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등 28개 정보, 채용 시 질문 못해
사용자들, 문제 예방한다며 그런 이들 우대 역차별 발생
채용이란 본래 사업주의 위험 부담, 자유로운 결정 필요
동성애자 관련, 교회나 종교기관 채용 자유 침해 가능성

복음법률가회 복음경제인회 채용절차법 개정안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복음법률가회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문제점’을 주제로 복음법률가회와 복음경제인회 준비위원회 공동 주최 세미나가 3월 31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흥락 대표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사회로 김승욱 명예교수(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김준근 박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 연구위원), 이상현 교수(숭실대 법대)가 각각 발제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윤미향 등 더불어민주당 계열 의원 10명이 제출한 것으로, 2017년 인권위 채용과정 차별실태 모니터링 결과에서 구직자 다수가 면접 과정에서 성적 지향과 성적 정체성 등에 관한 차별적 발언을 들었다는 이유로, 모든 사업장에서 성별·용모·장애 등의 신체적 조건, 연령·혼인계획·가족사항 및 임신 및 출산·학력 및 출신학교·성적 정체성 및 지향·종교·정치적 견해·노동조합에 대한 견해·재산에 관한 사항 등 28개 범주의 차별금지사유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면접 과정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로 인정되는 질문을 할 수 없도록 했다.

특히 이러한 질문을 할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진평연과 동반연 등의 단체들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고용 영역의 차별금지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승욱 교수는 ‘채용절차법(개정안)의 문제점’을 제목으로 한 강의에서 “면접 과정에서 ‘한국말 할 줄 아십니까? 범죄 경력 있습니까? 국적이 어디입니까? 건강에 이상 없습니까’ 등의 질문을 하면 차별적이므로 1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승욱 교수는 “출신지역과 가족관계, 학력과 외모 등 기존 채용 제도의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했더니 소위 ‘SKY 출신’ 입사가 늘어난 적이 있다”며 “채용절차법 개정안은 능력에 따른 합리적 차별을 뜻하는 ‘통계적 차별’마저 인정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다. 유사한 노동을 하지만 그 결과가 다르다면, 그에 따른 차등 보수 지급은 정당한 보상임에도 이를 법으로 금지하려 한다”며 “학력·경력 등을 바탕으로 근로자에 대한 노동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것임에도, 일방적으로 ‘동일 노동 동일 가치’를 강요하는 규정은 계약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은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그리고 인사 고과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함께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며 “차별금지법 통과 시 성소수자라서 승진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항변할 경우, 입증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다. 고용인은 입증 책임이 없어 ‘아니면 말고’ 식의 문제제기가 남발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또 “이럴 경우 사용자는 문제 예방을 위해 오히려 그런 이들을 우대하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성실한 근로자들이 피해를 받게 된다”며 “예수님도 ‘포도원 품꾼의 비유(마 20:1-16)’에서 주인은 나중 온 품꾼에게 선의를 베풀다 나머지 품꾼들에게 항의를 당하는데,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제소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고용 영역의 차별금지법인 윤미향 의원 채용절차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발제한 김준근 박사는 “채용이란 경쟁을 통해 우수하고 적합한 자를 선발하는 것이 본질인데, 평등과 차별 개념이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가”라며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여 채용할 것인지는 고용 주체로서 채용 이후 전개되는 근로 관계의 책임을 부담하는 사업주의 자유에 속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준근 박사는 “인재 채용의 판단 기초인 평가 기준들을 모두 금지시키고, 법과 국가권력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한된 정보만을 기준으로 채용을 강요하는 것은 채용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할 것”이라며 “특히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해 온 교계와 시민단체들은 개정안이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박사는 “채용절차법의 본래 목적은 사업주의 채용 자유를 보장하면서 행정 절차에 있어 구직자의 부담을 줄이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제1조에서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국가 권력이 사적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한다는 의미”라며 “그런데 개정안은 제1조에서 ‘최소한’을 삭제해 국가가 채용 절차에 적극 개입할 여지를 마련하고, 그 자리에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고’를 삽입해 채용 절차에 대한 차별금지법리 도입을 선언했다”고 했다.

그는 “개정 근거로 내세운 2017년 ‘채용과정 차별실태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는 입사지원서만 조사한 것으로, 면접 실증조사를 한 것이 아니었다. 즉 면접관으로부터 성적 지향 관련 차별 발언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해당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성별, 나이, 외모 및 신체조건, 출신지역, 학력/출신학교 등 5개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는 거의 대부분 기업이 정보 요구를 하지 않았다. 이 조사 결과를 차별금지사유를 28개 범주 33개 사유로 확대해, 면접 과정까지 질문을 금지하는 채용상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하려는 이유로 삼기에는 근거가 빈약하다”고 분석했다.

김준근 박사는 “해당 보고서가 입사지원서만 조사하고 면접에 대한 부분은 대상이 아님이 명백한 이상, 개정안이 근거로 제시한 면접 과정에서의 차별적 발언 주장, 특히 면접관의 성적지향 발언으로 차별을 받았다는 주장의 실체는 허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실제 보고서 내용처럼 꾸며냈다면, 입법권을 오남용해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법안 발의를 막기 위해서라도 개정안 발의의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채용이란 불확실한 채용 결과에 대해 사업주가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구를 채용할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자유로운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러한 채용의 자유 원칙 하에서도 성별, 연령, 장애와 같은 헌법상 보호되며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차별금지 사유에 대해선 남녀고용평등법, 연령차별금지법, 장애인고용촉진법 등에서 적절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정안은 제시된 28개 차별금지 사유들이 직무판단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채용 기준은 기업의 자유에 맡겨져야 할 사항”이라며 “인재 채용의 판단 기초가 되는 수많은 평가 기준들을 금지시키고 제한된 직무만을 기준으로 채용을 강요하는 것은, 채용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개정안에 따르면 교회나 종교기관·단체는 종교적 신념과 사상, 성적 지향 등에 관한 견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사람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로 동성애 운동가 단체는 아무런 규제 없이 자유롭게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 일반 기업과 달리 종교나 성적 지향으로 인한 자유 침해성은 교회나 종교기관·단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준근 박사는 “누군가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들어갈 경우 그 종교기관·단체의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동성애를 금하는 성경을 따라 교육하고 전파함으로써 신앙을 유지하는 활동이 내부로부터 방해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주요 활동이 동성애 반대활동인 종교기관·단체인 경우 활동 전체가 무력화돼 존속 자체가 위협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현 교수는 ‘외국 입법례와 판례를 통해 검토한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문제점’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영국에서는 고용 분야에서 장애 등 신체 조건에 따른 차별 금지법을 시작으로 성별·인종에 따른 차별금지 관련법이 개별법으로 도입됐다”며 “2010년 개정 평등법은 채용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제39조 1항)을 두고, 종교를 위한 채용에 한해 예외규정(Schedule 9)을 두고 있다. 그러나 예외규정 요건이 엄격하고, 예외 적용 범위는 협소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6년 영국 성공회 해리퍼드 교구 청소년 사역자 채용에 지원했다 불합격한 남성 동성애자가 차별을 주장하며 고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고용재판소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직접차별로 시행령 위반이라 판단, 성공회가 원고에게 4만 7천 파운드(당시 기준 8,500만 원) 배상을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민권법(Civil Rights Act)도 고용에서 인종, 피부색, 성별외 종교 즉 4가지 사유를 기초로 차별을 하는 것을 위법(제703조a(1) 이하)으로 규정한다”며 “그런데, 종교적 법인·조합, 교육기관 또는 협회에 예외를 인정해 특정 종교를 가진 개인들을 우대할 수 있다(제702조). 특정 종교단체에 의한 교육기관인 초·중고교 단과대학, 종합대학 또는 여타 교육기관들은 특정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채용에서 우대할 수 있다(Title 7 제703조)”고 했다.

이상현 교수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관한 각 주 차별금지법의 경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까지를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하면서 정부·공공단체의 피용자(public employees)에 대해 차별금지를 규정하는 주들이 6곳(인디애나, 캔터키, 오하이오, 미시건, 몬타나, 펜실베니아주) 있다”며 “성적 지향만 차별금지로 도입한 주는 4곳(애리조나,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알래스카)”이라며 “공공단체뿐 아니라 사적 고용에서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한 차별금지를 규정한 주는 D.C. 포함 23개 주이다. 50개 주 가운데 공사 영역 전반에 걸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모두 차별금지를 규정한 주가 23곳으로 46%(2020년)”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매사추세츠 주 가톨릭 여학교(Fontbonne Academy)가 직원 채용에서 원고(Mathew Barrett)를 남성 급식 담당 직원에 2013년 채용 후 비상연락처 서식에 남편을 기록해 학교 측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돼 채용을 취소했다. 이에 원고가 주 차별금지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며 “법원은 종립학교라도 교사 아닌 직종에서 동성결혼을 한 사람의 채용을 거부한 것은 성별(gender)과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로 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종교기관 예외 규정은 매우 협소하게 인정되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사적 영역인 채용에서 지나치게 넓은 차별금지 사유를 열거하면서 차별금지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적 자치, 계약 자유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다. 영국, 미국도 10개 넘는 차별금지 사유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그런데 우리 채용절차법 개정안은 24개 차별금지 사유를 제시하면서 이에 대한 기재/질문을 금지하고, 기재/질문의 경우 합리적 이유 제시를 요구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3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이러한 입법은 영국과 미국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예외 규정을 입법해도 실제 적용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데,개정안은 예외 규정도 없다. 채용 절차 공정화에 역행하고 사적 영역을 억압하는 개정안은 재고해야 한다”며 “신체적 조건, 출신지역, 피부색, 형이 실효된 전과 등 사회적 합의가 쉬운 4개 정도로 차별 사유를 제한하고 과태료는 최대 300만 원으로 대폭 축소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 “이를 선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개정안을 철회하고 인권위법을 통한 점진적 변화를 채택하는 것도 지혜”라고 했다.

이후 토론에는 ‘채용절차법 개정안의 위헌성’에 대해 한정화 명예교수(한양대 경영대학), ‘시장경제와 차별’에 대해 박기성 교수(성신여대 경제학과) , ‘채용절차법 개정안의 위헌성’에 대해 음선필 교수(홍익대 법대), ‘차별금지법의 무서운 자유침해성을 직시해야 한다’에 대해 조영길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등이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