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독서, 목회자뿐 아니라 모두의 영역
독서, 성경 잘 읽기 위한 보완재 역할 가능
성경의 통찰 잘 정리해 놓은 책 읽기, 도움
믿음의 내용 알고 있다? 막연한 부분 있어

서자선 읽기록
▲서자선 집사는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세상에서 말하는 가치에 붙잡힌 채 여전히 많은 시간을 낭비하며 살았을 것”이라며 “하나님을 만나고 말씀의 능력을 경험하고 나니, 더 이상 남은 인생을 모호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저라는 존재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대웅 기자

“언젠가부터 개인의 독서를 넘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는 일에 시간과 체력, 자원, 경험, 은사를 사용하는 것이 즐거워졌습니다. 생애 마지막 날까지 독서의 동력을 바르게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하나님 나라에 기여하는 경건한 삶, 책 읽(히)는 삶, 단순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일에 함께하길 소망했습니다. 그래서 지면을 통해 용기를 냈습니다. 자기 이야기는 자기만 쓸 수 있다고 해서요.”

<읽기:록>은 제목 그대로 성경과 책을 통해 인생의 참 목적을 발견하고 성화의 길을 가고 있는 한 평범한 성도의 ‘독서 노트’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신 소중한 은혜와 독서 경험과 삶의 변화를 홀로 간직하는 대신, SNS와 독서 모임 등을 통해 열정적으로 나누면서 영향력을 흘려 보내고 있다.

어느덧 ‘독서 운동가’라는 평범치 않은 호칭으로 불리고 있는 서자선 집사(광현교회)의 ‘독서와 신앙에 관한 성찰의 기록’은 그렇게 신생 출판사 ‘지우’의 첫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출판사는 “저자는 자신의 날선 지식으로 상대방을 찌르거나 앎의 무게로 거만하게 짓누르는 대신, 늘 자신의 부족함을 안타까워했고 누구와 만나더라도 그 사람의 장점과 통찰을 배우고 수용하고자 노력했다”며 “독서가 깊어질수록 외골수가 되는 대신 더욱 자신을 들여다보고 교회 공동체와 이웃을 섬기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저자는 코로나 이후 교회의 모임 등을 보여주는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두 번에 나눠 게재되는 서 집사의 이야기.

-첫 저서를 신생 출판사의 첫 출간 도서로 내게 되셨습니다.

“제 이야기가 특별한가 싶었고, 제 읽기만으로도 만족했기 때문에 글을 쓰는 일에 도전하기 망설여졌습니다. 긴 호흡의 글을 쓴 적도 없어, 할 수 있을까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 권유를 받았지만 고사했고, 일반 출판계에서는 이미 핫한 주제이고 기독교에서도 이미 한두 권 나와 있어 뒷북 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주변의 격려가 계속되면서, 고사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지우 출판사 대표님께서 끝까지 저를 찾아오시고, 잊을 만하면 연락해 주셨습니다. 오랫동안 저를 지켜봐 주셨고요.

결정적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내셔도 되니, 그동안 읽어온 과정을 짧게라도 정리해서 성도님들에게 도전이 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본인은 책으로 나오는 것까지만 봐도 괜찮다고요.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셔서 뭉클했습니다. 제 글이 그럴 만한 내용인가 싶어서요.

그러던 차에 코로나로 독서모임이 중단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습니다. 전에는 독서모임이 계속 있어 시간이 빡빡했는데 제 시간이 생겨, 끄적끄적해본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대표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안정적인 출판사에서 내실 수도 있었는데요.

“그런 마음이 0.1%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를 잘 아는 분들과 호흡을 맞추면 저라는 사람의 세계관이 잘 전달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편집 과정에서도 불편한 부분은 만져 달라고 했는데, 대표님이 절대 안 된다고 하셨어요. 저만의 결이 그대로 살아나야 한다고요.

10년간 페이스북에서 제 글을 보신 분들이 많다 보니, 책을 읽은 과정과 성격의 결이 그대로 살아나야 한다고요. 어설퍼도 만지고 싶지 않다고 하셔서 ‘비웃음을 사면 어떡하나’ 또 걱정이 됐는데, 격려하면서 안심시켜 주셨습니다(웃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글쓰기를 가르치시는 로고스서원 김기현 목사님 덕분이었습니다. 그 분의 첫 책 <공격적 책읽기>부터 최근 책까지 다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비교해 보니 글쓰기가 굉장히 발전해 오셨음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발전하는 거구나 하고 용기를 얻었어요. <글쓰는 그리스도인>을 통해서는 감명도 받고 팁도 얻었습니다.

목사님 첫 책이 형편없었다는 게 아니고, 글쓰기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소박하고 어설프지만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나이 많은 집사니까, 그렇게 많이 흉은 안 볼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요(웃음).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지 않을까 약간 기대했습니다.”

-출간 후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민망하지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소란스럽게 했다가 금방 사라질까 염려도 됩니다. 이왕이면 한국교회 안에서 독서의 저변 확대가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교회 집사님과 권사님들, 일반 성도님들이 읽으시고, 성경과 독서가 목회자뿐 아니라 모두의 영역임을 깨닫고 실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성경적 세계관을 정확하게 알고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분별력도 키워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신앙이 견고하게 설 수 있는, 책 읽는 공동체가 견고하게 섰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제자훈련을 많이 한 것처럼, 책 읽는 리더들과 독서를 위한 소그룹들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책을 잘 읽으면 반드시 말씀 앞에 나아가고, 기도하고 예배하게 돼 있습니다. 좋은 책들을 잘 선별해서 읽으면, 자연스럽게 그런 과정이 찾아와요. 교회에서 성도님들을 견고하게 서게 하기 위해 여러 시도들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을 읽는 일입니다. 그리고 성경은 활자로 된 텍스트이고, 성경에 가장 가까운 것도 책이지요.

서자선 읽기록
▲자신의 서재에서 강의 영상을 촬영중인 서자선 집사. ⓒ지우

믿음의 선진들이 쓴 좋은 서적들이 너무 많습니다. 독서가 성경을 잘 읽기 위한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중요하게 인식시켜, 성경을 공부하면서 함께 독서할 수 있는 사람들을 키워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주변 집사님과 권사님, 교회 공동체에서 피드백이 나쁘지 않아 감사했고, 독서모임 멤버들이 도전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른 교회 독서모임 하시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시고, 3월부터 저를 초대하는 약속들이 잡히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집사님들이 읽으시면서 굉장한 자극과 도전을 받고, 리스트를 정해주면 책을 읽겠다고 하셔서 고무적입니다. 교회 내 독서 저변 확대에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원래 독서를 좋아하셨나요.

“그런 기억이 없는데, 부모님이나 친척들 이야기로는 다른 아이들보다는 더 읽었다고 하십니다. 중·고교 사춘기 시절 어줍잖게 친구들과 노는 대신 책 갖고 다니는 정도(웃음)? 사춘기 소녀로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약간의 물음이 있었나 봅니다.

이후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면서 전혀 책을 안 읽다가, 다시 독서를 시작한 계기가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 사시는 집사님이 아침마다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어딜 가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도서관이었습니다. 따라가 봤는데, 오후 3시쯤 아이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책을 읽으셨습니다. 집에서 엉망으로 지내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 그 분을 따라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산문과 에세이를 읽고 아이들 책도 빌려가서 조금씩 읽었습니다. 지금처럼 열심히 읽진 않았지요. 이후 이 동네로 이사 와서 ‘선데이 크리스천’으로 사는데, 아이들이 교회학교를 다녀와서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고, 오늘에까지 이어졌습니다.”

-왜 성경 외에 기독교 도서를 읽어야 하나요.

“성경을 잘 알고 신앙이 바로 서려면 하나님을 바로 알아야 하는데, 성경의 통찰만으로는 부족하니 이를 잘 정리해 놓은 책을 읽는 것입니다. 활자에 익숙해지려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밖에 없는 듯 합니다.

저는 진짜 쉬운 책부터, 함께 읽었습니다. 1주일에 한 챕터씩 읽고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금씩 쌓이니 2-3챕터씩 읽게 되고, 한 권도 읽게 됩니다. 전혀 책을 안 읽던 분들도 오셨는데, 나름의 간절함이 있으면 짧은 시간에도 활자에 익숙해집니다. 하나님을 바르게 알고자 하는 간절함이 읽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친구 따라 교회 가는 것처럼, 옆에서 자극을 주고 격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신뢰할 만한 누군가 곁에서 도와주고 자극을 주면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고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신앙과 동떨어지거나 이분법적 삶을 사는 사람과 주로 지내는지, 어떻게든 하나님을 알고자 하는 사람과 지내는지 말입니다.

저는 당장 성경도 책도 안 들고 있지만,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로 독서모임을 권합니다. 기본적으로 삶에 의문을 갖고 신앙에 회의도 가져본 사람이 반응합니다. 교회를 10-20년 다녀도 자기 신앙에 대해 아무 생각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스스로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고, 습관적인 행위가 자기 신앙이라 믿는 사람도 있고, 형식에 갇힌 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자주 성경을 읽고 예배드리고 봉사하고 있으니, 하나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믿음의 내용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 대화해 보면 굉장히 막연하게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 믿음의 내용을 잘못 알고 있거나 정리가 안 돼 있고 확신이 없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도 그래서 자녀들에게 제대로 신앙에 대해 가르쳐 주지 못했고, ‘삶 따로 신앙 따로’ 한다는 자괴감 또는 죄책감도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지·정·의를 가진 존재로 만드셨기에, 지적 동의와 확신이 일어날 때 훨씬 신앙의 확신이 증폭될 수 있습니다. 독서가 그래서 너무 중요합니다. 또박또박 읽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서자선 읽기록
▲읽기록(서자선 | 지우 | 208쪽 | 12,000원).

-책도 좋지만, 요즘은 유튜브 등으로 지식을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얻을 수도 있는데요.

“그렇게도 채울 수 있다면 다행스럽지만, 유튜브는 성경을 내 손으로 들고 읽고 묵상하고 생각하는 것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다 해주니까, 수동적이 됩니다. 듣고 끄덕끄덕하니 이해한 것 같지만, 돌아서서 내 것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소용 없지 않을까요.

학창시절 학원에서 다 배워도, 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문제를 스스로 풀어낼 수 없습니다. 내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들을 때는 알 것 같고 실천을 다짐해도, 삶에 적용되지 못하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콘텐츠만 낭비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삼는 것에 불과합니다. ‘들으면서 생각했어’ 하면서, 마치 ‘콘텐츠 쇼핑’을 하는 것과 같은데, 굉장히 위험해 보입니다.

한두 개 검증된 콘텐츠를 보면서 유익을 얻되, 나머지 시간은 자기주도학습이 돼야 합니다. 생각하고 사고해서 내 것으로 체화되지 않으면, 변화해서 이렇게 살아야지 하는 ‘터닝 포인트’를 갖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게 되고, 결국 또 다시 자기를 속이는 것입니다.

직접 읽고 묵상하고 끊임없이 사고하면, 성령의 은혜와 역사가 일어난다고 봅니다. 콘텐츠에서 역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능동적으로 움직이면 하나님과 훨씬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누구누구의 하나님이 아니라, 나의 하나님, 서자선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런 콘텐츠는 다른 사람의 신앙을 보고 배우는 것밖에 안 됩니다.

저도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성경에 소홀해진 것입니다. 책이 너무 좋다 보니, 책만 읽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었어요. ‘많은 책에서 성경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곧 성경을 묵상하는 거야.’ 어느 순간 그게 아님을 알았습니다. 스스로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과는 달랐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려, 오전에는 반드시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책을 읽으면, 하루종일 책만 읽게 되니까요. 그런 시행착오를 하면서, 어떤 좋은 책이나 콘텐츠라도 거기에만 매몰되면 이런 부작용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진짜 좋은 물건을 사러 갔다가 다른데 한눈 팔려서 정작 필요한 걸 안 사는 경우 있잖아요? 자칫 그럴 수 있습니다.” <계속>