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소통 커뮤니케이션 여자 확성기 메가폰 소년 소음 불통 대화 시골 농촌 훈육 친구
▲소통인가, 불통인가. ⓒ픽사베이
지난 3월 8일 경북 포항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대학생 A씨는 지난 4일 오후 8시 45분을 전후해 포항시 흥해읍 KTX 포항역 근처에서 60대 B씨가 모는 택시를 탔다. A씨는 술을 마시지는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승차 전 A씨와 함께 있던 남자친구는 기사에게 행선지를 A씨가 다니는 대학 기숙사로 밝혔다. 남자친구는 택시에 동승하지 않았다. 이후 택시는 A씨의 기숙사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렸다.

A씨는 “차에서 내려도 되느냐”고 물은 뒤 반응이 없자,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렸다고 B씨는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차에서 뛰어내린 뒤 뒤따르던 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운전자 B씨는 “행선지를 잘못 알아듣고 다른 대학 기숙사 방향으로 달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택시 기사 진술 등을 바탕으로, 의사소통 과정에 빚어진 오해 때문에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렸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숨진 A씨의 친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무 살 우리 누나가 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야만 했는지, 밝고 건강한 우리 누나의 죽음을 바로잡고 싶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누나가 왜 그런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 사람들이 함부로 상상하고 이야기한다. 일파만파 퍼진 기사를 본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로 오해를 하는 것 같아, 하나뿐인 동생으로서 죽을 만큼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누나는 낯선 곳을 향하는 상황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남자친구에 카톡으로 전달했고, 본인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남자친구에 한 전화에서 ‘아저씨 세워주세요’라는 목소리까지 전달됐지만, 택시 기사는 반응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누나는 빠르게 달리는 차량 안에서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껴 차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했다”고 강조했다.

성추행과 성폭행이 너무도 자주 일어나는 현실 속에 살아가는 우리 중 누가 봐도 “아, 이건 분명 운전자가 성폭행할 목적으로 외딴 곳으로 데려가려 한 의도였구나!”라고 생각할 만한 사건이다.

20대 젊은 여대생이 욕정에 사로잡힌 60대 한 운전자의 몹쓸 행위를 피하려다 아까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비극이라 생각지 않을 이 누가 있으랴!

하지만 바로 다음 날 그 사건에 관한 ‘뜻밖의 사실’이 확인됐다. 여대생이 일러준 행선지와 다른 방향으로 간 택시 기사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이 새롭게 알려진 것이다. 평소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고령의 택시 기사는 일명 ‘보청기’로 불리는 청력 보조 장치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 경찰이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내용도 확인됐다. 그 속에는 여대생 A씨가 택시 기사에게 “OO대학 기숙사로 가 달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러나 택시 기사는 “△△대학(다른 대학 이름) 기숙사로 가면 되느냐?”라고 말했고, 여대생 A씨는 “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여대생 A씨는 택시가 예상한 방향과 다른 길을 달리자 “어디로 가느냐?”라고 물었다. 하지만 택시 기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A씨는 “내려도 되느냐?”라고 재차 물었다. 이번에도 기사가 아무 대답이 없자 달리는 택시에서 갑자기 뛰어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후 정황을 분석해 보면 귀가 어두운 택시 기사의 청력 부족도 문제가 있지만, 여대생의 말을 잘못 알아들어 “△△대학(다른 대학 이름) 기숙사로 가면 되느냐?”란 기사의 말에 “네!”라고 답한 그녀의 문제도 컸다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이 사건은 두 사람의 ‘왜곡된 소통’(Miscommunication)으로 인해 빚어진 황당한 비극이다. 이처럼 ‘미스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갈등과 비극들이 이 땅에 너무도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본다.

‘미스커뮤니케이션’은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스커뮤니케이션’ 케이스는 수도 없이 많다. 위에서 보았듯 운전자와 손님 사이, 부부 간, 부모와 자식 사이, 친구 간, 여당과 야당 사이 등.

하지만 최악의 경우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이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있어서 ‘미스커뮤니케이션’만큼 큰 비극은 없으리라.

하나님의 음성을 잘못 알아들으면 문제가 생긴다. 예수님 공생애 기간 동안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잘못 알아먹은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 역시 그들이 제대로 이해 못할 때가 참 많았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늘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기도할 때 하나님의 음성을 제대로 듣고 있는가? 그분의 말씀을 읽을 때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지 않는가?

하나님의 정확한 음성을 알아듣고 그분의 말씀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구약 시대의 거짓 선지자들처럼 하나님의 음성이 아닌 거짓 내용을 전하는 이들과, ‘참 복음’이 아닌 ‘다른 복음’을 가르치는 이단들이 주변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디모데후서 2장 15절 말씀처럼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며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인정된 자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를 힘쓰는” 사명자들이 되면 좋겠다.

신성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고문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