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구 박사(전 총신대 총장) ⓒ크리스천투데이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 총장). ⓒ크리스천투데이
나는 가정을 이룬 지 54년 동안 이사를 13번 정도 했다. 그러니까 13번을 <집들이>를 한 셈이다. 처음에 우리 부부는 한 칸짜리 초가에서 살았고, 그 다음에는 내 작은 키에도 모자라는 말 그대로 되박 만한 집에도 살았다. 그리고 남의 집 문간방에서 살기도 했다. 그리고는 모 건설사의 실험적 집에도 여러 해 살았다. 그 후 30평 정도의 집을 지어도 봤고, 아파트를 전전하면서 오늘의 집을 지어서 살게 되었다. 그래도 불행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일은 없다. 찬송가 가사에 있는 대로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천국」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청와대에 안 들어 간단다. 그리고 새로운 집으로 입주한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말이 많다. 왜 멋진 대통령 궁인 청와대를 마다하고, 하필이면 국방부 청사에 들어가냐고 하는 사람도 많고, 절대로 청와대에 새 대통령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양쪽 다 그럴 듯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세입자인 세대주가 그런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는데, 현 정부는 다른 데 옮기는 데 드는 이주 비용을 안 주겠단다. 그러니 5월 10일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 예산을 세우고 리모델링을 해서 입주하겠단다. 그런데 여론조사라는 것을 언론이 한 모양인데, ‘새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가는 것이 맞다’라는 의견이 더 많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내 짐작으로는 여론조사나 통계라는 것이 가끔은 웃긴다. 조사하는 기관이나, 조사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몰고 가는 것이 사실이다.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을 통나무 위로 걸어오라 해놓고 질문하기를 “무섭지요?”라고 하면, 대답은 당연히 “무섭다”라고 할 것이다. 질문자가 어떻게 유도하느냐에 따라서 A도 되고 B도 된다. 더구나 여론조사를 할 때, 젊은이들은 컴퓨터에 척척 대답을 해도, 나이 든 사람은 대답을 못한다. 나부터도 그렇다. 더구나 오늘처럼 이 땅에는 아직도 좌파들이 각계각층에 진을 치고 있고, 심지어 공부깨나 한 사람들과 교육을 받은 장년 중에도 어느새 사상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으니, 그런 엉터리 조사로 여론을 만들어 가려는 기관도 한심하다.

청와대는 옛날 <경무대>이다. 경무대는 옛날 총독의 사저였다. 이승만 대통령 당시에는 경무대라고 했는데, 그 말이 독재적 정치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윤보선 대통령 때 청와대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대통령 때마다 증축 개축을 하고 오늘의 청와대가 되었다.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고 사저가 있다. 그래서 청와대 하면 권력의 중심부요, 모든 것은 국민과는 상관이 없이 권력의 힘이 휘둘러지는 곳이다. 그래서 청와대에 근무하는 그 자체가 출세와 권력의 측근에 있다는 표시가 된다. 오래 전에 내가 아는 운전기사가 있었는데, 그분의 역할은 외국에서 오는 우편물 중에 청와대로 오는 것을 공항에서 직접 받아서 오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말끝마다 청와대에서 근무한다고 자랑했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국민들에게 공원으로 돌려주고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하니, 수구세력이 별짓을 다 하는 듯하다. 들리는 말로는 청와대 모든 근무자들은 그대로 거기 머물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보도에 의하면 청와대 안에는 여기저기 감청 도청 장치가 있을 뿐 아니라, 밝혀진 대로 보일러공이 간첩이었다고 한다. 사실이 아니겠지만 지금의 청와대는 간첩의 소굴이었다는 사람도 참으로 많다. 옛날 식으로 말하면 청와대는 흉가이다. 청와대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위에 대통령 부가 있어서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국민들도 모른 사이에 적극 북한 김정은과 소통을 하는 곳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이 옛날의 이조시대의 국왕처럼 구중 궁궐에 들어앉아 마음 맞는 비서관, 행정관, 장관들과 소통하면서 국정을 농단하고 있었다. 새로운 대통령은 새 시대에 걸맞은 민주 대통령으로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왕정 시대의 유산을 벗어 던지겠다는데, 아직도 권력은 우리 손에 있다고, 딴지를 걸고 여론몰이를 하고, 비협조하고 있는 꼬락서니이다.

우리나라에는 5대 궁궐이 있다. 이조시대에 경복궁이 법궁이고 정궁이었지만, 태종 이방원이 사람을 수없이 척살하고 왕이 되었으므로 양심이 불편했던지 창덕궁을 만들었다. 그래서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은 임금에 따라서 다른 궁궐로 이전해서 사용했던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마치 대통령이 집무 는 곳이 반드시 청와대여야 하고 그곳이 아니면 안 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더구나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은 ‘청와대가 새 대통령이 안 쓰면 우리가 쓸란다’고 했단다. 참 철딱서니 없는 좌파들의 말이었다. <우리>라니?

집들이는 집주인의 마음에 드는 곳으로 하겠다는데, 전세 들어 살던 자는 때가 되면 비우고 나가면 되고, 그 집은 대대적으로 수리해야 할 것으로 본다. 서양에는 전에 살던 사람이 집을 비워 줄 때는 못 자국까지 다 막아야 다음 분에게 인수인계가 된다. 그리고 청와대 안에 모든 불법 도청시설 김정은과의 핫트라인을 없애고, 난 다음에 국민들이 자유롭게 구경하도록 하자.

새 대통령의 집무실 <집들이>가 볼 만하겠다.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