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도 신앙 배워가는 우크라이나 기독교인들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순교자의소리, 현지 소식 보내 와

▲비탈리와 그의 교회 교인 몇 명이 휴대전화 앞에 모여, 비탈리의 아버지가 전해 주는 성경의 격려 메시지를 듣고 있다.

▲비탈리와 그의 교회 교인 몇 명이 휴대전화 앞에 모여, 비탈리의 아버지가 전해 주는 성경의 격려 메시지를 듣고 있다.
우크라이나 기독교인들은 전쟁 속에서도 용서하기 위해 애쓰며, 기독교인의 삶과 사역을 이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키이우(Kiev)의 한 침례교회 지도자 비탈리(Vitaly·28)는 “지금 이 도시에는 통행금지가 생겼다. 어떤 사람은 탄약과 방호구를 준비한다. 어떤 사람은 화염병을 준비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전신갑주인 하나님 말씀과 기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비탈리의 할아버지는 구소련 치하에서 기독교 신앙 때문에 8년 동안 수감됐다. 그의 어머니는 기독교 문서를 인쇄한 죄로, 아버지는 기독교 청년 단체를 이끈 죄로 각각 3년을 감옥에서 지냈다. 현재 비탈리는 전쟁으로 위험이 증대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키이우에 남아, 복음을 전하기로 선택한 청년단체를 이끌고 있다.

이번 주, 비탈리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비탈리와 그의 청년 동역자들에게 그들이 직면하게 될 가장 큰 위험은 탱크나 대포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에 따르면, 비탈리의 아버지는 “러시아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을 보더라도 기뻐하지 말거라.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너희를 위해 싸우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숙 폴리 대표가 섬기는 순교자의소리는 ‘골로스 무치니카프 꼬레야(Голос Мучеников – Корея, 한국순교자의소리)’라는 이름의, 핍박받는 기독교인에 관한 러시아어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러시아어 사용권 전역에 12,000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다수인 약 7,000명이 우크라이나에 거주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요즈음 러시아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오는 댓글 대부분이 전쟁 중에도 주님을 섬길 수 있는 올바른 수단과 마음을 갈망하는 우크라이나 기독교인들의 글”이라며 “현재 우크라이나 국민 사이에는 러시아 군인뿐 아니라 러시아 국민에 대한 증오가 만연해 있다. 그러나 우리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하는 우크라이나 기독교인 가운데 많은 이들이 지하교회를 심거나 인도하는 방법에 관한 자료를 읽거나, 북한 같은 지역의 지하교인의 이야기가 담긴 우리 단체의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원수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우리에게 말한다”고 전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키이우 인근 이르핀(Irpin)에 거주하는 기독교인 빅토리아(Victoria)를 언급하며, 그녀가 보내온 글을 전했다.

빅토리아는 “지금 이곳은 인간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인 공급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교회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사는 우리 교회 성도 몇 명이 딱 한 번 모여 예배를 드렸다. 지금은 모이는 것이 위험하다. 도로는 파괴되었고 집들은 다 파손되었다… 하나님께서 러시아 군인들 마음을 만져주시기를 기도한다. 그들에게도 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그들에 대한 증오심을 떨쳐내고 용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해왔다.

▲빅토리아가 이르핀에 있는 그녀의 교회의 예배 영상을 보내 주었다. 이 사진은 그 영상 중 한 장면이다.

▲빅토리아가 이르핀에 있는 그녀의 교회의 예배 영상을 보내 주었다. 이 사진은 그 영상 중 한 장면이다.
현숙 폴리 대표는 “우크라이나 기독교인들은 지금 세 가지 유형의 상황을 겪고 있다. 첫째, ‘격전지’에 위치한 대부분의 교회가 교회 건물에서 모일 수 없기 때문에 가정에서 소규모로 모이면서 ‘지하’에서 교회를 이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 둘째, 좀 더 조용한 지역의 교회들은 실제로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 교회 지하실을 방공호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성도들은 주민들에게 음식과 물과 따뜻한 옷을 공급하고, 때로는 국외로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피난처도 제공한다. 셋째, 어떤 기독교인들은 키이우의 비탈리처럼 적극적으로 전도하고 있다. 이 성도들은 음식과 의약품을 전달하고, 의사들이 병원을 오갈 수 있도록 돕고, 방공호를 마련한다. 그리고 방공호에서 믿지 않는 시민들을 만나면 전도하고, 함께 기도하고, 특별히 준비한 전도 책자를 나눠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의 사명보다 자신의 생존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기독교인이 여전히 많다”며 “한 형제는 ‘우리를 위해 기도해 달라!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외면하는 저를 주님께서 용서해 주시도록 기도해 달라. 전쟁은 무섭다. 저는 지금 가족을 데리고 국경으로 가는 중이다. 이 지역은 아직까지 비교적 평온하지만 시시각각 상황이 급박해지고 있다’라는 글을 우리에게 보냈고, 또 다른 사람은 ‘이번 주 주일에는 예배를 드렸지만 다음 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숙 폴리 대표는 순교자의소리를 20년간 이끌어 온 결과, 하나님께서 가장 많이 들어 쓰시는 사람이 바로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제가 남편과 함께 순교자의소리를 공동으로 설립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사역에 참여했던 동역자들 중 38명이 순교했다. 이 순교자들의 공통점은, 특별한 영웅적 자질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했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어와 중국어 및 러시아어 페이스북 페이지에 ‘하나님을 위하여 담대하라’는 메시지 대신,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니라’(눅 12:7)는 예수님 말씀을 올렸다. 그래서인지, 요즘 정말 많은 우크라이나 기독교인이 순교자의 소리 페이스북 페이지를 계속 찾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는 폴란드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Poland), 그리고 우크라이나 현지의 수십 개 교회 및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와 몰도바의 교회들과 함께 사역하고 있다. 이 교회들은 전쟁으로 비롯된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인도적·영적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순교자의소리는 이번 달 초 이 교회들의 긴급 구호 사역과 전도 활동을 위해 1만 달러를 지원했고, 향후 헌금이 들어오는 대로 추가 기금을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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