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 갖고 끊임없이 읽으면, 계단형으로 성장
목회자-성도, 상하 아닌 동역 관계, 함께 성장을
박영선 시작해 로이드 존스, 존 파이퍼, 청교도…
아무리 책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는 것 너무 감사

서자선 읽기록
▲서자선 집사는 “한 페이지의 글을 쓰는 일이 열 페이지를 읽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글을 쓰는 분들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불안과 두려움에 뒤척일 때부터 손을 잡아주시고 향방 없는 마음에 생각을 정리하고 태도를 바꾸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삶 속에서 ‘읽기’라는 선물을 주셔서 하나님을 알고 존재의 의미를 알아가는 여정에 지금도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과 글을 통해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따라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복음의 내용을 공부하면서 올바른 예배와 섬김으로 이웃을 아끼고 공감하는 신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질문하고 생각하게 만들고, 새로운 것과 다른 것을 보게 합니다.”

서자선 집사는 <읽기:록>에서 질문의 힘과 읽기의 힘, 그리고 자신의 독서 이력과 방법 등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읽기’를 향한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저자의 미주에 인용된 도서들은 신앙 서적부터 일반 서적을 망라해 넓고 깊다.

2월 말, 유난히 추운 날 만났던 서 집사는 성도들에게 독서의 효용과 가치를 전해주기 위해 2시간 가량 열과 성을 다했다. 전편에 이어, 서 집사의 독서 이야기를 소개한다.

-생각하면서 책을 읽으면, 아무래도 속도가 좀 느려지지 않나요.

“알고 싶다는 간절함과 자극을 갖고 천천히 그리고 끊임없이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탁 하고 계단형으로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꾸준히 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과정 동안 읽으며 축적됐던 것들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잘 읽혀지고 와닿고 정리가 되고 용어도 익숙해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조바심 내지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 가다 보면 조금씩 발전합니다.

저도 아직 어렵습니다. 독서력이 높은 분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읽고 싶고 통찰력을 키우고 싶고 저런 책도 읽고 싶고 지적 욕구와 조바심이 생기지만, 그럴 때마다 페이스를 놓친 채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점프하려 하면 이도저도 안 되니 잘 조절하면서 가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것이 독서모임입니다. 비슷한 구성원들이 차근차근 함께 읽어나가면 자극도 되고 해결 못한 부분은 함께 해결하면서 독서력을 붙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어려워, 졸려’ 서로 푸념하면서도 ‘기독교는 책의 종교이니까 읽어야지’ 서로 격려하는 것이지요(웃음).

목회자 분들도 성도들이 책 읽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알면 머리가 커져서 지적으로 공격한다, 교만해진다’ 하면서 터부시했는데, 목회자와 성도는 상하 관계가 아니라 동역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교회 공동체가 세워져 가려면, 목회자들이 성도들을 자기 역량만큼 끌어올려야 하지 않습니까. 함께 성장하면서 함께 교회를 세워가는 동역자 마인드로 가야지, 일방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면 목회자들이 본인의 독서 과정을 성도들에게 그대로 제시해 주면 어떨까요. 목회자들이 솔선수범해 리더들을 세워 소그룹을 만들 수도 있고요. 그렇게 한 사람이 바뀌면 많은 사람에게 기여할 수 있고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작업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독서모임 하면서 농담 삼아 ‘1인당 3-5년 걸린다’고 한 적도 있는데, 그렇게 공들여 함께 읽은 분들이 요즘에는 ‘너무 좋다’, ‘왜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정말 독서모임 하면서 뼈저리게 느껴요. 한 사람이 바로 세워지기까지 오래 걸립니다. 그럼에도 해야 합니다. 생명을 살리고 세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제대로 된 사람을 키우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10-20명씩 세워도, 견고하게 뿌리내리지 못하면 순식간에 쓰러질 수 있습니다.”

서자선 읽기록
▲서자선 집사는 “일반 도서 시장은 다양한 직업군의 젊은 저자들이 다양한 생각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기독교 시장에서도 20-30대 저자들이 그들 또래의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독서모임에서 이야기하는 모습. ⓒ이대웅 기자
-말씀대로 처음 궁금증이 있으셨을 때, 교회에서 ‘독서’를 권유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초기 갈급함이 생겼을 때 중구난방으로 성경을 읽고 가까운 기독교 서점에 가서 성령님·하나님 써 있는 책을 무작정 꺼내 읽었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때는 기도에 파묻혀 살 때라, ‘지도해 주실 목사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많이 기도했어요.

성경공부를 하면서 목회자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에서 은혜를 받고 책을 읽고 있는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런저런 책을 읽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알고 보니 이단·신비주의나 비성경적 서적도 있었습니다. 모르니까 그냥 읽었지요.

목사님께서 가이드를 해 주시고는, 박영선 목사님 도서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한 분의 검증된 저자를 통해 신앙과 신학을 배워야 한다고요. 그렇게 박영선 목사님 저서부터 시작해서 책에 있듯 마틴 로이드 존스와 존 파이퍼 등을 읽다 보니, 청교도 서적들을 읽으면서 신앙에 뿌리가 내려졌습니다. 그런 분들을 통해 독서가 깊고 확장됐고, 17-18세기 청교도 서적을 읽은 뒤 20세기 현대 저자들의 책을 읽게 된 것입니다.

저는 집사님·권사님들에게 ‘목회자는 양떼를 목양하는 분이시니, 서슴없이 질문하라’고 권유합니다. 여쭤보면 싫어하실 목회자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질문하지 않습니다. 안다고 착각해서, 그리고 창피해서 못 물어봅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가르치려는 자는 있지만 배우려는 자가 없었거나 그 반대 경우가 생기는 등 여러 가지가 어긋나 있었습니다.

신앙에 회의가 오는 부분이 있다면, 해결하고 가야 합니다. 그것이 누적되면 안 됩니다. 제 경우 한 분께만 계속 여쭤보면 미안하니 다른 목사님께는 성경적 세계관부터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그렇게 저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일해 주셔서 감사하게도 신앙의 체계를 세웠습니다.

목회자와 성도 간에는 말씀을 각별하게 공유하는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함께 공부하고 나누면서 말씀과 독서가 풍성해질 때, 교회 공동체의 뿌리가 견고해집니다. 성령께서 하시겠지만, 지적 회심이 일어날 수 있는 발판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목회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사역 방식을 점검하고 방향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집사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가족들 출근시키고 집안을 정리하면, 성경을 읽고 책을 읽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 식사 준비 전까지 하루종일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철저히 예배 중심적으로 생활합니다. 주일예배부터 수요·금요 예배에 꼭 참석합니다. 코로나 전에는 독서모임이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없습니다. 3월부터는 조금씩 다시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제 나이쯤 되면 할 일 없고 지루하다고들 하십니다. 전화하고 사람을 찾고 외로워한다는데, 평생 할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합니다. 평생 읽어도 못 읽을 책이 쌓여 있잖아요(웃음).”

-독서모임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구성원들의 색깔에 맞게 준비하는 편입니다. 여러 모임마다 다른 책을 읽으니, 하루종일 책을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집에서 주로 모이기 때문에 간단한 먹거리도 준비해야 합니다.

저희 집에서 주로 하는 이유는 이동 시간을 줄여 독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교회나 외부에서 하면 마음껏 나누는데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와 가족들 모두 흔쾌히 허락해 줘서 기꺼이 장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서모임에 부담이 덜합니다.

사람들이 바깥보다 집에서 모이면 훨씬 마음이 열립니다. 더 친밀해지고, 조금 더 여유롭게 대화할 수도 있고요. 모든 대화는 잡담으로 시작해서, 헤어질 때쯤 돼야 중요한 주제가 나오잖아요(웃음). 그래서 설교도 초반 5분은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하고요.

독서모임도 1/3쯤 들어가야 사람들이 마음을 여는데,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서 하다 보니 아쉬움과 한계가 있었습니다. 긴 호흡과 넉넉한 시간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이 결국 집이었습니다.

요즘 다들 구역 모임이든 소그룹 모임이든 주로 밖에서 만나지, 집 오픈을 꺼립니다. 독서모임을 오고 싶게 하려면 다른 분들의 불편을 자극해선 안 되니, 제가 조금 더 헌신하기로 한 것입니다. 가끔은 큰 카페나 모임 공간을 이용하면서 변화를 줍니다. 집에 책 읽고 하나님 이야기 나누는 분들이 드나드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사랑방’이 되는 것 같아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치고 피로할 때도 있고, 티타임 하나 준비하는 것도 때로는 힘듭니다.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는 형편이어서 감사하고 체력과 시간과 자원이 허락돼 감사하다는 마음을 되새깁니다. 무엇보다 변화되는 사람들을 보면 가장 힘이 납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목회자의 심정을 많이 느낍니다. 영혼 때문에 낙심하고 상처받을 때도 있지만 기쁠 때가 훨씬 많지요. 독서 소그룹을 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영혼의 소중함을 많이 배웠습니다.

저도 뺀질거리던 과거가 있었기에, 더디 가는 분들이 안타깝다가도 너무 이해가 됩니다. 제가 겪어봤기에, 그런 분들을 공략(?)하는 팁을 얻은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서자선 읽기록
▲읽기록(서자선 | 지우 | 208쪽 | 12,000원).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만의 질문입니다. 요즘 무슨 책을 읽고 계신가요(인터뷰는 2월 말께 진행됐다).

“가방에 있는 책은 <불안의 시대 이교도와 기독교인>입니다. 아직 읽지 않았는데, 제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불안 때문이기에,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우병훈 교수님(고신대)의 <구속사적 설교>는 어제까지 읽었고, 이제 함께 나온 <교리 설교>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광호 목사님의 <아가서>와 한병수 교수님(전주대)의 <아가서에 반하다> 도 함께 읽고 있습니다. 이런 강해서들은 꾸준히 읽습니다. 다양한 설교자들의 강해서를 꾸준히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본문 해석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시선과 관점, 적용이 각자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신앙이 견고하게 서가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 도서로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있습니다. 논픽션인데, 어류 분류학자가 자신의 삶의 과정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한 어류학자의 삶과 학문을 추적하다 삶의 문제들을 해결해 갑니다. 훌훌 재미있게 읽혔지만, 어떻게 곱씹어야 하는지는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자기계발서입니다. 책을 쓰고 보니, 글쓰기 책도 많이 읽게 됩니다. 글쓰기도 독서도, 지나친 자기 검열과 다른 사람의 시선에 위축돼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나이에 책 읽어서 되겠어?’ 하는 생각인데,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자기계발서도 좋아합니다. 아직 쓰는 것보다 말로 하는 것이 훨씬 쉽고 좋습니다. 그래서 독서모임 등에 많이 불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글로 쓰면 쭈뼛거리고 자기 검열도 심해집니다. 말은 하면서도 생각이 나는데, 글을 쓸 때는 생각이 그만큼 안 납니다.

<타인을 듣는 시간>은 독서 에세이입니다. 오랜 세월 다큐멘터리를 찍어온 EBS PD가 앵글 안에 잡히는 수많은 타인들의 삶을 찍으면서 겪은 이야기를 자신이 읽은 책과 결부시킨 내용입니다. 성경에서는 타인을 판단하고 정죄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 책은 자신의 세계관으로 타인을 해석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 읽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에 대한 본성이나 삶의 세계를 읽어주고, 이를 독서와 연결시키는 사회학적 도서입니다.

저도 장차 자신의 사유와 독서를 연결시키는 류의 독서 에세이를 쓰고 싶어, 이런 결의 책을 많이 읽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독서를 삶의 현장에 연결할 때 한 문단밖에 사유하지 못했다면, 몇 페이지씩 읽고 통찰한다는 면에서 부럽고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이 외에 이승우 작가님의 <소설을 살다>, 김영란 전 대법관님의 명작 읽기 <시절의 독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책과 가벼운 책, 신앙 서적 등을 병렬 독서하면 재미가 있습니다. 신앙에 관한 책들을 중심으로 일반 도서와 잠깐 읽을 책들을 함께 읽으면 시간도 절약되고, 전혀 다른 책이지만 연결되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