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제자훈련
가정 제자훈련

매트 챈들러, 애덤 그리핀 | 윤상필 역 | 성서유니온 | 216쪽 | 12,000원

나이테가 보이는 나무의 단면을 표지 이미지로 사용한 《Family Discipleship》이란 책을 처음 만났을 때, 가정 예배와 자녀 양육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탐독할 때라 또 다른 가정 예배 지도서 내지 자녀 양육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부제인 ‘일상의 시간, 순간, 사건을 통해 제자로 자라가는(Leading Your Home through Time, Moments, and Milestones)’을 읽고, 매우 실제적인 책이면서 다른 가정 관련 신앙 서적에서 찾기 힘든 관점으로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시간과 함께 경험하는 순간과 사건을 통해 자녀를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는 법을 가르쳐주는 유용한 책일 것이란 기대가 일어났다.

특히 저자인 매트 챈들러와 애덤 그리핀이 실제로 가정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간증으로 각 장에서 나누는 것을 통해 큰 유익을 얻을 수 있었다. 2020년 출간된 이 책은 2년 후 성서유니온에서 <가정 제자훈련>이란 제목으로 이번에 국내에 소개됐다.

매트 챈들러는 차세대 미국 복음주의 지도자로 손꼽히는 댈러스 빌리지 교회 담임목사이다. 저서도 국내 적지 않게 소개됐다(가장 최근 작품은 토기장이에서 소개한 <불신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용기>, 2019).

반면 애덤 그리핀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챈들러 목사가 섬기는 빌리지 교회에서 영성담당 목사로 함께 섬기다 같은 댈러스 지역에 있는 이스트 사이드 커뮤니티 교회 담임목사가 됐다.

두 사람은 함께 사역한 경험과 나눈 삶을 바탕으로 독특하고 유용한 관점으로 쓴 가정 제자훈련법의 이론적·실천적 교훈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가정 예배와 영성 실천을 강조한 저자인 도널드 휘트니도 이 책을 추천했다.

이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본론은 4-6장의 내용으로 각각 시간, 순간, 사건을 다룬다. 가정이 반복하여 가능한 시간을 확보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권면하고(4장), 가정에서 일어나는 찰나의 사건들, 번쩍이는 순간을 포착하여 제자로 훈련할 기회로 삼으라고 가르친다(5장).

그리고 삶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들 가령 생일이나 입학과 졸업, 결혼, 장례, 가정의 특별한 기념일 등을 통해 중요한 삶의 교훈을 가르치고 기념하고 기억할 것을 요구한다(6장).

본론에 앞서 제시된 세 장의 서론은 첫째로 가정 안에서 제자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는 1장 ‘가족에서 제자로’, 둘째로 제자화에 필요한 기초를 쌓는 2장 ‘기초 쌓기’, 셋째로 시간, 순간, 사건을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제자화의 기초 바로 본을 보임으로 가르칠 것을 강조하는 3장 ‘모델링: 본받음의 대상이 되라’이다.

그리고 책의 처음과 마지막은 ‘들어가며와 나가며’로 포장되어 있고, 부록으론 ‘교회와 리더를 위한 제언’이 실려 간략하게 책에서 소개한 제자화가 교회와 리더에게까지 흘러가기를 소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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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Irina Murza
자녀를 제자 삼는 일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명령하신 지상 대명령의 일차적인 순종 영역이다. 우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기 전에, 집에 있는 자녀를 제자로 삼아야 한다. 그들에게 주님께서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해야 한다(마 28:19-20).

때로 가정 제자훈련은 율법주의적 태도와 온갖 규칙으로 인해 기쁘고 즐거운 일이 아니라 무겁고 짐스러운 일이 되기 쉽다. 그래서 케빈 드영은 <미친 듯이 바쁜>이란 책에서 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때 불필요한 걱정과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조언했다(부흥과개혁사, 2013).

주님께서 선택하신 열두 제자를 제자화하실 때, 그분은 바리새인처럼 규례와 전통을 지킴으로 남들 보기에 좋아 보이지만 중심은 비어버린 외식 주의 훈련을 도입하지 않으셨다. 그렇다고 세리와 죄인들처럼 방탕하고 악한 삶을 살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으셨다.

무엇보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본이 되셨다. 복음서에서 제자들이 주님께 가르쳐 달라고 구하는 것들은 주로 그들이 주님의 삶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들도 배우기 원했기 때문에 요구한 것이었다.

제자들이 쓴 신약성경에 그들은 자주 ‘그리스도를 본받으라’고 권면한다. 주님이 그들의 롤모델이 되셨기 때문이다. 주님은 그들과 함께 사셨다. 먹고 자고 함께 사역하고 사역을 맡기고. 가능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반복하여 그들을 가르치셨다.

사역의 순간순간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예수님은 허투루 그것을 낭비하지 않으시고, 제자들이 결코 잊지 못할 교훈으로 그들을 교육하셨다. 중요한 십자가 사건을 앞두고 계속해서 주님과 주님의 교훈을 기념하고 기억할 것을 주의 만찬을 통해 요구하셨다.

결국 ‘가정 제자훈련’이란 주님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주님께서 제자로 삼으신 자들을 일상의 시간, 순간, 사건을 통해 제자로 자라나게 하신 것처럼, 부모가 자녀를 제자로 삼으면서 일상의 시간, 순간, 사건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를 본으로 삼는다(좋든 나쁘든). 부모는 자녀의 좋은 교사이거나 반면교사이다. 부모는 누구나 일상을 통해 자녀를 제자로 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제시하는 것처럼 그 많은 기회를 잘 살려 선한 영향을 자녀에게 베푸는 것이다.

독자는 챈들러와 그리핀 가정에서 실제로 실천하는 많은 방식을 참고하여, 자신만의 제자화 방식을 계획할 수 있다. 이 책을 그냥 읽지 말고 활용하면, 독자는 가정에서 자녀를 제자로 삼는 귀한 일을 충성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소망을 품으며 사랑을 실천하는 다음 세대를 일으키는 귀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주님이 주신 가장 큰 명령을 가정에서부터 순종할 수 있을 것이다.

주님께서 가정이 함께 나누는 모든 시간과 순간과 사건 가운데 항상 함께 하시면서, 제자화에 필요한 모든 은혜를 내려주실 것이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