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정책위원장, 법사위 간사 등 제정 주장
김회재 의원은 2월 “민주당 의원 대다수 반대” 발언
인권위와 민변,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등 제정 촉구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회의 모습. 가운데가 윤호중 비대위원장. ⓒ유튜브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패배해 집권당으로서 5년 만에 국민들의 ‘심판’을 받은 더불어민주당이, ‘민심’을 외면한 채 또다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카드를 꺼내 빈축을 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윤호중 의원(구리)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겠다”며 “입법 공론화를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공청회와 당내 토론회를 개최하겠다. 민주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민 모두의 평등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위원장 김성환 의원(서울 노원병)도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은 법사위 중심으로 공청회도 하고 의견수렴도 해야 할 단계”라며 “입법 추진 단계로 넘어가겠다”고 뒷받침했다.

법사위 간사인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22일 “평등법은 2007년 정부 안으로 제출됐지만 임기 만료 폐기 이후 15년간 여러 차례 발의되고 폐기되고 철회됐다”며 “평등법에 대해 빠지지 않았던 우려가 개인의 양심과 자유, 종교, 학문, 예술의 자유 침해 문제인데, 발의 법안을 읽어보면 명백한 오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차별해서는 안 되는 영역을 정해두고 최소한 이 영역만큼은 이유 없이 차별하지 말고 동등하게 대하라는 것”이라며 “처벌 역시 인권위의 시정조치 요구에도 개인에게 불이익 조치를 가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존재할 뿐이다. 헌법 1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그에 대한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 법사위는 차별금지법 심사기한을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 9일, 법 심사기한을 2024년 5월 29일까지로 미루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윤석열 당선인과 새 정부의 인수인계와 인사 문제 등에서 계속 ‘딴지’를 건다는 비판이 팽배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까지 이 같은 ‘몽니’를 부리면서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더 세게 심판을 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원내대표로서 대선 패배에 책임이 가볍지 않은 윤호중 위원장이 자신의 책임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무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기독교 10대 정책 발표회
▲제20대 대통령 선거 기독교 10대 정책 발표회가 진행되던 모습. 왼쪽부터 장헌일 목사, 더불어민주당 고영인·김회재·김진표 의원, 소강석 목사, 국민의힘 이채익·서정숙 의원. ⓒ크투 DB

더 큰 의문은, 같은 당 김회재 의원(여수을)에 의하면 더불어민주당 대다수 의원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데, 다수 의원들의 생각에 반하는 입법을 원내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회재 의원은 지난 2월 14일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대표회장 소강석 목사, 이하 기공협) 주최 ‘기독교 10대 정책 발표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20대 국회 시작부터 제가 주도적으로 반대 활동을 해 왔고, 민주당 내에는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대다수”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에 대해 기독교계의 오해가 없도록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고, 제정 과정에서 폭넓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엔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우려하시는 바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충분한 대화와 소통으로 합의를 이루는 과정을 충실히 이뤄가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 곡해가 제거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법 제정을 서두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천명했다.

김회재 의원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면, 더불어민주당은 각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다수의 입장을 무시하는 것이 된다.

이와 함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주장에 앞장섰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37% 득표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이러한 독단적 발표에, 시민단체 등도 힘을 싣고 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는 아직 인종차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인종차별 행위를 규제하는 장치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률의 조속한 제정 및 인종차별 정의 조항 마련을 제시했다.

2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제15대 회장에 선출된 조영선 변호사(법무법인 동화)도 “국가보안법 폐지 및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161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차별금지법 제정연대는 2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임시국회를 열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도 23일 윤호중 위원장을 만난 뒤 “민주당이 당장 차별금지법 같은 경우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고 했다.

이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해 오던 다수 국민들과 진평연·동반연·복음법률가회 등 시민단체들의 반대 성명과 행동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