 시도해 볼 요량이다.

음식도 하루 세 끼는 많다. 두 끼 정도로 소식하니 몸이 가벼워진다. 밥그릇의 밥도 덜어내고 몸 안의 노폐물은 비워 버리니, 자연히 행복이 찾아오는 느낌이다. 마음도 몸도 환경도 자유로워지면 어떨까.

버리고 비우니 맘이 편하다. 마음에도 쓰레기나 노폐물이 쌓일 수 있다. 가끔은 청소하고 버려야 한다. 차나, 집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어느 의원이 집을 116채 보유했다고 해서 시민들이 놀란 적이 있다.

수집에 집착하면 통제가 어려워진다. 사람도 주변 환경도 보이지 않고, 단지 물질만 보인다. 마치 당구나 골프에 빠진 사람이 잠자리에 들어도 그것만 보이는 것과 같다. 물질적인 이야기를 넘어 정신적인 부분 감정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반적인 현상이다.

최소한의 삶에 충실한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라는 말이 들린다. 소비 중심 문화에 반감을 느끼고, 절약과 검소의 가치를 되새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한 현상에 힘입어 주목받는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다. 단순함을 추구하는 문화적 흐름을 나타내는 미니멀리즘(minialism)이라는 단어에 삶을 뜻하는 라이프(life)라는 말이 더해진 것으로, 불필요한 것을 최소화하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소비습관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관계, 정보 수용, 식습관, 인테리어 등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플한 삶을 꿈꾼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 본다. ‘비움’을 생각하고 효과를 경험해야, 삶의 변화가 일어난다. 사실 마음은 언제나 미니멀 라이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외치고 있지만 책상과 서랍이 무거운 것이라면, 버리고 비울 때 마음이 후련해지고 홀가분해진 마음을 느껴봄이 어떨까.

거창한 다짐보다는 소소한 실천이 먼저다. 한 번에 다 버리려 하지 말고, 자신의 속도와 방향에 맞게 조금씩 차근히 비우면 된다. 1일에는 물건 1개를 비우고, 2일에는 2개, 이렇게 30일에는 30개를 비우는 미니멀리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해서 책부터 옷, 신발, 심지어 필기도구까지 버리고 기부해서 가짓수를 줄인다. 그들은 ‘비우니 채워졌다. 삶이 간결해서 자유로웠다. 욕심이 줄어들었다’고 고백했다.

꼭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버리고 비워라. 물건을 적게 가지는 것뿐 아니라, ‘단순하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친구도 최대한 줄이면 좋다. 좋은 사람들과 교제하고 오랜 시간 함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런 경우도 드물다. 의미없이 많아 봤자 시간 낭비, 정신 낭비, 사고 낭비, 에너지 낭비, 물질 낭비다. 나를 내려놓고 남이 손해를 보고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되면, 최소한 욕은 먹지 않는다.

최근 주변에 남에게 핍박받아 어려움을 당한 이가 있었다. 그를 생각하고 앞장서 도왔다. 그도 분노와 갈등의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비웠더니, 한결 속이 편해졌다고 토로하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자신의 편견과 고정관념도 버리고 비우니 삶이 여유로워진다. 우리 정치의 한계는 ‘자기 편끼리’의 정치이다. 그래서 시야가 좁다. 보다 넓게 보지 못한다.

중도가 설 자리가 없다. 좌파든 우파든 끼리끼리 모여서 패거리들이 벌이는 친목회로는 한계가 있다. 거기에 표를 달라고 하고 지지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 나무는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전체 숲을 보는 데는 실패한다.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그 집중력이 정신건강에 안 좋을 수도 있다.

잘 쉬는 기술
요즘 클라우디아 해먼드가 쓴《잘 쉬는 기술(웅진지식하우스, 2020. 9. 22.)》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경험상 어떤 일이든 싸인(sign)이 있다. 아니다 싶은 때와 장소에 분쟁과 갈등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박자 쉬어가는 것도 센스(sense)다. 잘 쉬는 것도 재충전과 재도약의 기회가 된다.

‘바쁨’은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다. 바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번아웃(burnout)이 오기 전 게을러지고 싶다면 그것도 몸이 주는 생존의 신호다.

‘쉼’은 자연히 얻어지는 회복력이다. 몇 해 전 사별한 아내나 남편을 못 잊어 밤마다 괴로워하는 이들을 종종 보게 된다. 아무리 사랑하는 이라도 마음에서 떠나보내야, 새 삶을 살 수 있다. 우리는 이별을 연습하고, 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버리고 비우니 코로나 기간에도 영혼이 자유롭다. 적당히, 천천히 미니멀(minimal)하니 괜찮은 라이프(life)라는 느낌이다. 돈도 최소, 옷도 최소, 친구도 최소, 고민도 최소, 짐도 최소, 그렇게 ‘거리두기’로 버리고 비운 만큼 삶의 질은 더욱 여유로워지고 윤택해진다.

그와 함께 걱정도 훨씬 줄었다. 이것이 바로 진짜 마음의 부자, 여유로움의 부자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욕심일까 가치일까, 반문하며 내 주머니 속을 채우는 욕심이라면 이제 다 버리고 새로운 꿈으로 채워야겠다.

여러 고민과 갈등이나 걱정에서 해방되니 부자요, 고민이 사라지니 더욱 편안해진다. 필요 없는 것을 최대한 줄이고, 버리고 비워서 정말로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해 보자.

어떤 특별한 기대나 욕심을 버리고 비우니, 오히려 하루마다 감사가 찾아온다. 덜어내고 비우니 찾아오는 이 행복감은 무엇일까. 오늘 하루도 처음부터 하나하나 욕심을 버리는 연습을 하는 하루다.

이효상 원장
시인, 칼럼니스트
다산문화예술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