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들어왔으니 내 마음대로? 정상 아니잖나
구원 속에 성화 포함… 상식 선에서 풀릴 문제
구원받아도 지옥 간다? 그것이 정말 구원인가
‘구원의 순서’ 속에, 원인과 결과 숨어 있는 것

서창희
▲지난 2018년 ‘전도사’ 시절 서창희 목사. ⓒ크투 DB

“회개하면 용서받는 게 아니다. 용서하신 그리스도 앞에서 회개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작은 교리의 차이는 술집에 앉은 남자들 앞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술집에서도 적용되는 것이 교리라면, 당신의 삶에도 작은 변화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상에서 만난 교리>는 저자 서창희 목사가 개척한 한사람교회에서 했던 교리 설교들을 새롭게 정리한 책이다. ‘구원의 서정(순서, the Order of Salvation)’에 대한 핵심 교리들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교리의 핵심을 이해했을 때 삶의 어떤 주제들과 연결되는지를 다루고 있다. 교리에 기반해 삶에 ‘다리’를 놓아주는 책이다.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이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했듯, 서창희 목사는 “구원의 순서가 메시지”라고 말한다.

“부르심이란, 내가 하나님을 믿을 수 있도록 하나님이 먼저 나의 마음을 여시는 일이다”, “거듭남의 교리는 주변에 변화되지 않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바라보게 만든다”, “회개는 그리스도의 속죄를 인정하는 소망의 사건이다” 등 교리를 알기 쉽게 풀어주면서도 ‘쓰임새’ 있도록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 준다.

청국장 가루를 요구르트에 타 먹는 일에서 ‘부르심’ 교리를, 자녀를 위해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논의에서 ‘거듭남’의 교리를,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서빙 알바생에게서 ‘회개’의 교리를, 나이아가라 폭포 외줄타기로 ‘믿음’ 교리를, 개그맨 양세형의 미성년자 근로기준법으로 ‘칭의’ 교리를, 아이스크림을 손에 잔뜩 묻힌 아이에게서 ‘성화’의 교리를, 예비 부부에게서 ‘견인’의 교리를 끄집어내는 것. 다음은 전편에 이은 서창희 목사와의 일문일답.

일상에서 만난 교리
서창희 | 생명의말씀사 | 184쪽 | 11,000원

-그런 점에서 ‘구원받은 것이 몇 시 몇 분 몇 초인지 아는가? 한 번 구원받으면 끝(성화 필요 없음)’ 같은 이단들의 주장이나, 반대로 ‘한 번 구원받아도 지옥 갈 수 있다’ 같은 주장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전자는 ‘구원’ 속에 ‘성화’도 포함돼 있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구원의 서정을 자기가 원하는 만큼만 떼어 생각하는 것이지요.

취업을 했다면, 회사 안의 규정을 배우고 따르는게 당연합니다. ‘들어왔으니 이제 내 스타일대로 일하겠다’고 한다면, ‘정상’이 아니겠지요. 상식 선에서 생각하면 다 풀릴 문제입니다.

‘한 번 구원 받아도 지옥에 간다’는 문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옥에 갈 수도 있는 구원이라면, 그 자체로 구원이 아닙니다. 그게 정말 구원인가요? 시험 혹은 기회 정도라고 표현해야 맞지 않을까요?

예수님은 우리에게 기회를 주신 것이 아니라, 구원을 주셨습니다. 기회를 받은 사람은 내가 늘 잘 해야 하지만, 구원을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잘한 것을 누릴 뿐입니다. 구원받은 것은 결코 기회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추천사 중 이런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장 예스러운 교리가 문화의 옷을 입고 가장 힙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저자로서 이 책의 차별점을 꼽는다면.

“두꺼운 조직신학이나 번역된 외국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인들이 사는 오늘의 언어로 교리를 설명하고 적용했다는 점이 가장 다른 것 같습니다.

교리를 설명할 때 책에서 사용되는 예를 몇 개만 생각해 봐도, 작곡가 유희열과 개그맨 양세형 등 지금 이 시대의 사례와 현실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거든요. 그러다 보니 교리 서적임에도 쉽게 읽히고, 적용도 잘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만난 교리

-책에 보면 구원의 순서(서정)가 중요하고, ‘순서가 곧 메시지’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연말 연예대상을 보면 처음에는 방송국 직원이 상을 주다, 마지막 대상은 꼭 사장이 나와서 시상합니다. 사장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순서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지요.

구원의 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순서 속에는 언제나 원인과 결과가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구원의 교리에서는 회개보다 부르심이 앞에 옵니다.

우리가 회개한 다음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나주시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을 찾기도 전에 하나님이 먼저 우리를 부르시고 선택하셨다는 개념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르심이 회개보다 먼저 온다는 순서를 아는 것만으로, 내 구원의 시작이 나의 행동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이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이지요.

칭의와 성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칭의는 꼭 성화보다 먼저 와야 합니다. 그 자체가 의미이고 메시지입니다. 성화돼야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그리스도의 공로로 인정받은 자가 됐기 때문에 마땅히 그 삶을 살아나가게 되지요.

이렇듯 단순히 교리를 외울 것이 아니라 순서 속에서 구원을 묵상하면, 훨씬 더 내 삶에 예수님이 행하신 일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회개보다 부르심, 거듭남과 속죄가 먼저라고 하셨습니다. 십자가의 속죄와 부르심을 깨닫고도 회개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회개는 평생의 과정입니다. 우리는 표면적 변화를 두고 보통 ‘회개했다, 그렇지 않다’를 판단하지만, 기본적으로 속죄를 깨달은 것이 분명한 사람이라면(적어도 본인이 그렇게 고백한다면), 가시적인 변화는 기다려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타인의 구원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으니까요.

믿음이 아주 확고했음에도 게임에 중독돼 몇 년간 하루종일 게임에 빠져 살았던 대학교 선배가 생각납니다. 분명히 보이는 죄임에도, 고칠 생각도 없었지요. 그는 지금 신실한 형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좀 시간을 보며 지켜봐주는게 필요한 것 같아요. 너무 보채거나 정죄하지 말고요(웃음).”

서창희
▲과거 교회 청년들과 함께한 모자원 사역 모습. ⓒ한사람교회

-요즘 청년이나 젊은 성도들이 겪는 일상과 삶의 고민과 관련해, 교회가 교육하고 채워줘야 할 부분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철저한 교리로 내 현실을 바라보는 법을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지?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실패한 결과를 맞이하면 어떻게 하지? 완전 망해버렸는데, 계속 살아갈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을 줘야 합니다.

인생에 심각한 문제가 닥쳐오면, 단순히 ‘하나님을 믿는다’는 말이 공허해져 버립니다. 도대체 무엇을 믿습니까? 교리가 일상에 적용되는 접촉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70-80년대 먹혔던(?) 창조-타락-구속의 사영리 중심 교리나 기독교 세계관 교육이 여전히 유효한지, 포스트모더니즘과 2020년대를 사는 이들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요.

“저는 ‘먹히는’ 것은 사람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기는 많으면 좋지 않을까요? 사영리든 세계관이든, 다 훌륭한 전도 및 양육의 방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양육과 교육에 삶과의 연결이 많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나 2020년대를 다르게 표현하면 ‘나의 인생(self)’이 가장 중요한 시대니까, 보완점도 거기에 있겠지요. 내 삶을 다뤄줘야 합니다.

교회에서 ‘치열하게 이것을 배우라!’고 강조하지만, 그 교육이 끝나면 ‘치열하게 삶을 살게 되는”, 혹은 나의 일상과, 내가 접하는 사람들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방법의 우월을 논하지 말고, 그 사람의 일상을 바꿀 수 있는 접근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 아닐까요? 그 사람의 삶이 변하는 그 방법이, 그 사람의 방법이 되는 것이지요.”

-이 책을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독자가 있으신가요. 교회에서는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신앙생활을 수십 년 해왔고 구원받은 것을 믿지만, 십자가를 묵상할 때 조금은 추상적이 되고 따분해지며 삶에 적용이 잘 안 되시는 성도님들께 추천합니다. 구원 교리가 일상에 이렇게 깊숙히 적용될 수 있구나, 그 기쁨을 누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원 교리를 체계적으로 쉽게 정리하고 싶거나, 교인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목회자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교리 설교에 있어 적용점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또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이 무엇인지, 전도와 교육용으로 사용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새신자반이나 교회 제자반에서 스터디 교재로 사용하면, 어렵지 않고 모든 연령대 성도님들이 누리실 수 있는 유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