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한국갤럽과 WIN 조사 결과.
글로벌 조사 네트워크 WIN이 3월 8일 ‘제114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2021년 10-12월 39개국 성인 3만 3,326명에게 성평등이 얼마나 이뤄졌는지에 대한 주관적 인식을 일터·직장, 정치, 가정 등 3개 영역별로 설문한 결과가 발표됐다(4점 척도).

한국갤럽에 따르면, 그 결과 39개국 성인 중 70%가 자국의 가정에서 ‘성평등이 (확실히+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답했다. 일터·직장(이하 직장)에서 ‘성평등이 이뤄졌다(이하 성취)’는 응답은 60%, 정치 영역에서는 50%로 나타났다.

영역별 성평등 성취 응답을 종합하면 핀란드(직장 78%, 정치 86%, 가정 84%)가 39개국 중 최상위이며, 일본(직장 30%, 정치 19%, 가정 45%)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조사는 39개국 성인이 자국에서 성평등이 얼마나 이루어졌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인식만을 알아보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나 세계경제포럼(WEF)의 성별격차지수(GGI) 등은 주로 국가 통계, 법적·경제적 제도와 권리 등 여러 측면을 포괄하여 산출된다는 차이가 있다.

즉 개인이 느끼는 자국의 성평등 정도가 반드시 그 나라의 객관적 성평등 수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에 주의해야 한다.

국가별·응답자 특성별 성평등 성취 여부 인식 비교를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순(純)지수(Net Score, 성취-미성취 응답 차이, 수치가 클수록 더 성평등하다고 느낌) 기준으로 보면, 39개국 전체 평균은 가정 45, 직장 26, 정치 7 순이며, 모두 1년 전과 비슷했다.

3개 영역 성평등 성취 순지수를 성별로 보면 정치에서 남성(13)과 여성(0) 차이가 13, 직장(남성 35, 여성 18)에서는 17, 가정(51, 40)에서 11이다. 즉,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성평등한 사회에 산다고 느낀다. 이는 지난 4년간 조사에서 일관된 경향이다.

한국 조사는 2021년 11월 5-28일 전국(제주 제외)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국갤럽에서 진행됐다. 그 결과 한국인의 영역별 성평등 성취 응답은 가정에서 76%, 직장에서 72%, 정치에서 45%로 나타났다.

직장과 가정에서는 조사 참여국 평균을 웃돌지만, 정치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직장에서의 성평등 성취 인식은 나아졌고(순지수 26→ 46), 정치에서는 후퇴했다(0→ -6).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남녀 간 시각차가 큰 편인 점도 주목해야 한다.

39개국 성인에게 일자리와 경력 관리 측면에서 볼 때 자국에서 남성 대비 여성의 기회가 많은지 적은지 물은 결과, ‘여성의 기회가 더 적다’ 45%, ‘여성의 기회가 더 많다’는 14%였다. 37%는 ‘남녀 차이 없다’고 답했고, 4%는 의견을 유보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37%가 ‘여성의 일자리·경력 기회가 더 적다’고 보며, 여성에서는 그 비율이 55%로 한층 높았다. ‘남녀 차이 없다’는 응답은 남성(42%)이 여성(32%)을 앞섰고, ‘여성의 기회가 더 많다’고 느끼는 사람은 남성 17%, 여성 10%였다.

‘여성의 일자리·경력 기회가 더 적다’는 응답은 브라질·크로아티아(72%), 이탈리아(71%), 칠레(70%), 일본(67%), 프랑스(64%) 등에서 60%를 웃돌았고, ‘남녀 차이가 없다’는 응답은 중국(78%), 베트남(69%), 인도네시아(63%), 필리핀(59%), 홍콩(58%) 순으로 많았다.

한국인은 43%가 ‘남녀 차이 없다’고 답했고, ‘여성의 기회가 더 적다’ 41%, ‘여성의 기회가 더 많다’ 14%, 그리고 2%는 의견을 유보했다.

한국 남성의 절반(49%)은 일자리·경력 기회 측면에서 성별 차이가 없다고 봤으나, 여성의 절반(48%)은 여성의 기회가 적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정신·신체 등 어떤 형태로든 폭력으로 고통받은 적 있는지 물은 결과, 14%가 ‘있다’고 답했다. 폭력으로 고통받은 경험률은 남성 13%, 여성 16%이며, 저연령일수록 그 비율이 높았다(18-24세 21%, 25-34세 18%, 55-64세 11%, 65세 이상 5%).

고통받은 경험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르헨티나(34%), 인도(31%), 칠레(30%), 멕시코(26%) 순이었다. 그 외 주요국 경험률은 홍콩 17%, 일본 11%, 독일·미국 10% 등이며 한국은 2%로, 중국(4%), 베트남(0.1%)과 함께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36개국 성인 중 7%는 ‘지난 1년간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여성의 성희롱 피해 경험률은 9%였다. 성희롱 피해 경험률이 높은 나라는 멕시코(17%), 인도·칠레(15%), 브라질(14%) 순이었다. 한국은 1%로, 필리핀(1%), 베트남(0.5%) 등과 함께 낮은 편에 속했다. 폭력에 따른 고통 경험률이 높은 나라는 대체로 성희롱 피해 경험률도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성희롱(Sexual harassment)’이라는 단어에 부가 설명이나 예시 없이 질문하고 답을 받았다. 한국갤럽 측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언어적·신체적 접촉이나 공공장소에서의 애정 표현 등에 대한 수용 정도는 문화적 배경이나 나라별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고 전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